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홍원기-"그의 미소가 성실함을 넘어 빛난다""
"야구선수 홍원기-"그의 미소가 성실함을 넘어 빛난다""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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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딸이 있어 행복해요

한달 전만 해도 수많은 함성과 열기로 들썩들썩했던 잠실 구장.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마친 이곳은 당분간 ‘휴업’ 상태다.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만 간간이 모습을 비칠 뿐 관중석에는 온기 한 점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관중석에 다시 서니 잠깐 동안이지만 그때 그 힘찬 함성과 응원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당시 감흥이 되살아나는 듯 그도 잠시 상념에 잠긴 모습이다.

비록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지는 못했지만 올 한해를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 왔던 홍원기 선수다. 지금은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지만, 당시만 해도 두산베어스 소속 전천후 내야수로 종횡무진 잔디구장을 누비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끌고 왔던 숨은 공로자이다. 우승을 놓친 마음이 물론 아쉽지 않겠냐만은 오히려 그는 홀가분한 눈치다. 1년 중 150여 일을 외지(?)에서 보내야 하는 야구선수 생활이 가족에게는 늘 미안한 일. 비시즌 기간만이라도 아내와 딸과 함께 알뜰살뜰하게 보내고픈 마음이 누구보다도 가득하다.

올해 우승하면 온 가족이 함께 호주를 다녀오자고 딸 채연이에게 굳게 약속했는데, 그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단다. “작년 말에 방송사에서 주최한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는데, 2라운드에서 ‘카스테라’가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도중 탈락했는데, 채연이가 방송국이 떠나가라 울어대더라구요. PD, 작가들 모두 난감해했죠. 아마 아빠가 떨어진 게 무척 서러웠나 봐요. 올해 꼭 우승해서 호주 가기로 했는데….” 채연이를 어떻게 달래나 벌써부터 고민이 되나 보다. 그에게 채연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보석 같은 존재이다.

동료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 결혼한 편인 홍 선수는 작년 이맘때쯤 하와이로 지각 허니문을 다녀왔다. 결혼할 당시만 해도 유럽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IMF가 터지면서, 구단쪽 만류도 있고 해서 제주도로 약식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8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렀었다. “허니문이라고 명분은 달았지만 사실 아이가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렇게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게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앞으로도 시간만 된다면 자주 같이 여행을 다닐 계획이에요.”

일년에 한두 번은 해외로 전지훈련을 나가는 그이기에 좋은 곳을 다닐 때면 항상 가장 먼저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하와이도 2003년 캠프 때 미리 눈도장을 찍어 놓았던 곳. 아내가 함께 동행하긴 했지만 훈련 때문에 맘 편히 즐길 수 없었던 것이 내내 아쉬웠던 탓이다.

 전지훈련지 호주 퍼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

“해외 전지훈련 많이 다니시죠.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기자의 질문에 홍 선수는 대뜸 호주 퍼스를 꼽았다. “호주 하면 대부분 시드니만을 떠올리는데, 서쪽 끄트머리에 퍼스라는 지역이 있거든요. 거기 정말 좋아요.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느라 갔었는데요, 너무나 인상 깊었어요. 시드니가 화려한 도시라면 퍼스는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전원적인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난생 처음으로 부러웠다니까요. 지금도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퍼스가 이제 막 한국에 알려지고 있는 관광지임을 감안할 때, 홍 선수는 10년도 더 전에 일찌감치 퍼스의 매력을 알아본 셈이다.

미국 보스턴도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 곳이다. “아마 국가대표로 갔던 것 같아요. 그때 보스턴에 도착했을 때가 저녁이었거든요. 상상만으로 그려 오던 보스턴 야경을 직접 마주한 순간, 너무 감격적이어서 눈물까지 나더라니까요.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서요.” 그랜드 캐년이나 쿠바 하바나도 이곳들만큼이나 필(Feel)이 꽂힌 장소들이다.

반대로 타이완은 별로 추억할 만한 것이 없는,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곳이란다. 그도 그럴것이 가서 한 것이라곤 빨래하고 선배들 뒤치다꺼리밖에 한 것이 없기 때문. “그때 사진들을 보잖아요, 전부 어두운 표정뿐이에요. 한 달 반 정도인가 있었는데, 집에 갈 날만 꼽았을 정도니까요.(하하)” 

해외 전지훈련 하면 바깥에서는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를지 몰라도 정작 선수들 본인은 끝없는 훈련의 연속일 뿐이다. 해외에 나갔어도 맘 편하게 여행지 한 번 둘러보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면 사람들은 믿을까. 더군다나 여행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맛기행, 여행기자가 무척이나 부럽단다. 언젠가 유럽과 스위스, 아프리카를 가보마 벼르고 있는 그이다. 하지만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듯. 여행기자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 트래비

가족들을 위한 사진사 노릇도 마다 않죠

그는 국내에서도 시간만 나면 여기저기 차를 끌고 다니며 드라이브 여행을 즐긴다. 시끌벅적한 도시 라이프보다는 경치 좋은 한적한 공간을 좋아하는 그가 추천하는 곳은 전북 부안. 설악산 또한 그가 즐겨 찾는 등산 코스다. 시즌이 끝난 시점이면 등반 오는 사람들도 적어 한결 한적하고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산도 좋고, 인심도 좋아요.” 홍 선수는 FA 신청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결심을 굳히기 위해 부근 산에 올라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가족들과는 비시즌 기간에 주로 다니다 보니 여름에 찍은 사진들이 별로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홍 선수이지만,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딸 채연이를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건 사진사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다. 집을 나설 때면 꼭 카메라와 캠코더를 챙겨 간다는 그. 항상 각 포지션에 맞는 글러브를 몇 개씩 지니고 다닐 정도로 성실맨으로 소문난 홍원기. 가족들에게도 만점짜리 아빠임에 틀림없다.

 에필로그

 첫인상이 좀 차가워 보이는 그이지만 몇 분 되지 않아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기자가 명함을 내밀었더니 자신도 사진이 박힌 명함을 내놓는다. “아마 야구선수 중 명함을 가진 이는 저밖에 없을 걸요” 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부탁했더니, 무척이나 쑥스러워하면서도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프로다운 정신이 묻어 나온다. 트래비 독자들을 위한 사인 위에도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적어 준다. ‘항상 행운이 깃들길 기원합니다.’남은 한해, 그에게도 바라던 행운이 찾아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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