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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기획특집 제2탄 국내여행 - 이색휴가체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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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공식에서 벗어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겐 휴가=피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가 직장이나 집안 일을 어느 정도 쉴 수 있었던 휴가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한때에 불과했으니 당연히 피서(避暑)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휴가! 나만의 방식대로 새롭고 알차게 보낼 방법을 고민할 때다. 

 

산사에서의 하룻밤-템플스테이

개인적으로 절은 저녁 어스름 즈음에 찾는 걸 좋아한다. 천성이 부지런해 새벽 산사를 찾아 보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까닭에 저녁 즈음의 절 풍경이라도 맛보자는 의도다. 

아침이나 저녁의 절은 특별하다. 중생을 깨우치려는 타종과 사물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어서다. 가만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 한 구석이 우는 듯하다. 순간 잡생각이 밀려왔다가 다시 머리가 멍해지고 백지 상태가 된다. 소리 한번 듣고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허나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비구니 스님의 부드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운문사의 북소리나 소백산의 정적을 조용히 깨우는 부석사의 종소리, 젊은 스님의 힘찬 기백이 돋보이는 법주사의 북소리, 그 모두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깨달음을 향해 우리를 이끈다. 

아침과 저녁의 타종을 모두 들은 건, 천성이 게을러서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의 한 곳이 얼마 전 산불 피해를 입은 낙산사에서다. 그때 낙산사에서 템플스테이 중이었다. 

템플스테이. 말 그대로 절에 머무는 거다. 하루나 이틀 혹은 한 달 이상도 괜찮다. 절에 머물며 스님들의 생활을 경험하고 절제된 생활을 배우게 된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는 참선, 발우공양, 다도 등이 포함돼 있다. 바른 자세에서 복식 호흡을 하며 나를 돌아보는 참선과 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밥을 먹는 발우공양, 머리를 맑게 해주어 늘 깨어 있게 한다는 다도가 또다른 수행 방법이다. 

템플스테이는 지정된 여러 사찰에서 경험해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선무도를 배울 수 있는 경주 골굴사와 같이 특징 있는 곳도 있다. 정기적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찰은 서울 길상사, 묘각사, 봉은사, 조계사와 강원도 동해 삼화사, 평창 월정사, 충남 공주 갑사, 마곡사, 영평사, 계룡 무상사, 서산 부석사, 경북 경주 골굴사, 문경 대승사, 김천 직지사, 경남 밀양 표충사, 전북 김제 금산사, 부안 내소사, 남원 실상사, 완주 송광사, 전남 보성 대원사, 해남 대흥사, 미황사, 강진 백련사, 장성 백양사, 나주 불회사, 순천 송광사, 화순 운주사, 구례 화엄사 등이 있다. 템플스테이 사찰의 프로그램을 보거나 예약하려면 templestay.com으로 접속하면 된다.  

고택에서의 하룻밤-지례예술촌

임하호를 따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30여 분 들어가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듯한 지례예술촌이 숨어 있다. 고택 앞으로는 임하호가 펼쳐지고 삼면은 푸른 산이 감싸 안은 형상이라 풍수지리를 모르는 이도 한눈에 명당임을 느끼는 곳이다.

지례예술촌은 1663년 조선 숙종 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 김방걸 선생의 종택. 임하댐이 수몰되자 후손인 김원길(62)씨가 이전, 복원했다. 옛 향기 물씬한 이곳은 지금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및 회의장소, 전통생활학습장, 유교연수원 등으로 쓰이고 있다. 건물 중에는 지촌종택, 지촌제청, 지산서당 등의 문화재가 포함돼 있다. 그중 지산서당은 지례예술창작촌의 중심건물로 각종 학술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건물이다. 

예술촌이라고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사람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례예술촌에 머물기 원하는 이들은 예술 여하를 막론하고 방만 있다면, 누구나 묵을 수 있다. 그리하여 그곳에 묵게 된다면 하룻밤, 자연의 품 안에서 휴대폰은 잠시 잊는 것이 좋다. 잊을 것도 없이 지례예술촌에서는 휴대폰을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아마도 고택의 향기를 그대로 느끼라는 하늘의 뜻일 게다. 

툇마루를 거쳐 방 안으로 들어서면 시골 냄새가 가득하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늑한 방. 사면이 창호지로 바른 쪽문이다. 쪽문을 열면 아, 기와 위로 올라선 임하호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풀벌레 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도 좋다. 비라도 한 차례 쏟아져 내리면 다닥다닥 빗방울은 흙 마당을 치며 합창을 한다. 그 합창, 두꺼비도 한 몫을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툇마루에 앉아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 술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술을 사러 나가면 된다. 지례예술촌에서 가게가 있는 곳까지는 ´겨우´ 40리 길이다. 

창호지 창살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은 더욱 좋다. 호수 위로 물안개가 가득 피어 오르면 산책로를 따라 고택 뒷산으로 올라 본다. 임하호와 어울린 고택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이 좋다면 지례예술촌에서는 종가제사를 볼 수 있다. 올해에는 8월27일과 9월13일, 9월30일, 10월2일, 10월21일, 11월24일의 제사가 남았다. 예약이나 문의는 054-853-3455나 jirye.com으로 하면 된다. 

그 밖에 수애당도 지례예술촌과 마찬가지로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 안동 임하호 변에 자리하고 있다. 예약이나 문의는 054-822-6661, suae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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