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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채구 + 황룡 - 하늘 아래 또 다른 하늘이 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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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새파란 하늘 아래 또 다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하늘보다 더 맑고 시린 물빛을 간직하고 있는 숨겨진 신들의 호수, 바로 구채구다.

구채구(九寨溝)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닥 낯익은 여행지는 아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은, 그러나 한번 다녀간 이들이라면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처럼 최근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하니 현재 중국 최고 관광지로 손꼽히는 장자지에와 황산을 따라잡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인 듯 보인다.  

구채구가 주요한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1970년대 벌목공들에게 우연히 발견된 이곳을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1992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만큼 구채구는 중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 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구채구는 오히려 발견이 늦게 된 덕분에 원시림 그대로의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범접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중국 정부에서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필요한 부분만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관람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다. 


ⓒ트래비



ⓒ트래비

(좌) 사랑하는 연인들이 계단을 내려와서 구채구의 오채지에 소원을 빌고 다시 올라가면 죽는 날까지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우) 보석 빛깔을 닮은 구채구의 호수들


인고의 세월 속에서 빚어 낸 자연의 신비는 그야말로 끝이 없다. 아니, 그 끝에 구채구의 물빛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구채구가 유명한 이유는 일단 ‘물빛’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석회 성분과 시간이 남긴 침전물로 채워진 호수 바닥의 색이 물 위로 비춰지면서 다양한 빚깔을 표출해 낸다. 이 물빛은 주변 원시림과 어우러져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보고 있되, 말로는 표현을 못한다는 그 느낌을 아는지. 구채구를 보고 있으면 딱 그 표현이 들어맞는다. 이에 더해 아직 겨울을 벗어 내지 않고 있는 설산과 산등성이 사이로 갑자기 얼굴을 내미는 새파란 하늘은 구채구를 더욱 환상 속 세계인 양 만든다. 

Y자 모양의 형태를 가진 계곡인 구채구는 Y자의 윗부분을 셔틀버스로 이동하면서 구경하고, 나머지 아랫부분의 시작인 낙일랑 폭포부터는 걸어서 둘러보면 된다. Y 모양의 오른쪽 끝부분의 관람은 천아해(天鵝海)로부터 시작한다. 시간이 만들어 낸 원시림의 흔적들이 호수의 밑바닥에 남겨져 다양한 물빛을 표출하고 있다. 밑바닥이 모두 비칠 정도로 깨끗한 호수는 그 세월의 흔적을 여러 가지 색의 파노라마로 펼쳐 낸다. 

천아해를 지나면 보이는 진주탄(珍珠灘)은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햇살이 비춰지면 노란색의 바닥 위로 빛나는 물의 형태가 마치 진주와 같은 모습이다. 그 지형을 따라 이름도 진주탄이라 붙여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잔도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원시림 속에 숨겨진 비경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진주탄 폭포가 나온다. 물빛이 아름답고, 바위의 틈새 사이를 비집고 떨어져 내리는 물 흐름 또한 범상치 않은 형상이라 구채구 안의 모든 폭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고 한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트래비

(좌) 비단을 뽑아 내듯이 멋진 물줄기를 보여 주는 낙일랑 폭포 
(우) 황룡의 가장 위쪽에 있는 오채지의 물빛이 의심스러웠던 한 관광객이 직접 물을 만져보고 있다


Y자 형태의 계곡의 왼쪽 끝에는 거대한 호수 장해(長海)가 있다. 구채구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해는 수심도 가장 깊다고 한다. 호수 앞에 우뚝 서 있는 설산은 일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어 호수 위로 하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에서 호수를 걸어다니며 싸우는 멋진 결투 신을 찍은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장해에서 조금 내려오면 오색 빛깔 영롱한 호수를 만나게 된다. 이름하여 다섯 가지 색깔의 호수라는 뜻을 지닌 오채지(五彩池). 깊이가 약 7m인 호수 바닥이 투명한 물빛에 비쳐 선명하게 내보인다. 호수 밑 부분에 깔린 하얀 색의 석회 물질이 진한 에머랄드 빛으로 빛나고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초목들이 물결 위로 잔잔히 비춰지면 그 모습은 여느 보석에 비할 바가 아니다.  

