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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창완-오토바이로 기타를 타는 철든 소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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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11월11일, 설악 켄싱턴 호텔에서는 파키스탄 지진피해 난민 성금 전달식이 열렸다. 식이 끝난 후에는 김창완의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김창완. 최근에는 <아일랜드>, <떨리는 가슴> 등의 드라마에서 조연부터 주연까지 연기자로 활약하고 여러 재미있는 광고의 CM송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그는 최근 <이제야 보이네>라는 에세이집을 발표한 그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종합예술인´이다.

지금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엔터테이너인 김창완이 한국 록음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룹 산울림 시절에 발표한 <아니 벌써>는 70년대 젊은 음악의 상징이었고 그 시절 파격적인 사운드와 직설적 어법으로 기성세대를 통쾌하게 풍자했었다. 그들은 수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며 <골목길>, <나 어떡해>,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가지마오>, <꼬마야>,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등의 히트곡들을 줄줄이 뽑아낸다.

설령 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 세대일지라도 여러 번 리메이크된 김창완과 산울림의 노래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각종 CF 등을 통해 나오던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나 "어머니 나를 위해 (바나나 맛 우유를) 채워두~셨나 보다", 그것도 아니라면 “엘리베이터에 나비넥타이 낀 사연, 그건 말로 못해!” 로 시작하던 <순풍산부인과>의 시트콤 주제가로라도 ‘가수 김창완’을 한번 또는 그 이상 접해 봤을 것이다. 그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작품 또한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그와 꼭 닮은 깊고, 맑은 무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친근하면서도 마음을 휘감는 가사가 매력적인 그의 공연이 무척이나 고대되는 순간,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기타 하나 달랑 메고 그가 등장한다. 마이크 앞에 선 그는 마치 무대에 처음 선 사람인 양 멋쩍어한다. 이내 수줍은 표정을 거두고 노래를 시작한다. 한껏 목청 높여 산울림 특유의 록을 신나게 열창하다가도 곧이어 단조의 멜로디로 접어들면서 해맑은 웃음을 접고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한 음절 한 음절 또박또박 온 힘을 실어 노래를 하고 있음이 눈으로도 보인다.

차분한 분위기, 그에게 집중된 관객들의 시선, 노래가사에 완전히 몰입한 가수와 관객. 노래가 끝나고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이어지자 여지없이 그 특유의 해맑은 미소가 다시 떠오른다.  


 “박수 너무 많이 치지 마세요. 가사를 너무 많이 틀려서 치면 안 되는 거에요.
허허.”
겸연쩍은 소년이 된다.  


김창완의 음악. 신나는 록음악은 가슴에 묵은 때를 씻어 주지만 어머니와 옛사랑과 이별을 노래할 때면 그의 목소리는 가슴 언저리에 착착 감겨든다. 가슴에 맺힌 그의 멜로디와 슬프지만 정직한 음색이 머릿속에 맴돌고 단조롭지만 큰 뜻을 품고 있는 노래가사는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저 허밍으로든 가사를 떠올리면서든 계속 그의 노래를 낮게 흥얼거리게 된다.


“이제야 보이네 아버지 자리 떠난 지 7년….
이제야 보이네 어머니 자리 누우신 지 3년….”


최근 그가 발표한 에세이집 <이제야 보이네>를 통해 발표한 같은 이름의 노래 <이제야 보이네>를 부를 때 애잔한 분위기는 극에 달한다. 드라마 <떨리는 가슴>의 마지막 편 <행복>의 엔딩으로 깔리기도 한 이 곡은 이 세상 모든 아들딸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로 계실 때는 보지 못한 부모님의 자리가 뒤늦게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객석에 평소 그가 어머니처럼 여기던 소설가 박완서씨가 있어서인지 그는 더욱 애절한 아들이 되어 열창한다. 노래를 듣던 관객의 눈에서는 절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우리 어머니 같은 박완서 선생님을 설악에서 만나니 참 좋네요. 빨리 분위기 전환할게요.”


원래 제목을 <아들에게>로 하고 싶었지만 자기 자식만 예뻐한다고 욕먹을까 봐 <무지개>로 바꿨다며 언제나 희망을 전하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라는 설명을 하고는 공연의 마지막 곡을 부르며 대미를 장식한다.

 
‘두렵지만 황홀한’ 오도바이를 타다

 전날 새벽 2시까지 밴드와 술잔을 기울였다는 그와의 만남에서 김창완의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한다. 이전 날의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과는 달리 오토바이복을 갖춰 입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설악산을 출발해 양양에서 강릉, 구룡용을 찍고 서울로 가는 길, 그의 애마인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간단다. 천연덕스럽게 서울까지 가는 데 시속 160km으로 달리면 3시간 정도‘밖에’ 안 걸린다고 말한다.

 ⓒ 트래비

“오토바이를 타는 기분은 한마디로 누미노제(Numinose)에요. 독일 철학 용어인데 ‘두렵지만 황홀한’이라는 뜻으로 보통 사람들은 접신할 때나 외계인을 만났을 때 이 누미노제를 느낀다는데 나는 오도바이를 탈 때 그런 걸 느껴요.”

오토바이를 배운 지는 얼추 10개월 정도 됐다며 “밥 딜런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런 썩은 목소리도 노래를 하는데…라며 희망을 가질 거에요. 나 같은 사람도 오도바이를 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죠”라나.

무엇보다 예상 밖이었던 것은 그의 여행에 대한 생각이었다. 여행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도 잘 가지 않는다. “의외겠지만 저는 정말 여행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왜 떠나고 싶어하는지도 도통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가는 데 고생스럽고 가면 번잡한 생각만 들고…”

“아들 신화와 자전거로 이틀 동안 땅 끝 마을까지 갔을 때는 좋았다면서요.”


“아유, 아들이랑 있어서 좋은 거지. 거긴 사람들 때문에 갔을 거예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보통 예술가들은 여행을 통해 영감을 받는다고들 하잖아요. 김창완씨는 어떻게 영감을 받으세요?”

“영감은 아무 때나 받는 거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나 골똘히 생각할 때 영감이 떠오르지 여행은 부산스러워요.”

 50이 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를 보며 ‘소년’ 같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해맑은 미소 속에 곱고 예쁜 동시 같은 노랫말과 세상사 한 번 쉬어 가며 옆과 뒤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 김창완. 그의 음악적 깊은 울림과 인간적 매력이 대중 속에서 은근히 공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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