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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일본 동북아 6현을 가다] 여섯가지 색깔로 일본의 매력을 그린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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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야마가타, 미야기, 이와테, 아오모리, 아키타

다음과 함께한 트래비스트 공모전 사진 부문에 입상한 김수연씨가 일본 동북 6현을 샅샅이 돌아보고 왔습니다. 특유의 진지하고 개성 있는 시각으로 전하는 그의 여행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세요! 



후쿠시마, 야마가타, 미야기, 이와타, 아오모리, 아키타. 이들 동북 6현은 5월까지 파릇한 봄의 연록색 기운과 순백 겨울산의 장엄함이 공존한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5,000여 년 역사 유적을 마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1년 내내 축제의 활기가 가득할 뿐 아니라 각종 먹거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북 6현의 매력을 통해 일본의 참다운 매력이 새롭게 다가온다.

후쿠시마 현 하나미야마 공원

개인이 이룩한 30년 역사

하나미야마 공원은 후쿠시마시 교외에 있는 개인 소유의 산이다. 한 개인이 사재를 털어 30년 세월에 걸쳐 만든 공원으로 벚꽃 2,000여 그루와 함께 매화 1,500그루, 이 밖에도 복숭아 나무와 목련, 개나리가 차례차례 꽃을 피운다.  주인장 야베씨(76세)는 한때 생업의 터전이었던 이곳에서 사람들이 사철 자연의 기운을 맛보며 즐거워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개인이 만들어 준 봄의 선물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관광객들의 탄성 속에서 숙연함마저 느낀 건 꼭 야베씨의 깊은 주름과 상처투성이인 손을 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꽃나무 하나하나 손수 심었을 30여 년 정성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더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감상 포인트      4월말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1,700m의 아다타라야마와 가까워 스키와 온천 그리고 만개하는 봄 꽃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일정으로 금상첨화! JR 후쿠시마 역에서 버스로 갈아타 하나미야마 공원 입구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20분, 요금은 무료.

미야기 현의 센다이 시 

도시의 활력과 조화를 이루는 온천욕 

산지가 대부분인 미야기 현 남쪽에 있는 센다이 평야에는 현청 소재지센다이 시가 있다. 센다이는 동북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산업, 행정, 교통의 중심지인 만큼 다른 도시들에 비해 활력이 넘친다. 센다이 역을 중심으로 큰 가로수 길을 따라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고 그 대로가 끝나는 지점엔 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특히나 봄철이면 공원의 벚꽃 잎이 바람에 날리고, 가로수의 불빛이 켜지는 밤이 올 때면 센다이는 꿈의 도시가 된다. 낮 동안의 생산의 활력과 밤 시간의 축제의 활력으로 몸이 노곤해질 즈음 피곤을 쫙~ 풀어 줄 온천이 간절하기 마련이다.
 
아키우 온천은 센다이에서 30~40분 거리의 산속에 있어 센다이 시의 안방 역할을 하고 있다. 식염천으로 류마티스, 신경통, 요통 등에 효과가 있어 센다이 시민들과 그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피로를 풀어 준다.  

감상 포인트       풀코스 일본식 저녁이 포함되어 있는 일본 전통 다다미에서 일본의 향을 진하게 느껴 볼 것. 아키우 온천 요금은 비수기에는 1만엔, 성수기에는 1만5,000엔(2인1실 숙박, 조식과 석식 포함) 


ⓒ트래비

1, 생활 속의 신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소원하는 모습
2. '야마데라 후가노쿠니'의 레스토랑 입구. 일본 전통음식이 코스대로 판매되고 있다.
3. 신사의 전통 결혼식.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다는 의미로 서로의 손을 씻어주고 있다.

야마가타 현 우에스기 신사, 야마데라 릿사쿠지 사찰

인간의 소박한 소망 앞에 경건해지다

일본 전통 신사. 매년 문제를 일으키는 ‘신사참배’의 이미지 때문일까? 막상 신사를 간다고 생각하니, 호기심이 생기는 한편 살짝 반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신사의 입구인 ‘도리’라는(불교 사찰의 일주문에 해당하는 문) 아치형 문을 들어서면서 신사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인간적인 작은 염원들, 개인의 합격, 사업 번성에 대한 소망부터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건강, 결혼을 바라는 마음 등 여느 나라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들에 정치적인 반감이 일순 사그라 들었다. 이들의 이런 토속신앙을 신도(神道)라고 하는데, 신도는 뚜렷한 개인 종교가 없는 일본에서 자연 속에 영적인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민속신앙이다. 

우에스기 신사는 야마가타 현의 대표적인 신사로 요네자와 성터를 공원으로 꾸며 놓은 마쓰가사키 공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일상에서도 가깝게 그들의 작은 소망과 공존하고 있었다. 공원을 찾은 일반인들도 신사를 지날 때 자연스럽게 신사에 깃든 자연의 신에게 절을 했고, 신사 입구에서 요네자와시의 유명한 특산물인 쇠고기와 곤약 등을 끼워 파는 행상들의 “이랏사이마세! 도죠~도죠~”(어서 오세요! 드셔 보세요~)라고 외치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주말 공원의 평화로움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신사는 또한 결혼식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운 좋게도 결혼식을 치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신랑, 신부를 볼 수 있었다. 서로에게 물을 떠 줘 손과 입을 씻고,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며 새출발하는 모습에서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할 생활 속 신사가 느껴졌다.

