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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규슈를 가다] 유후인 & 유노히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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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

 글+사진 = Traviest 임태영  taelong22@yahoo.co.kr

트래비스트, 규슈를 가다 1 - 임태영

야후와 함께 했던 제 2기 트래비스트 공모전에 뽑힌 이들을 기억하시나요? 최종 선정된 대상자 4명이 최근 규슈로 취재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벳부와 아소, 나가사키와 구로카와 등 규슈 지역을 구석구석 훑어보며 재미난 이야기들과 생생한 정보들을 한아름 짊어지고 왔답니다. 규슈 취재여행 그 첫 번째 이야기, 트래비스트 임태영씨와 함께 작은 온천마을인 유휴인과 유노히라로 떠나 볼까요.  

 + 취재협찬 : 규슈로  www.kyushu.or.kr

 유후인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주인의 애정이 듬뿍 담긴 집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왜일까? 집 앞 마당의 작은 풀 한 포기조차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유후인에 도착해 느낀 첫인상이다. 

조용한 시골 길, 숲 사이로 들어가면, 토토로가 잠들어 있을 것만 같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흰색 늙은 고양이, 골목마다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내며 흐르던 맑은 온천수, 분위기 있는 까페에서 마시는 홈메이드 케잌 한 조각과 진한 커피…. 유후인은 파레트 안에 들어찬 색색의 물감들처럼 자기들만의 색을 내는 다양한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그 것들이 모아져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마치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아늑한 느낌이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이야말로 훌륭한 관광지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유후인 마을. 마을 사람들 여유롭고 안정되어 보이는 모습이, 그래서인지 다른 관광지와는 다른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 트래비 

유후인에는 거리 곳곳에 온천물이 흐르고 있다. 심지어 하수도 구멍에서조차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확실히 온천마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자연과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는 료칸들은 일본 전국에서만 연간 400만면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인 곳이다. 이 밖에 오래된 민가들을 그대로 살려 만든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잡화가게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푸근한 분위기가 마을 전체에서 배어난다.

넋을 잃고 구경하며 거리를 지나가는데 빵모자를 눌러쓰신 할아버지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한다. 자칭 ‘하나무라’여관의 ‘마네키네코(손님 부르는 고양이)’라는 사토 쯔토무씨. 원래는 학교 미술교사였는데, 50세를 넘기면서부터 각 지역을 돌면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리고 있단다.  지금은 물 좋고, 사람 좋고, 공기 좋은 유후인에서 만난 관광객들을 그리는데 장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옛작가 오하라 쇼스케 상처럼 “늦잠, 아침술, 아침온천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사토 쯔토무씨의 너털웃음이 왠지 구수하게 느껴진다. 사토 쯔토무씨의 그런 신선놀음 같은 느긋함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 바로 유후인이다. 

테마 1.
유후인의 ‘진짜 가고 싶어지는 가게’

언젠가 책에서 ‘진짜 가고 싶어지는 가게’라는 테마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진짜 가고 싶어지는 가게의 8가지 조건. 1. 자신이 모르던 ´탐나는 것´이 발견되는 가게 2. 완전 쓸 모 없는 것, 쓸데없는 것이 있는 가게 3. 팔고 있는 사람이 최강의 열광팬인 가게 4. 쇼핑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의 가게 5. 규모에서가 아니라, 나와의 거리로 사귀어질 수 있는 가게 6. 경험을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가게 7. 갈 때마다 변화하는 가게 8. 파는 사람, 만드는 사람, 사는 사람이 서로 기르고, 길러지는 가게.

이 말대로라면, 유후인에는 100점 이상이 될 만한 ‘진짜 가고 싶어지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주인장 자신이 즐기면서 가꿔나가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거리에 즐비하게 널려 있다. 갤러리와 손맛이 느껴지는 창작 공예품들을 파는 곳, 30~40년만에 햇빛을 보는 듯한 중고 물건을 파는 상점, 잼 공장 등 다양하고도 이색적인 멋들이 지나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트래비 

1.강아지의, 강아지에 의한, 강아지를 위한  이뉴야사키 
2. 각종 고양이 관련 예쁜 물건들이 많은 네코야시키
3. 영화 마니아인 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유후인의 한 상점. 
4. 유후인의 귀여운 고양이들 

+ 이 곳만은 꼭 들러보자!

