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그 섬에 가고 싶다

누구는 산이 좋다 하고, 또 누구는 바다가 좋다 하고…. 막상 휴가를 떠나려 하니 혼자가 아닌 이상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고민이다. 문득 떠오르는 제3의 묘안이 바로 ‘섬’. 산도 바다도 모두 한몸에 품고 있다는 점에 구미가 당긴다. 그것뿐이랴. 다른 피서지들에 비해 비교적 한가하다는 점도 크나큰 매력. 그래, 결정했어! 올 여름 휴가는 섬으로 가는 거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섬들 대부분은 인천시 관할구역인 곳이 많다. 섬 아닌 섬인 영종도와 용유도를 비롯해 최근 영화 <실미도>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무의도, 신도, 시도 등에 이르기까지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섬들이 꽤 많다. 하지만 정말 섬 여행을 만끽하려면 적어도 배를 타고 1시간 이상은 들어가야 육지와 뚝 떨어진 섬만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

검붉은 달이라 불리운 자월도

대부도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가면 자월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섬에 도착한다. 조정의 세무를 담당하던 관리가 이곳에 세금을 거두러 왔다가 거센 바람에 며칠씩을 돌아가지 못하던 터에 초조한 마음에 육지쪽을 바라보니 검붉은 달만이 희미하게 보여 자(紫), 월(月)이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자월도에는 밭작물로 메밀을 많이 재배하는데 메밀밭 위로 어스름한 달빛이 스며들면 자월도의 밤은 실제로도 붉은 기운을 품는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여름에도 자월도는 그나마 비교적 한가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이 나 부쩍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선착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골해수욕장과 큰말해수욕장은 완만한 경사의 백사장을 품고 있는 아담하고 소담한 곳이다. 해수욕장 입구에 수십년 된 아카시아 군락지가 있어 향긋한 내음과 자연 휴식처를 제공해 준다. 해변을 벗어나 섬 내륙으로 들어오면 제법 등반 코스 티를 내는 산자락을 오를 수 있다. 자월도 최고봉인 국사봉에 올라 섬 한바퀴를 휘휘 돌아본다. 보이는 건 저 멀리 또 다른 섬일 뿐 망망대해 마음을 줄 데라곤 초목과 바위, 갯벌뿐이다. 산 정상까지 풍겨져 오는 비릿한 바닷내음이 육지 산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해수욕장 주변에서 민박집들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섬까지 자가용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 섬, 섬

섬을 논하는데 남해가 빠질 수 없다. 마치 흩뿌려 놓기라도 한 듯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섬들. 특히 남해의 섬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원시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들이 많다. 도시와 바다, 섬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이국적인 여수. 그 주변에도 가볼 만한 섬이 많다. 섬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 거문도와 백도. 이외에도 선녀가 내려와 노닐었다는 금오도와 공룡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사도 등 쪽빛 남해바다와 어우러진 섬들이 한가로움와 여유로움 속에서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기서 지도상 조금 동쪽으로 올라가면 소매물도를 만나게 된다. 경남 통영항에서 동남방 방향으로 26km 지점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그만 섬. 여러 차례 방송을 탄 덕택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한번쯤 들어 봤음 직한 유명섬이 돼 버렸다. 맑고 푸른 바다와 초원 위의 하얀 등대가 소매물도의 주요 아이콘이라면 섬 주변의 기기묘묘한 갯바위들은 숨겨진 또 다른 비경이라 할 수 있다. 소매물도 마을 뒤편의 비탈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최고봉인 망태봉 정상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섬들의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서쪽은 모래밭이고 동쪽은 자갈밭인 특이한 지형이 돋보이는 비진도 해수욕장에서는 파도에 밀려온 바지락과 미역, 백합을 줍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섬 내 펜션과 리조트 시설이 있어 숙박이 가능하다.

섬 속의 섬, 제주도 우도와 비양도, 차귀도 여행도 권할 만하다. 동남아 여느 백사장 못지않은 새하얀 모래사장에 옥빛 바다를 자랑하는 우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여행지. 또한 올 초 인기를 끈 드라마 <봄날> 촬영지로 알려진 비양도는 2~3시간이면 섬 관광을 너끈히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섬이다. 비록 협재 해수욕장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하루 2~3번밖에 배가 다니지 않아 스스로 섬 안에 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