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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과 함께, 담양으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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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


담양은 대나무 숲과 정자가 유명한 곳이다. 또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가사문학´의 본산이기도 했다. 따라서 단순한 ´여행지´이기보다는 ´문학´을 주제로 테마여행을 떠나기에 그만인 곳이다. 늦가을임에도 오색창연한 단풍이 한창이던 전라남도 담양. 낙향을 선언한 선비들이 음풍농월하던 그 정취와 낭만을 따라 떠난다.


담양(潭陽)은 정자 문화의 산실이자 대나무의 고장이다. 한국 정원을 대표하는 식영정(息影亭)과 소쇄원(瀟灑園)이 있으며 담양의 대나무 숲은 이미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또한 담양군에서 조성한 ´죽록원´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데 솔솔 풍겨 오는 향긋한 대나무의 향내를 맡으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죽향에 취해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죽림욕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잊고 조선시대 선비처럼 절로 시상에 잠긴다. 한편 드라마 속의 촬영지로도 이름난 이곳의 대나무 숲은 한류 열풍을 타고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영화 <알 포인트>의 대나무 숲 속 전투 장면의 촬영지도 베트남 현지가 아닌 담양의 죽녹원이었다고. 공포 영화가 촬영된 장소라서 그런지 대숲의 정기와 운치와 더불어 영화 속에서 느꼈던 왠지 모를 적막감과 서늘함도 함께 맛본다. 그 밖에도 드라마 <다모>와 영화 <흑수선>도 이곳의 대나무 테마공원에서 촬영됐다.


무엇보다 담양은 이서의 <낙지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비롯해 작자 미상의 효자가까지, 가사(歌辭) 18편이 지어지고 전승된 곳으로 가사문학의 산실이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정철과 송순을 비롯한 많은 선비들이 이곳의 여러 누각과 정자, 원림(園林)과 벗하면서 한가로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며 문학적 영감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대로 전해지는 명작을 배출할 수 있었던 수려한 자연 경관과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문학적 감흥을 한껏 느껴 볼 수 있었다.


이런 소중한 가사문학을 보존, 계승하기 위해 2000년 완공된 곳이 바로 가사문학관이다. 이곳에는 송순의 <면앙집>과 정철의 <송강집> 및 친필 유묵 등 귀중한 유물을 비롯해 가사문학과 관련된 서화 및 유물 974점, 담양권 가사 18편과 관계문헌, 가사 관련 도서 5,132권 등 방대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문학관 가까이에 위치한 소쇄원, 송강정, 면앙정, 식영정 등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호남 시단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 트래비

 

1. 김훈과 함께 사진을 찍다

2. 열차내 이벤트 칸. 동행하는 독자들에게 가사문학의 본산으로서 ´담양´을 설명중인 김훈작가

3. 죽녹원 입구에는 대나무를 먹고사는 팬더의 조형물이 놓여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4. 소쇄원의 한 정자에 신을 벗고 들어가 만추의 정취를 감상하고 있는 김훈작가의 모습에서 그 옛날 음풍농월하던 조선시대의 선비가 떠오른다

5. TLX의 이벤트 칸에서는 사행시 짓기, 퀴즈맞추기 등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우수자에게 상품을 제공했다.

 

▒ 소쇄원에서 풍류의 절정을 맛본다

 

매창 아침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선옹의 하실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 편에 외씨를  흩뿌려 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빗김에 다루어 내니  청문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망혜를 바삐 신고 죽장을 흩던지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 있구나 박박 닦은  명경 중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은 어디메오 무릉이 여기로다.