-이누야시키
 

링컨이 그랬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그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강아지의, 강아지에 의한, 강아지를 위한 장소’쯤이 되지 않을까. 가게 안에 강아지가 부른 노래가 흐르고 있을 정도로 가게의 테마가 확연히 느껴진다. 각종 도그용품부터 귀여운 캐릭터 상품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다양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네코야시키 

그다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 번 들어가면 빠져들만큼 예쁜 물건들이 많다. 손톱만한 인형과 각종 앙증맞은 캐릭터 상품들이 자꾸만 지갑을 열게 만들 정도. 2층으로 올라가면 장난꾸러기 아기 고양이와 심드렁해 보이는 고양이 4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잠깐 고양이들과 놀다가는 건 어떨까.  

-토토로의 집

유후인 마을과 너무도 어울리는 토토로의 집! 토토로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전부 모여 있다. 토토로 팬이라면 무척이나 좋아할 만한 장소. 한 번 들어가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테마2.8가지 놀이터, 유후인 미술관 

유후인에 왔다면 절대 빠뜨려선 안될 곳. 바로 유후인 미술관이다. 유후인 미술관은 마치 옛날 초등학교를 연상시킨다. 초록색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아담하고도 소박한 목재 건물이 ‘ㄷ’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미술관 관람은 1번부터 8번까지 전시실 번호를 따라가며 순서대로 보면 된다. 이 중 3번 전시실은 ‘도모다치 아시유’, 우리말로 하자면 ‘친구 족탕’쯤 되는 독특한 공간이다. 족탕을 하나의 아트 작업으로 승화시킨 곳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중에 잠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다. 5번은 휴게실로 엽서를 직접 만들고 보낼 수 있는 코너가 있는데, 이름 한번 기가막히다.

‘타임 슬립 아트 메일.’  

ⓒ 트래비

한 장에 100엔(해외일 경우엔 120엔)을 요금함에 넣고→ 미래의 자신 혹은 가족, 친구에게 지금의 꿈과 기분, 유후인에서의 추억 등을 쓴다 → 그리고 보내고 싶은 곳의 주소와 받고 싶은 날짜를 쓰면 끝! → 고이 접어서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잊어버릴 즈음 도착한다). 탁자 위에는 물감과 색연필이 있어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다. 미술관 아래 푸르게 펼쳐진 정원과 저 멀리 온천수가 흐르는,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산을 바라보면서 미래의 나에게 엽서 한 장을 보내보자! 사소하지만 귀여운 아이디어가 여행의 설렘을 곱절로 늘려준다. 

6번 전시실을 나와 모노미야구라로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근사한 전망이 보이는데, 맑은 날에는 정면에 유후다케가 보인다고 한다. 7번 전시실을 나와서도 역시 미술관 주변의 마을들을 360도로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소박하지만 작은 놀이터 같은 느낌이 나는 미술관에서의 한나절. 아기자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꾸며 놓은 센스가 더욱 감탄할 만하다.  

‘눈썹 위에 행복’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그렇게 어슬렁 어슬렁거리며 한가로이 거리를 산책하며 다니는 것, 유후인을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이다. 

 

미술관 관람 후 차 한잔  

ⓒ 트래비

미술관 관람 후 까페에서 조용히 남은 감상을 정리해보자. 유후인 미술관 안에는 분위기가 다른 두 곳의 까페가 있다. 유명한 P롤 케잌을 파는 B-speak카페와 일본식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KIRIYA가 그 곳이다.


