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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찬가 -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봄날은 간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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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 트래비

봄이 되면 얻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이 얻는 것이라면 머리털마저 나른해지는 피곤함으로 인한 의욕의 상실이 후자이다. 그래서 봄에는 입맛을 찾기 위한 음식들을 먹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나물이다. 특히 신채라고 불리는 달래, 냉이 등을 먹거나 아욱 같은 나물을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떨어진 입맛은 금세 '식탐'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런데 너무 평범하다. 필자처럼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시원한 그 무엇이 입맛을 돋우는 데는 마음보다 몸이 더 먼저 알아차린다. 평범한 하루를 조금 특별한 하루로 마무리 짓고 싶다면, 시원한 막걸리도 괜찮다.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시장 바닥에서 시원한 막걸리에 모듬전 하나 시켜 놓고 먹다 보면 봄날은 시원하게 간다. 

예부터 서민들의 술이었던 막걸리는 최근까지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한 텁텁한 맛 때문에 손과 입이 가기 쉽지 않았던 술이었다. 특히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쌀 막걸리를 먹을 수 없게 된 규제가 이런 현상을 극대화 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하면 막걸리란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은 그가 막걸리를 자신의 서민적인 이미지의 표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부산의 산성 막걸리 같은 특수한 예를 제외한 전통의 막걸리들이 사라졌다가 부활하고 있다. 

ⓒ 트래비

2001년 1월부터 막걸리를 막걸리답지 못하게 한 규제들이 사라지면서 막걸리는 새로운 스테이지로 옮겨 가고 있다. 공덕동 로터리에 있는 공덕 시장은 서민들을 위한 식당들이 즐비하다. 가격도 싸고 양은 많고 맛도 좋고 분위기도 인간적인 그런 공간들로 저녁이면 시장은 난장을 연출한다. 

그곳에서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마포 할머니 빈대떡(02-715-3775)'이다. 대로변에서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이 집은 이제는 별관까지 거느린 대형 식당으로 성장했지만 서민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가게 앞은 산더미처럼 쌓인 전과 튀김들이 이 집의 주 메뉴가 무엇인지 말해 준다. 한 접시에 5,000원, 큰 접시는 1만원이다. 1만원짜리 하나면 서너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동태전, 고추전, 동그랑땡, 깻잎전, 부침개 등 10여 종류의 각종 부침과 전들은 따뜻하고 푸짐하다. 이 푸짐한 안주들을 성찬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시원한 막걸리이다. 발효가 진행 중인 '생'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일주일 정도이다. 이 짧은 유통기한은 막걸리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막걸리를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우선 생 막걸리 두 병을 시킨다. 두 병의 유통기한은 당일자 하나와 당일에서 3~4일이 지난 막걸리 한 병으로 구분한다. 이 두 병의 유통기한이 서로 다른 막걸리를 한 주전자에 부어 섞는다. 며칠 차이로 발효가 다르게 진행된 막걸리를 섞으면 전세계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막걸리가 탄생한다. 하얀 사기 잔에 그 막걸리를 넘치게 따라 놓고, 입맛 돋우는 동그랑땡을 한 점 먹고 나서 막걸리를 마신다. 왜 막걸리가 농주인지를 알 수 있다. 6도 안팎의 약한 도수와 시원함과 달달함이 식도에서 위까지 사람을 각성시킨다. 전의 기름기가 막걸리의 신선함, 시원함과 어우러져 정신적, 육체적 포만감을 제공한다. 돈 걱정할 필요도 없이, 양 걱정할 필요도 없이 먹다 보면 '사람에 끌리고 분위기에 취한다'. 

고대생들에게 교가만큼 친숙한 노래 '막걸리 찬가'. 고대생이 아니더라도 막걸리의 시원함을 느껴 보라. 입에서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마 봄날이 절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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