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3
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3
  • 트래비
  • 승인 2006.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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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라틴아메리카를 혼자 여행하는 것

“키스해, 키스!”
멕시코의 과나후아토의 베소 거리. 여기저기에서 키스하라며 휘파람을 불어 댑니다. 왜냐구요? 이곳이 키스의 거리이기 때문이지요. ‘베소(beso)’는 뽀뽀라는 스페인어랍니다. 이곳에는 멕시코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어지지 못한 두 연인의 전설이 있는데요. 결혼을 반대하는 집안 어른들의 눈을 피해 두 집 발코니에서 애틋한 연인 한 쌍이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했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군요.

열정의 라틴아메리카를 혼자 여행하는 괴로움
 
베소 거리는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고, 양쪽 집의 발코니는 키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관광객으로 그 좁은 거리가 얼마나 북적이던지요. 키스를 하라는 주문 때문인지 머뭇거리던 연인들이 하나 둘 키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향기 좋은 오래된 와인처럼 사이 좋아 보이는 어르신들도 미소를 지으며 아주 진한 키스를 나누더군요.
저요? 저도 키스했냐고요? 괜히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곳에는 혼자 여행 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특히 열정적인 라틴아메리카는 혼자 여행하다가는 속 태우기 딱 좋은 곳이더군요. 서울에 있는 남자친구가 어찌나 생각나던지요. 여행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보는 연인들의 애정행각에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쉽지 않나 봅니다. 웃음소리가 넘쳐 나는 베소 거리를 뒤로하고 내려와서 심통 난 얼굴을 하고 초콜릿만 왕창 사 먹었답니다.

하나 혹은 둘이 여행하는 것



그렇다고 제가 혼자 여행하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마치 새 학기에 입학해 반 배정을 기다리는 학생이 되는 기분을 갖는 것이지요. 언제 어디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온몸이 붕 뜨거든요. 

언제든 일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궁합이 맞는 도시를 만나면 한없이 머물러 있을 수 있고 그냥 지나치고 싶은 곳은 휙 날아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함께 다니다 보면 생기는 사소한 일에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지요.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오랫동안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평소에는 상상해 보지도 않은 서운함을 경험하기도 하거든요.  

길거리에 멍하니 앉아서 마음껏 사람들을 두리번거릴 수도 있구요. 박물관 커피숍에서 지루하게 유적을 설명해 놓은 책을 보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요. 혼자 여행하는 것, 무척 우아해 보이지요?

하하, 그러나 한편으로는 혼자 여행한다는 게 생각만큼 우아하진 않더군요. 15시간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려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20kg에 달하는 배낭을 가지고 가야 하구요(라틴아메리카는 소매치기가 많거든요). 밤에 택시를 탈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하지요(강도도 유명합니다). 또 혼자 밤거리를 다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라틴의 진수인 밤 문화를 맘껏 즐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그리고 가끔 멜랑콜리하게 느껴지는 외로움은 차치하더라도 소매치기나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것은 혼자 다니는 여행의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에콰도르의 쿠엔카라는 도시를 여행하면서 제 생명과 같은 캐논 EOD 카메라와 망원렌즈, 일기장을 통째로 뺏겼답니다. 대낮에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말이죠. 그 이후에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두려워지더군요.

결론은 ‘따로였지만 앞으로는 함께’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게 위험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답니다. 그 답은 매번 다르지요.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을 알기에, 또 혼자 여행하는 힘듦을 경험했기에 이런저런, 일관성 없는 답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답니다.  

결론은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마치 긴긴 인생을 혼자 그저 즐기며 갈 것이냐, 지지고 볶으면서 함께 갈 것이냐와 같은 차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 들어와서 한참 혼자 길을 헤매다, 저는 다시 결론을 내렸답니다. 남은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함께 출발했던 친구와 다시 함께하기로요. 한동안 각각 여행을 해왔거든요. 오늘, 처음에 함께 출발했던 그 설레임을 가지고 친구를 만나러 페루 리마로 떠납니다. 이제는 함께하는 여행을, 그리고 둘이 만들어 가는 인생을 잘 즐겨 볼렵니다.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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