B-speak에서 유명한 것이 P케잌과 커피세트다. 엄선하여 고른 달걀로 만든 촉촉한 빵에 신선한 생크림이 가득 들어 있다. 그 맛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한번 맛본 이들은 잊지 못할 정도. 더군다나 미술관 티켓을 보여주면 1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하루하루가 만족스러운 유노히라

유후인 역에서 2정거장만 기차를 타고 달리면 조용한 시골 마을, 유노히라에 도착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한국의 시골과 다르지 않다. 역에 내리니 여관에서 나온 인상 좋은 할아버지와 자기 얼굴만한 호빵을 물고 있는 귀여운 손녀딸이 반갑게 맞아준다. “임상?”하며 친근한 미소로 손짓하는 할아버지에게서 마치 시골댁에 놀러온 듯 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역에서 작은 봉고차를 타고 10분 정도 올라간 곳에 유노히라 마을이 펼쳐져 있다. 중앙의 돌길을 중심으로 양 옆에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한적하기만 하다. 300년전 자연석을 깔아서 만든 돌바닥 언덕길을 또각또각 게다(일본식 샌달)를 신고 유카타를 입은 관광객들이 조심조심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마을 가운데로는 시원스럽게 흐르는 강을 따라 일본식 여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고노가와 강가를 따라 자리잡은 유노히라 온천은 에도시대(16.3~1867)부터 ‘도지바’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다고 한다. ‘도지’라 함은 온천지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몸의 나쁜 곳을 치유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유노히라 온천이 몸 건강에 이롭다는 뜻이다. 유노히라 온천수는 특히 위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초저녁이 되니 마을 전체에서 된장국 냄새가 난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곤소곤하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정겹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용하게 흘러가는 곳. 따뜻한 인심과 한가로움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숨에 씻겨지고 대신 마음의 여유가 그 자리를 메운다.  

 
ⓒ 트래비

 1.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유노히라의 전경 
2. ´남자는 괴로워´ 의 다양한 포스터들  
3. 일본여관의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메뉴
4. 온천에서 파는 만쥬과자응 50엔에 사먹을 수 있다.  

노천 온천과 토라상의 방 

ⓒ 트래비 / 온천의 여주인과 딸

여관에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따뜻하게 반기며 방으로 안내한다. 다다미로 된 전통 일본식 방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탓인지 방 한가운데 고타츠(테이블 난로)가 놓여져 있다. 

일본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일본식 전통 여관에서 묵으면서 일본식 정식을 먹고, 노천온탕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체험하고 나서 그만 홀딱 반해버렸다.

식사 때가 되니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방으로 저녁식사를 가져다준다. 메뉴는 야끼니꾸(불고기), 전골, 일본 회, 익힌 대하구이, 고구마 그라탕, 새우튀김 샐러드와 그 외에 다양한 반찬들. 입이 딱 벌어진다. 성인 남자라도 혼자서는 절대 다 먹기 힘든 양의 푸짐한 밥상이 올라온다. 정말 호사를 누려본다는 느낌이 제대로 든다. 시장했던 참에 더욱 맛있게 저녁식사를 즐실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장롱 안에 있는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세가지 종류의 온천이 있었지만, 먼저 노천탕으로 향했다. 저 멀리 산이 바라다보이는 노천 온천은 공기 좋고, 바람도 시원한 것이 천상 무릉도원에 온 듯한 기분이다. 아무 걱정 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니, 그간 쌓인 피로가 한번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다. 가져온 책 한권을 읽고 있던 도중에 스르르 눈이 감겨 버린다.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시간이다.

온천을 하고 나오니, 바로 앞에 ‘토라(남자주인공 이름)상의 방’이라는 이름을 붙인 휴게실이 눈에 띈다. 일본의 옛날 영화 ‘남자는 괴로워’의 팬인 여관 주인이 영화 관련 수집품들을 모아놓은 방이다. 일본의 유명한 영화인 ‘남자는 괴로워’는 남자주인공 아쓰미 기요시씨가 죽기 전까지 27년간 48편이나 제작되어졌다고 한다. 줄거리는 중년의 남자가 좋아하는 여성에게 차인다는 스토리지만, 그것을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고향의 가족들과 사람들의 배려, 그리고 현대인들이 잊어버린 따뜻함이 전해져오는 영화라고 한다. 수집품 중에는  유노히라에서 촬영했던 당시의 사진들도 모아져 있다. 30년보다 더 오래 전의 유노히라 거리의 모습들인데 지금과 거의 변함이 없어 보인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와있는 듯 한 느낌이 드는 묘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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