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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가리키는 브루나이 여행 나침반

브루나이 노을 한 조각 

  • Editor. 이효진
  • 입력 2022.01.21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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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중 바투 비치
탄중 바투 비치

브루나이 사람들은 해외여행이 제한적인 어려운 시기를 즐겁게 견뎌 낼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거리 두기가 생활화 되고 실내 모임이 제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탁 트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섰다. 브루나이의 청정 매력을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코로나 시대 브루나이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른 산과 바다를 한 군데씩 따라가 보았다.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맛집이야말로 진정한 맛집이니까. 


현재 브루나이 국경은 팬데믹으로 2년 가까이 닫혀 있다.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엄격한 심사를 통한 입출국만 허락될 뿐, 국내외 여행자들에게는 여전히 인내의 시간이 요구된다. 힘든 시기 브루나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 곳들은 앞으로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사랑 받는 브루나이의 명소가 될 테다. 

부킷 시빠띠르
부킷 시빠띠르

●초보도 문제없어! 안심 트레킹 명소


요즘 브루나이에서는 트레킹 열기가 뜨겁다. 국경이 닫힌 시간이 길어지며 답답함을 호소하던 이들이 자연 속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트레킹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숲이나 산을 찾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트레일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부킷 시빠띠르(Bukit Sipatir)도 급부상한 트레일 중 하나다. 수도인 반다르스리브가완(Bandar Seri Begawan)에서 가깝고, 왕복 5km로 길이도 적당하며, 초급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난이도를 갖췄다. 덕분에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코스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들과 다같이 나온 가족단위 등산객도 많다. 

트레일의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와 담당 구조대의 연락처가 적힌 팻말이 트레킹의 시작을 알린다. 새소리와 곤충 소리가 가득한 숲을 지나고, 하늘이 탁 트인 길을 따라 걸어보자.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라임, 용과, 망고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 갈림길마다 친절한 이정표와 꾸준한 등산객들이 안내하니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식히며 한 발 더 내딛도록 응원한다. 

정상까지는 약 한 시간.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절경은 등산의 땀방울을 더욱 값지게 만든다. 초록의 산들을 굽이굽이 휘감으며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저 멀리 템부롱(Temburong) 대교도 언뜻 보인다. 강줄기를 따라 빼곡하게 자리 잡은 맹그로브 숲과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열대 우림의 진한 초록이 하늘에 닿는다.

강줄기 한쪽에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그림같이 떠 있는데, 반대쪽 하늘에서 몰려오는 두꺼운 진 회색의 구름이 변덕스러운 브루나이의 날씨를 한눈에 보여준다. 산 정상에 있는 쉼터에 마련된 작은 정자 옆에는 번개 그림이 그려진 아담한 기념문이 있다. ‘시빠띠르(Sipatir)’가 ‘번개’라는 뜻을 듣고 보니 귀여운 번개 그림이 대번 이해된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작은 성취를 자축한다. 

탄중 바투 비치
탄중 바투 비치

●브루나이 노을의 진수


해가 지기 30분쯤, 여유 있게 무아라(Muara) 지역의 탄중 바투 비치(Tanjung Batu Beach)를 찾아 나섰다. 브루나이에는 유명한 선셋 포인트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무아라 지역의 해변은 손에 꼽힐 정도. 실내 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는 시기에 가벼운 산책과 함께 아름다운 노을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니 인기일 수밖에. 이미 해변 주차장을 빼곡히 채운 차량이 이곳의 유명세를 짐작케 한다.

입구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해변을 따라 잘 포장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길의 왼쪽엔 짙은 초록의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고, 오른쪽엔 푸른 바다의 파도가 밀려와 검은 방파제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바다 끝의 수평선에서는 새하얗고 선명한 구름이 커다랗게 자라나니,  마치 산과 바다에 동시에 있는 기분이 든다. 산책로 사이사이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작은 정자들이 마련되어 있다. 

탄중 바투 비치
탄중 바투 비치

여행에서 좋은 타이밍이란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며 뛰노는 아이들,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들, 다정한 연인들, 조깅을 나온 사람들…. 붉은 해가 푸른 바닷속으로 조금씩 몸을 담그는 풍경을 감상하는 이들은 색색의 하늘빛만큼이나 다양하다. 오늘의 노을은 마치 웅장한 오케스트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양이 이별을 고하고 남은 붉은빛과 두꺼운 솜뭉치 같은 구름의 그림자가 한 데 섞여 묵직한 울림을 주기 때문일까. 무심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니 수평선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구름이 커다란 하트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노을의 축제가 펼쳐지는 곳. 오늘의 힘든 시간도 내일은 괜찮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확신을 주는 위로의 순간이다. 

템부롱
템부롱

▶브루나이 트레킹 팁 

브루나이의 뜨거운 한낮의 날씨를 감안하여 새벽 일찍 등산을 시작해서 아침에 등산을 끝내거나, 해가 한풀 꺾인 오후에 시작하여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오기를 추천한다. 하루를 다 쓰는 긴 구간의 트레킹을 원하는 이방인이라면 단독 산행은 금물. 원숭이와 뱀 등 야생동물들의 터전을 지나는 트레일도 많기 때문이다. 현지 전문가와 함께 하는 그룹 투어에 참여한다면 안전하고 즐겁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부킷 시빠띠르 트레일에서는 다양한 과일을 만날 수 있는데, 대부분 주인이 있는 나무이니 눈으로만 보도록 하자. 

 

글·사진 이효진(새벽보배), 트래비(Travie) 
자료 제공 트래비(Travie),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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