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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 봄이 오면 비벼 보자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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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트래비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새싹이 돋는다.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조상들은 주린 배를 그 봄나물로 채웠다. 나물을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은 한민족과 일본인들이다. 그래서 채식을 위주로 했던 한국인의 위가 서구인보다 80cm 이상 길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 

그 나물을 가장 멋지게 먹는 방법으로 비빔밥만한 것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외국인들도 이 놀라운 야채와 고기, 곡물의 완벽한 조화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국내 항공사의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비빔밥의 대명사인 전주 비빔밥을 보자. 밥이 뜸이 들 무렵 콩나물을 넣고 여기에 햇김, 청포묵, 쑥갓, 고추잎을 넣고 육회와 간장, 고추장, 참기름 같은 양념에 계란을 얹는다. 모든 재료가 다 들어간다. 색깔도 오색으로 화려하다. 맛은 섞였으되 본연의 재료 맛이 살아 있고, 살아 있으되 튀지 않는다. 불가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처럼 오묘하고 다양하며 단순하고 맛있다. 

ⓒ트래비
이와 더불어 비빔밥의 쌍벽으로 알려진 진주 비빔밥은 ‘화반’이라고 불린다. 숙주나물, 고사리 나물, 산채, 도라지 나물에 육회, 볶은 쇠고기,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 청포묵, 실고추 등을 섞어 먹는다. 그야말로 하얀 밥 위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 그 자체다. 

진주의 장터에 가면 이런 화반 비빔밥과 더불어 육회 비빔밥이 유명하다. 육회의 붉은 색이 흰 쌀밥과 어우러져 무뚝뚝하고 속 깊은 경상도 사나이의 맛이 난다. 둘 다 고추장이 중요한 맛의 요소이다. 고추장이 상용화된 시기를 18세기로 본다면 지금 먹는 형태의 매운 비빔밥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고추장이 대중화된 18세기 이전에 비빔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동 헛 제사밥이 그 증거인데 말 그대로 제삿밥 아닌 것으로 비빔밥을 만들었기에 생긴 이름이다. 고추장을 넣지 않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난다. 유래는 제사시 음복하기 위해서 밥에 제사상 위에 올린 각종 요리 재료를 섞어 먹은 데서 기원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여튼 비빔밥은 빨리 밥을 먹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으면서도 영양가 최고의 음식인 것만은 확실하다. 

서울의 명동과 북창동에 있는 '전주중앙회관(02-776-3525<명동>/ 02-754-7789<북창동>)'에 가면 전주 비빔밥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전주에서부터 역대 대통령들도 찾았던 곳이 서울로 옮겨 온 것이다. 따뜻한 밥을 맛장에 비벼 돌솥에 담아 낸다. 물론 밥 위에는 전주 비빔밥의 가장 큰 특징인 콩나물과 시금치, 도라지, 호박 나물, 산채, 비듬 나물, 무채 등의 나물과 잣, 밤, 은행, 황포묵이 얹어져서 나온다. 따라 나오는 콩나물 국과 반찬은 봄날의 깔깔한 입 안에 환한 봄 내음을 선물한다.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여서 일본인들로 언제나 만원인 곳이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운 청춘들이라면 종로 2가의 ‘소문난 경북집(02-2275-8177)’을 권한다. 1인분에 3,000원의 가격으로 푸짐하면서도 맛있는 양푼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양푼의 거대한 그릇은 비빔밥을 비비기에는 더 없이 좋은 그라운드다.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풀 때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다 넣어서 비벼 먹는 장면이 드라마에 가끔 나오는데 이곳의 그릇의 크기와 깊이는 드라마 소품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밖에 요즈음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새싹 채소를 전문으로 하는 새싹 채소 비빔밥들도 건강상, 미식 기호 등의 이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봄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봄에 드셔 보시길 권한다. 봄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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