시작을 준비하게 해주는 신사와 달리 일본의 불교 사찰, 즉 절은 ‘사후(死後)’를 준비하게 해준다. 신도식 의식을 통해 신사에서 결혼을 치르지만 장례는 불교식으로 절에서 치른다. 일본에서 이 두 존재는 생활과 너무도 밀접해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야마데라 릿사쿠지 사찰은 입석사라고 하여 특이하게도 산속 바위 위에 지어졌다. 860년에 창건된 절로, 산기슭에서 정상 부근의 오쿠노인까지 이어지는 1,015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계단 한 계단이 해탈에 이르기 위한 고행의 길인 것처럼 힘겨운데, 올라가는 계단과 삼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사이에도 누군가의 안식을 염원하는 수많은 제단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었다. 특히 애기 모양의 작은 석상들이 많았는데, 추울까 봐 나이에 맞춰서 턱받이, 티셔츠 등을 입혀 놓은 모습에서 그 부모들의 상실의 마음이 보여 안쓰러웠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누군가는 해탈을 위해서 나아가고, 또 누군가는 현실 삶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거겠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로 오르게 되는 1,015개의 계단. 그 끝에는 릿사쿠지 사찰이 있었다. 산 정상에서 현세를 바라보는 듯 산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찰은 신사와는 달리 현세와 완전히 분리되는 어떤 경계가 쳐 있는 느낌이었다. 

감상 포인트      릿사쿠지 사찰의 1,015개의 계단 앞에서 체력이 걱정이라면 절과 마주보고 있는 ‘야마데라 후가노쿠니’에서 절의 전체 전경을 보는 것도 좋다. 바위 산에 흩어져 서 있는 야마데라의 전경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식 전통 가이세키(풀코스 요리) 요리, 향토요리 등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고, 야마데라를 연 고승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 ‘엔진산’이라는 일본 과자와 이 지역 특산품인 장기알 등 이곳의 명물을 살 수 있는 토산품 상점도 있다.


ⓒ트래비

1. 절대 뒤집어지지 않는 바구니 속의 맛난 단고. 따뜻한 차는 서비스. 바구니 속의 조그만 통은 요금을 담는 통.
2.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직접 전국에서 보내온 엽서들을 보고 있다. 푸근한 미소만큼 정다운 크리스마스 마을
3. 쥬니코 곳곳에는 이렇게 호수를 연결해주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이와타 현의 켄바케

아름다운 절경을 보며 달콤한 단고를! 

히라이즈미 이다이가와 강의 계곡에 2km에 걸쳐 흐르는 ‘켄비케’는 이름을 풀이하면 ‘날카로운 아름다움을 가진 계곡’ 이다. 세찬 강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강 주변 바위의 험난한 기복과 함께 생겨난 크고 작은 폭포들이 만들어 낸 이름이다. 

그런 켄비케보다 더 명물로 기억되는 ‘갓코 단고’. 갓코 단고는 팥 등 여러 가지 소를 넣은 경단을 꼬치에 끼워서 파는 가게로 찰지고 맛난 단고의 맛도 명품이지만 무엇보다 이 상점이 켄비케의 명물이 된 이유는 특이한 상술 때문이다. 켄비케의 절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소도 그렇지만 계곡을 사이에 둔 가게를 로프로 연결하여, 맞은편 강가에서 손님이 나무 판자를 목탁으로 두드리면 도르레 원리로 된 로프를 통해 바구니에 넣은 단고와 차가 배달된다. 뒤집히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바구니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여기에 관광객들의 국적기를 꽂고 내려오는 센스란! 너도 나도 이렇게 받은 단고를 나누어 먹으며 절경을 감상하는 맛은 별미 중에 별미다. 

그 가게 외에도 계곡을 끼고 많은 단고 가게가 있었다. 너도 나도 장사 잘 되는 집을 쫓아 서로 경쟁을 하게 된 것 같은데 배달 방법은 최초에 아이디어를 내고 시작한 가게 외에는 누구도 그렇게 하고 있진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도시 속 전기 줄처럼 로프들이 뒤엉킨 모습에 자연의 절경이 훼손되었을 것이다. 돌아서는 길 달디 단 단고를 먹으면서 우리나라의,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 관광지 상술이 떠올라 조금 씁쓸했다. 

감상 포인트     단고와 함께 날라 오는(?) 따뜻한 차는 무료! 요금 300엔, 영업시간 09:00~17:00. 매진될 경우 종료된다. 3월부터 11월까지는 무휴.

