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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 전문점 - 못난이들의 전성시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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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생김새나 이름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재료가 주꾸미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시에 전국에서 몇 개의 축제가 열릴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배우로 치면 감초의 역할을 하던 조연배우들이 감칠맛 나는 연기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과 같다. 하여튼 머리 크기가 다리 길이와 비슷한 '숏다리'의 대명사 주꾸미는 맛있다. 특히 봄이 되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같은 과의 주연배우에 해당하는 낙지와 견줄 만큼 커 버렸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모든 어패류들이 그렇지만 산란기를 앞둔 것들은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몸에 가장 많은 영양분이 저장되어 있으므로 영양가 있고 맛있다. 주꾸미의 경우는 3~4월이 그런 시기다. 5월 이후엔 살이 질겨진다. 주꾸미 맛의 진수인 보드랍고 말캉거리는 식감과 입안을 감도는 단맛이 사라진다. 그래서 주꾸미는 봄에 먹어야 한다. 

주꾸미는 서해안, 남해안 여러 곳에서 난다. 그중 변산 부근도 주꾸미 산지로 유명하다. 3월초에 가본 변산 모항에서는 주꾸미를 잡는 소라껍데기 그물이 항구의 방파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딱딱한 집을 좋아하는 주꾸미는 소라껍데기만 보면 기어들어가 살기 때문이다. 산지에서는 날로 먹는 산주꾸미를 최고로 친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주꾸미구이도 즐겨 먹는다. 미식가들은 봄에 머리에 주꾸미알이 밥알처럼 들어찬 주꾸미 데침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오둑오둑 씹히는 소리까지 미식의 요소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신선도의 문제로 인해 주꾸미 머리를 대개는 손질해서 내놓는다. 그리고 양념에 재어 놓은 주꾸미를 구워 먹는다. 물론 재료의 신선함이 떨어지는 원인도 있지만 양념 주꾸미 구이는 그 자체로 주꾸미의 맛을 제대로 낸다. 매콤한 양념과 주꾸미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 트래비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주꾸미 전문점을 들라면 누구나 '충무로 주꾸미 불고기'(02-2279-0803)를 꼽는다. 가장 먼저 서울에서 주꾸미 전문점을 표방한 집이자 맛도 명성에 걸맞게 좋은 집이기 때문이다. 순천이 고향이신 주인아주머니답게 순천에서 혹은 최대 산지인 부안이나 서천 등에서 잡자마자 급랭한 주꾸미를 사용한다. 태양초와 새마을초를 2대1 비율로 넣고 직접 만든 고추장에 참기름, 간장, 설탕,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으로 주꾸미를 구워 낸다. 양념에 담겨진 주꾸미는 겉보기에는 일반 주꾸미 집 주꾸미와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지만 달궈진 석쇠에 올려지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주꾸미가 둥굴게 말려지며 노릇하게 구워진다. 재료가 신선함을 알 수 있다. 주꾸미는 다리가 오그라들기 시작하면 바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질겨지고 양념 때문에 쉽게 타기 때문이다. 구이 음식에 가장 좋은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은 살짝만 익혀 먹는 주꾸미 구이에 제격이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식감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각'이라는 의성어다. 양념도 맵지 않다. 원래 주인은 맵게 먹는 것을 더 맛있게 치지만 손님들이 아주 매운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원하는 손님들에게만 매운 주꾸미 구이를 내놓는다. 주꾸미를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킨 주꾸미 볶음밥도 맛있다. 충무로와 더불어 마포의 '주꾸미 숯불구이'(02-703-3286)도 유명하다. 전남 고흥에서 잡은 생주꾸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꾸미의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재료 때문에 다른 집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가격 때문에 고민한다면 용두동 사거리 농협 뒤쪽 주꾸미 전문 골목을 권하고 싶다. 허름한 분위기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대로변 입구에 있는 집이 가장 유명하다. 엄청난 양의 주꾸미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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