Y자의 교차점이 되는 낙일랑(落日朗) 폭포를 지나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서우해(犀牛海), 잔잔한 물결이 돋보이는 노호해(老虎海), 19개의 작은 호수가 연결되며 여러 풍경을 만들어 가는 수정군해(樹正群海), 물길이 다양하게 퍼지며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수정 폭포까지 모두 둘러보면 대략적인 관람 일정이 마무리된다. 구채구는 적어도 하루 정도는 넉넉히 투자해야 숨겨져 있는 많은 풍경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볼이 발간 티벳 사람들 

구채구 계곡 안에는 9개의 티벳족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구채구의 이름도 바로 여기서 따왔다. 이들 티벳족을 부르는 다른 이름은 장족. 구채구가 자리한 지역이 사천성 내의 장족 자치구이다. 그래서인지 구채구 인근 지역에는 티벳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3층 짜리 나무 집들과 집앞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깃발들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티켓 사람들은 대부분 모두 볼이 발갛다. 기압 차이와 자외선의 영향으로 볼이 발갛게 보인다고 하는데 옛날부터 얼굴에 홍조가 드는 것을 미의 기준으로 여겼던 중국인 만큼 다른 지방보다 미인이 많이 나온다. 고지대에 위치한 사천성은 날씨 또한 흐릿한데,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하얀피부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사천성의 여인들을 미인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트래비

1. 삼국지 영웅들을 모신 사당인 무후사는 건물 사이로 둥근 모양의 입구들이 독특하다
2. 황룡 오채지의 에메랄드 빛 호수
3. 황룡은 해발 3,000m의 높은 지대에 있어서 거의 일년 내내 설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황룡(黃龍)은 구채구와 더불어 사천성 내에서 최고의 풍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구채구와 같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번은 다녀올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구채구에서 설보정(雪寶頂)이 속해 있는 민산산맥(岷山山脈)을 따라 3시간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황룡에 도착한다. 황룡을 방문하는 제일 좋은 시기는 7월부터 10월까지. 주변 모든 연못에 물이 차고 다양한 풍경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하기 때문에 입산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아 황룡을 방문할 때는 사전에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한다.   

황룡도 구채구와 마찬가지로 1992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었다. 황룡은 고지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는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채구가 호수와 폭포를 중심으로 볼거리가 모여 있다면 황룡은 석회 성분이 만들어 낸 계단식의 밭처럼 이어진 연못들이 볼거리의 중심이다. 황룡에는 계단식 논처럼 생긴 3,400여 개의 크고 작은 연못이 모여 있는 계곡이 있어 만약 그곳을 다 잇는다면 그 모습이 용과 같이 보인다고 한다. 

기후의 조건에 따라서 시시각각 다른 모습들로 채워지는 황룡의 연못들은 한번 온 발걸음을 두 번, 세 번 다시 오게 만들 만큼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바닥에 가라앉은 석회질의 침전물들이 호수 주변의 수목들이 지니고 있는 본래 빛깔들과 조화를 이루어 내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바다의 에머랄드 빛과는 다르다. 아마도 그건 황룡 주변에 어우러진 다양한 풍경들이 물 빛깔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리라.   

황룡이라는 이름에 관해서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져 오는데, 티벳어 ‘금색의 호수’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황룡사라는 절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신비의 동물인 ‘용’과 가장 좋아하는 색인 ‘황’색이 결합된 이름이니만큼 이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황룡의 원시림과 자연도 구채구처럼 잘 관리되어 있다. 원시림에는 여러 가지의 동물과 식물들이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으며 구채구와 마찬가지로 녹색환경지구(Green Globe 21)에 등록이 되어 있다. 석회질로 덮힌 계곡 또한 상태가 양호하다. 고지대인 황룡은 거의 일년 내내 눈을 볼 수 있는 설보정이라는 산이 계곡의 끝 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구채구가 연두색 나뭇잎으로 뒤덮인 것과 대조적으로 아직도 겨울 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황룡은 안전문제로 4월부터 개방을 한다고 한다. 또한 구채구의 계곡들은 셔틀버스로 이동하면서 내려오게 되는 데 반해 황룡은 나무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관람한다. 물이 가득 차기는 이른 계절이어서 물이 말라 있는 영빈지와 비폭류회의 모습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도 눈이 많이 보이는 설보정산을 보면서 올라갈 수가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었다. 

길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조금만 빠르게 움직이면 숨이 차 오르는것이 이곳이 고지대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입구부터 천천히 걸어서 2시간여를 걷게 되면 황룡의 최고의 장관이라는 오채지를 볼 수 있다. 오채지의 주 관람로는 도교 사원인 황룡고사(黃龍古寺)의 왼편에서 시작되는데, 그곳에서부터 모퉁이를 돌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오채지의 모습들은 환상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오채지는 황룡의 입구에서부터 4km 정도 떨어져 있고 693개의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겨울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계절별로 다른 모습이 언제나 멋진 비경을 연출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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