아오모리 현에서 아키타 현까지

세계자연유산, 시라카미 산지와 쥬니코

시라카미 산지는 아모모리 현과 아키타 현에 걸쳐 있는 13만 헥타르에 이르는 산악지대의 총칭으로 1993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세계 최대라고 일컬어지는 너도밤나무 원시림이 있으며, 여러 가지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천혜의 자연 지역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고쇼가와라 역. 일명 관광열차라고 할 수 있는 고노센 선을 타고 아키다노시로까지 해안선을 따라간다. 고노센 선은 창밖 절경을 볼 수 있는 넓은 창문과 사미센을 연주하는 문화 행사 등으로 일본에서도 인기있는 노선이다. 그렇게 1시간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아키다노시로. 여기서 30분 거리에 시라카미 산지 중에서도 코발트블루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있는 쥬니코(十二湖)가 있다. 쥬니코는 12개의 호수라는 뜻으로 울창한 너도밤나무 원생림으로 둘러싸인 산기슭의 작은 언덕에 크고 작은 33개의 호수와 늪이 있는데 이 중 눈으로 확인되는 12개의 호수를 말한다. 

빗속 안개 자욱한 호숫가를 따라 터벅터벅 올라가는 길, 10여 분을 올라갔을까? 앞서 가던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그 소리의 원인은 ‘아오이케호’의 코발트 빛 청지(淸池) 때문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빛깔의 신비함이란. 비를 맞아 선명해진 초록 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호수는 천상의 사람들이나 즐길 것 같은 묘한 신비감마저 감돌았다. 

감상 포인트      쥬니코를 가기 전 주변 크리스마스 마을을 가보는 건 어떨까? 핀란드와 자매결연한 곳으로 마을 곳곳에 핀란드식 건축물들이 서 있고 무엇보다 산타클로스가 반갑게 맞아 준다. 산타 우체국이 있어 아직도 일본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 오는 곳이기도 하다

아키타 현

도깨비들의 호통이 지켜 온 건강과 역사 


ⓒ트래비

1. 우리나라 <난타>를 연상시키는 멋진 나마하게 공연!
2. 나마하게칸에 전시된 그림. 집주인에게 술상을 대접받고 있다.
3. 나마하게 탈은 크게 파란색과 빨간 색 두가지가 있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던 도깨비. 약간은 어리숙하면서 친숙한 벗 같았던 우리네 도깨비와는 달리, 일본에는 마을의 큰 어른이자 훈육주임 같은 나마하게(도깨비)가 있다. 

12월31일 섣달 그믐날 밤을 앞두고 아키타 현의 아이들은 새해를 맞는 설렘보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 새해의 기쁨보다 하루 일찍 찾아오는 속죄의 시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하게 한 해를 보낸 어린이에게는 바라던 선물을 주지만 이곳 아카타 현은 1년에 한 번 섣달 그믐날 밤, 한해를 착하게 보내지 않은 아이들과 며느리들에게 호통을 치는 무시무시한 나마하게가 찾아온다.

나마하게는 거대한 덩치와 무서운 얼굴로 눈 덮힌 산길을 헤치고 와서는 집안 구석구석 숨어 있는 어린이들을 찾아내어 “한 해 동안 착하게 보냈느냐!”, “게으름은 피지 않고 집안 어른들을 잘 도와 드렸느냐!”며 집안이 떠들썩하게 호통을 친다. 이때 집안의 어른들은 아이들은 착하게 지냈다고 감싸 주며 약주를 대접하지만, 나마하게들은 1년 동안의 장부를 꺼내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한 해 행적을 읊어 주며 잘잘못을 말해 준다. 이때 아이들은 눈물, 콧물 쏙~ 빼며 두려움에 어른들의 옷자락을 파고들고 나마하게들은 그런 어린이들에게 더욱 호통치며 착한 아이가 되겠다는 새해 다짐을 받는다. 이제 사실이냐고? 물론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풍습이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이어져 온 이 나마하게 전통은 70이 넘은 마을 어른들이 직접 겪었던 마을의 풍습이기도 하다. 

실상은 동북 지역이 겨울에는 너무 춥다 보니 사람들이 화롯불 주위에만 모여 연기 때문에 부스럼 병이 마을마다 심해졌다고 한다. 하여 마을 사람들과 어린이들의 건강을 도모하고 새해를 새롭게 다짐하자는 의미로 도깨비의 유래를 살려 게으름을 떨치고 부지런하게 생활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전통 풍습이라고 한다. 

‘나마하게칸’을 방문하면 옛날에 직접 가가호호를 찾아다녔던 나마하게의 모습과 겁에 질려 울어 대며 착한 마음을 다짐하는 어린이들, 그 모습에 웃음 짓는 어른들의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 옛날 도깨비 얘기를 질병을 없애는 방법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그들 조상들의 현명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감상 포인트      나마하게칸은 나마하게의 역사와 미스터리를 해석해 주는 자료관으로 축제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 1일 7회의 재연 행사를 보여 준다. 요금 500엔, 개관 시간 09:00~17:00이며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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