 

-정철의 <성산별곡> 중

 

소쇄원 근처 식영정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정철이 지은 가사 <성산별곡> 중 일부 구절이다. 식영정은 근처의 여러 정자들 중 가장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그림자도 쉬어 간다’는 의미의 식영정 가까이에는 <성산별곡> 기념비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노송이 운치를 더한다. 기념비 뒤 연못 주변에 자리잡은 서하당(棲霞堂)은 정철이 그의 스승 서하당 김성원에게 글을 배웠던 곳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손꼽히는 소쇄원은 대숲의 정취와 인간의 손으로 이뤄낸 건축미가 조화롭다. 소쇄원은 16세기에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자신의 고향에 만든 정원으로 사랑채와 서재가 붙은 제월당, 계곡 가까이에 있는 정자인 광풍각, 초가 누각인 대봉대 등이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한가운데로 깊고 시원스러운 계곡이 흐르고 있다. 정자와 대숲과 오색의 단풍이 붉고 노랗게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니 늦가을의 정취가 더욱 눈부시다. 밝음과 어두움의 원리를 보여주는 대나무 숲길, 아름다운 자연과 정성스런 인공이 조화를 이룬 소쇄원. 그 어느 곳보다 남도의 풍류가 넘치는 곳이다. 정자에 앉아 야트막한 산에 폭 싸여 있는 정자와 맑은 햇빛에 반짝이는 눈부신 연못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옛날 글깨나 쓴다던 선비들의 풍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  담양에서 느끼는 감흥을 말한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문학기행이 아니었다. <시사저널>의 편집장이었고 ‘문학기자’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구사했던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씨가 여행에 동행해 평소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치 조선시대의 은사(隱士)인 양 일행을 앞서 보내고 홀로 소쇄원의 아담한 정자에 앉아 화려한 풍광을 그윽히 바라보고 있던 김훈씨에게 이번 여행의 느낌을 물었다.


“담양의 수많은 정자들은 모두 시가(詩歌)문학의 요람입니다. 선비들의 유토피아이며 울분에 찬 지식인들의 시국 성토장이며 마을의 일을 의논하는 공화당이었으며 조선 전기 호남 시단의 그 비옥한 시가문학을 일구어낸 산실이며 요람이에요. 담양의 아름다운 정자를 보며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고경명과 김덕령을 떠올립니다. 이 둘은 식영정과 소쇄원을 오가며 산수를 벗 삼아 지내던 시인이었어요. 시를 버리고 왜적을 막아내기 위해 전쟁터로 나아간 두 청춘을 떠올리며 그들이 사랑했던 담양의 한 정자에서 삶에 대한 경건성을 회복합니다.”

 

ⓒ 트래비

 

1. 죽녹원에 빽빽히 들어선 왕대숲 쭉뻗은 대나무가 산책길에 그늘을 드리워 운치를 더한다.

2. 관광객들이 가사문학관 앞 호수에 커다란 잉어를 신기한 듯 보고있다.

3. 소쇄원은 지금 단풍길이 장관을 이룬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그만인 산책길

4. 소쇄원 뒷편. 유독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따 손에 쥐고 좋아하는 자매의 모습

 

▒  참가자들이 말하는 담양 문학기행

 

친구들과 문학기행에 참가한 김지영씨.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때부터 김훈 작가의 골수 팬이었어요. 남도의 가사문학과 그럴듯한 조화를 이루는 김훈씨의 분위기를 바로 옆에서 느껴 볼 수 있었고 단풍이 한창인 담양에서 시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네요.”


김지영씨와 여행길에 동행했던 노상미씨는 “소쇄원이 가장 좋아요. 아담한 나무 다리와 졸졸 흐르는 개울가, 주위를 둘러싼 울창한 대나무 숲에서 세상을 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들고… 소쇄원에서 한달만 있어 보면 저라도 시인이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시립대학교 2학년에 대학중인 최유미씨는 "독서와 여행은 똑같은 것 같아요. 책 위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몸으로 직접 떠나는 게 여행이고 마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은 독서고. 그래서 이번 여행은 문학이 테마여서 더욱 뜻 깊었고 평소에 존경하던 김훈 작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더 의미 있었어요."
참가자들은 이렇게 이번 여행길을 정리해 주었다.

