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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11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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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에서 맛보는 라틴의 향기

'여행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뭐였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항상 '떡볶이'라고 답한답니다.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서서 먹던 떡볶이를 그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아플 때도 매콤한 떡볶이 한 접시만 먹으면 다 나을 것만 같았지요.

길거리 음식 애호가인 저는 남미에서도 평범한 레스토랑보다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를 구경하는 게 재미있더군요. 깔끔한 유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남미의 옹망졸망한 도시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아로마를 공부하는 호주 친구 니키와 아침 일찍 길거리 음식 사냥에 나섰습니다. 시청 앞 포장마차에서 출근 전 토스트와 꼬마 김밥을 먹는 서울의 샐러리맨들처럼, 도시의 중심인 대성당 앞 포장마차에서 산만한 멕시코 아저씨들이 열심히 뭔가를 드시고 있더군요.  

바로 옥수수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또르띠야에 고기와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멕시코 음식의 대표주자, 따꼬(Taco)였는데요. 소고기와 양고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따꼬 속이 가지런히 놓여 있더군요. 그 옆에는 양배추와 토마토, 양파 같은 야채들이 쌓여 있었구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빨갛고 초록 빛깔의 각종 살사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를 주문한다'는 길거리 음식 선택 원칙에 따라 가장 많은 손님들이 들고 있는 따꼬를 시켜서 맛을 봤습니다. 음식점에서 먹던 것과는 또 다른 맛이더군요. 쫄깃한 고기와 매콤한 살사의 절묘한 조화! '맛자랑 멋자랑' 같은 TV 프로에나 나올 법한 대만족의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렸더니, 하얀 주방장 모자를 쓴 주인 아저씨는 너무 기뻐하시며 덤으로 따꼬 하나를 더 주시더군요. 

호주 친구 니키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은 따꼬 포장마차보다 길거리의 샐러드 바였습니다. 브로컬리와 컬리 플라워, 옥수수, 감자 등을 삶아서 파는 노점상이었는데요, 단돈 1,000원에 한 접시 가득 주더군요. 물론 멕시코 음식의 생명인 레몬과 살사도 잊지 않았지요. 

멕시코뿐만 아니라 쿠바, 페루, 볼리비아도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었습니다. 쿠바의 오비스포거리는 각종 튀김과 볶음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로 길이 정체가 될 정도였답니다. 특히 피자는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파는 음식 중 하나였는데요, 500원 정도면 피자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지요.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러 가는 등하교 길에 매일 먹었던 것도 길거리 음식, 따꼬였답니다. 과테말라에서는 특히 단백질이 풍부한 아보카도를 듬뿍 넣어 주더군요. 

과테말라의 길거리 음식 중 인상적인 것은 '아로스 콘 레체'. 아로스는 밥, 레체는 우유라는 뜻으로, 풀이하자면 우유에 밥을 만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들 특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아로스 콘 레체의 달콤한 맛이 제 입맛에는 딱이더라구요.  

페루와 볼리비아에서는 또르띠야 속에 여러 가지 소스를 넣어 만든 빵, 엔칠라다가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였습니다. 장거리 버스를 타야 할 때, 닭고기가 들어간 엔칠라다 두 개면 뱃속이 든든해지거든요. 

그래도 라틴아메리카 길거리 음식 중 넘버 원은 역시 과일입니다. 시장에서는 자몽과 파인애플, 수박과 같은 과일들을 예쁘게 잘라서 팔더군요. 비타민 만점! 여행자에게는 싸고 맛있는 둘도 없는 효자라고 할 수 있죠.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 길거리에서는 파나마 모자를 쓴 아주머니가 자두만한 사과를 담은 사과 주스를 팔고 계시더군요. 맛은? 예상대로 사과를 살짝 헹군 것처럼 묘하더군요.  

라틴의 길거리 음식들이 신기하고 아무리 맛이 있어도, 역시 최고는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 먹는 오뎅과 떡볶이! 길거리 식도락 기행을 할수록 신촌에서 먹던 길거리 음식의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군요.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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