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행의 백미는 역시 바다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파란 바다. 그 바다를 생각하고, 그 바다에 발을 적시고, 그 바다에 몸을 내맡기고 그러노라면 여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다가 실어오는 바람으로 여름이 온통 향기롭다.  

여름휴가 행선지 1호-동해 바다

여름의 바다 하면 누구나 먼저 동해를 떠올린다. 하늘만큼 파란 바다에 일어나는 하얀 포말과 눈부신 해변의 백사장. 동해, 꿈꾸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찬 곳이다. 그래서인지 늘 여행을 하는 이들은 물론 일년에 딱 한 번, 바캉스 시즌에만 여행을 하는 이들도 동해를 찾는다. 해변이고 바다고 발 딛을 틈 없이 분주한 건 당연지사. 유명세를 치를 대로 치른 강원도 강릉이나 속초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때는 동해의 멋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조금은 한가한 강원도 양양의 하조대나 고성의 화진포로 발길을 옮긴다. 

양양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고려가 기울어져 나라가 어려워지자 내려와 새 왕조의 건립을 모사했다는 곳이다. 이성계가 정권을 잡은 후 그들은 벼슬길에 오르기 위해 떠났고, 사람들은 그들의 성에서 한 자씩 가져다 하조대라는 이름을 지었다. 하씨 총각을 사랑했던 인근 마을의 조씨 자매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하조대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전설도 있다. 그뿐인가. 하조대에는 전설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기암절벽에 자리한 등대와 정자는 물론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를 지닌 하조대해수욕장의 백사장도 일품이다. 

고성 화진포해수욕장에는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지기를 거듭해 이뤄냈다는 모나즈 성분의 모래가 깔려 있다. 백사장의 모래는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주변에는 1,500여 종, 4만 점에 달하는 해양 유물을 전시한 해양박물관과 이승만, 김일성, 이기붕 등 지난 시절 권력자들의 별장을 개조한 역사안보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동해를 품은 곳이 강원도뿐일까. 경북 울진, 영덕, 포항을 지나 닿게 되는 경주 감포는 동해의 멋과 더불어 신라의 향기를 담은 바다다. 감포해수욕장은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이 자리한 곳. 자신의 시신을 동해에 묻으면 죽어서 용이 돼 왜구를 막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을 따른 것이다. 그의 아들, 신문왕이 감포가 바라보이는 곳에 지은 감은사도 볼거리다. 감은사지라 불리는 지금은 두 기의 탑과 옛 터만 남았지만, 예스러운 향기만은 여전하다. 
 

추억의 바다 위를 걷는다-서해 바다

해거름 즈음, 붉은 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걷는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몽환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풍경. 헌데 전남 함평의 돌머리해수욕장에 선 이들은 모두 바다를 걷는다. 

썰물과 밀물의 차이가 큰 돌머리해수욕장에서는 낮은 둑을 만들어 인공 해수풀장을 조성해 놓았다. 밀물 때 들어온 물을 가둬 썰물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편하지만 둑 위를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물이 들어와 풀장과 바다가 경계를 이루며 찰랑거릴 때에는 바다를 걷는 듯한 몽환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은 배가된다. 

몽환과 낭만이라면 전북 부안 변산반도를 빼놓을 수 없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뭍이되 섬인 듯한 이곳. 하루의 반나절은 바다가 품었다가 드러내는 채석강은 그 자체로 환상적인 공간이다. 바다가 채석강을 놓았을 때에도 그는 늘 다른 모습이다. 어느 때에는 거무튀튀한 지층을 그대로 내보이다가 또 어느 때에는 햇빛을 받아 붉게 빛난다. 

학암포와 신두리, 십리포,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몽산포, 파도리, 갈음리 등 충청도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추억의 수만큼 많은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해수욕장 솔숲에서 가족들과 야영을 했던 만리포,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본 후 한달음에 달려갔던 갈음리. 당신 아마도, 몽산포의 젖은 백사장 귀퉁이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두 숱한 기억과 추억만큼 아름다운 곳들이다. 

헌데, 그래도 최고라면 안면도를 꼽고 싶다.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과 물 밑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는 맑은 바다. 누구는 너무 많이 가봐서 또 누구는 알려질 대로 알려져 싫다지만 사실 안면도에는 꽃지해수욕장이나 백사장항 등 몇 곳을 제외하고는 한여름에도 사람 발길 뜸한 곳이 많다. 

이름도 예쁜 샛별이나 바람아래해수욕장 등은 그래서 여전히 맑은 물빛을 간직한 곳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