 

* KTX 관광레저가 운영하는 관광전용열차 TLX를 타고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지역을 테마로 소설가 김훈, 윤대녕씨 등 유명저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다음 호에는 제2탄, 소설가 윤대녕씨와 강원도 춘천으로 떠나는 김유정 문학기행을 실을 예정입니다.

 

 

※ 담양, 그 밖의 명소

 

-´전국 제일´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해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정평이 난 이 가로수길은 오늘날에는 대나무와 더불어 담양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담양의 명물이다. 굵직한 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 길과 비슷하면서도 웅장한 규칙성과 운치가 한층 더 강하게 느껴진다. 담양 읍내 동쪽 학동 교차로에서 금월교에 이르기는 길이 그 유명한 가로수길로 길 곳곳에서는 여행객들의 기념촬영이 이어지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마을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관방제림


관방제는 관방천을 따라 형성된 제방이다. 관방제림은 관방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강둑에 조성된 숲이다.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엄나무 등이 약 2km의 길이로 울창한 숲을 이루는데 대부분 300살이 넘은 고목들이다. 숲길은 사시사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이용되고 물 맑은 관방천은 아이들의 여름철 물놀이터로 시끌벅적하다.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관방천의 둑길에서 예전에는 죽물시장이 열렸지만 지금은 산더미처럼 쌓인 죽제품을 두고 흥정을 벌이던 시장의 훈훈한 풍경은 볼 수 없다.

 

-선조의 ‘혼’ 깃든 금성산성


담양리조트 옆에는 금성산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복원하기 시작한 금성산성에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 수많은 외침(外侵)을 이겨낸 선조들의 혼이 깃들어 있다. 민가터, 절터, 동헌 터, 우물, 돌절구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유물을 곳곳에서 만난다. 성곽 길은 산책로로 중간 중간에 전망대에서 전망을 감상한다.
 

※ 담양의 별미

 

ⓒ 트래비

´죽림원´에서는 식당 입구에서부터 죽 늘어서 있는 대나무 숲이 손님들을 맞는다. 식용으로 쓰는 대나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5~6월에 나오는 맹족죽은 죽순이 30~40cm로 자랐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 그중 우렁죽순회는 이 고장의 대표 음식으로 자연산 우렁의 쫄깃쫄깃함과 죽순의 아작아작함이 더해져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다. 웰빙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대나무 통밥은 밤, 대추, 현미, 숯 등 15가지 재료를 대나무에 넣고 밥을 짓는데 죽력이라는 대나무 수액이 밥에 스며들어 향긋한 대나무 향이 느껴지는 담양의 별미다. 대통밥 정식은 1인분에 8,000원, 대통 찜 토종닭 3만5,000원, 우렁죽순회 1만5,000~2만5,000원. 담양 월산초교 옆에 위치해 있다.

061-383-1292


담양에서 ‘신식당’을 물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집이기 때문에 못 찾을 일이 없다. 전라도 한정식 상에 오르는 단골 반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떡갈비를 기차게 잘 하는 집으로 알려진 식당으로 떡갈비는 갈비에 붙은 기름을 떼고 살만 발라 칼로 곱게 다진 후 뼈에 다시 뭉쳐 얹은 후 숯불에 올려 계속 양념장을 바르며 구워내는 음식이다. 담양 죽물박물관에서 죽물시장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닿게 되는 신식당은 10여 가지가 넘는 맛깔스러운 반찬과 먹음직스런 떡갈비, 갈비탕이 한상 가득 나온다. 068-482-9901

 

담양에서 잠잘 곳

 

가사문학기행을 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호텔로는 신양파크호텔(062-228-8000)과 광주 시내의 1급 호텔인 그랜드호텔(062-224-6111), 파레스호텔(062-222-2525), 국제호텔(062-673-0700), 코리아나호텔(062-526-86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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