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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다

베트남 소수민족을 사랑한 남자, 레한

  • Editor. 홍아미
  • 입력 2022.01.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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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한
레한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다문화 국가다. 대부분 비엣족(Viet)으로 전체 인구의 85%에 달하며, 나머지 15%는 53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져 있다. 한 나라에 수십 개의 민족이 모여 살지만 우리가 주로 만나는 베트남 사람들이 비엣족인 이유다. 그렇다면 소수민족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호이안(Hoi An)에 위치한 프레셔스 헤리티지 뮤지엄(Precious Heritage Art Gallery Museum)에서 만난 베트남 소수민족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소개한다.

호이안 올드타운
호이안 올드타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


베트남은 세로로 긴 형태의 영토를 갖고 있다. 수도인 북부 하노이와 남부의 호치민 사이의 거리가 무려 서울-부산간 거리의 4배에 달한다고. 기후와 주거환경에 따라 다른 문화와 언어, 복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소수민족의 숫자만 53개이며 대부분 북부 산악지대에 거주하고 있다. 오랫동안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온 소수민족 마을에 일반 관광객들이 접근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2010년 프랑스 사진작가 레한(Rehahn)은 베트남 모든 소수민족들의 소중한 유산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프레셔스 헤리티지 프로젝트(Precious Heritage Project)를 시작했다. 각 부족의 문화유산, 장인정신을 연구하기 위해 무려 10년간의 긴 여정을 건너온 것이다.

그가 기록한 각 소수민족의 이야기와 사진, 전통의상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호이안 올드타운(Hoi An Ancient Town)에 위치한 프레셔스 헤리티지 뮤지엄이다.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고택이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2016년 문을 열었다. 레한 작가가 직접 촬영한 200점 이상의 사진 작품과 소수민족 부족장들이 기꺼이 기증한 전통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레한 뮤지엄
레한 뮤지엄

●다양한 소수민족 이야기 속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여러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베트남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소수 민족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레셔스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소중한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한 예술가와 각 부족 지도자들의 절박함으로 진행되었다. 이를테면 가장 작은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오두족(Odu)이 있다. 2016년 레한 작가가 그들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오두족은 불과 300명 남짓에 불과했다고 한다. 촌장에게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전통의상을 받을 수 있는지 요청했지만 남아있는 전통의상이 불과 5벌밖에 없었다고 한다(레한은 그중 한 벌을 기증받았다). 그들의 고유 언어인 프롬(Phrom)어를 말할 줄 아는 이는 10명에 불과했는데 모두 70세 이상의 고령이라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최근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한 사파(Sapa) 지역을 대표하는 소수민족은 흐몽(Hmong)족이다. 비교적 많은 인구가 거주지를 지켜나가고 있고, 전통의상을 입고 관광객들을 맞는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지만 이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인디고 염료로 천을 물들인다거나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야 완성되는 전통의상은 기성복으로 대체되고 있고 더 이상 장인들의 손재주와 기술을 반겨주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레한 뮤지엄
레한 뮤지엄

●이토록 다채롭고 아름다운 베트남의 진짜 문화


박물관은 총 5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역 별로 구분되어 그들의 복식과 레한이 직접 촬영한 사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각 부족의 특징이 영어와 불어로 설명되어 있는데 ‘PRECIOUS HERITAGE’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한국어로 된 설명도 참조할 수 있다. 복식뿐만 아니라 음악, 공예기술, 비문자언어 등 부족별로 다양한 문화적 특징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베트남의 진짜 얼굴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한 작가는 기빙백 프로젝트(The Giving Back Project)를 통해 사진 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해당 소수민족들에게 환원하고 있다고 하니, 작품 구매를 통해 그들의 아름다운 문화 보존에 기여해보는 건 어떨까.

사파 유러피안 거리
사파 유러피안 거리

●베트남 소수민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베트남에는 소수민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 많다. 하노이를 여행한다면 가볼 만한 박물관 두 곳을 소개한다. 먼저 베트남 여성 박물관(Vietnamese Women’s Museum)이다. 베트남 여성을 주제로 한 유·무형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다루고 있으며, 4층에 위치한 의복 전시관에서는 베트남 소수 민족의 다양한 의상과 장신구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베트남 민족학 박물관(Vietnam Museum of Ethnology)은 베트남 소수민족의 역사와 생활양식을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뒷마당에는 각 소수민족의 건축양식을 실감나게 조성해놓아 그들의 생활상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사파 판시판
사파 판시판

▶Mini interview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사파
주한베트남관광청대표부 리쓰엉칸 관광대사

베트남 정부는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발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박물관을 통해 베트남 소수민족을 소개하고, 베트남의 전통을 알리고 있다. 또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공산당 주석을 지낸 농 둑 만(Nong Duc Manh)은 따이족(Tai) 출신이기도 하다. 베트남 소수민족의 터전 중에서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지역은 라우 까이(Lau Cai)의 사파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판시판(Fansipan)산이 있는 곳이다. 케이블카로 해발 3,134m 높이를 오르며 고산지대 천혜의 자연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베트남 약황은 주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 베트남 개관 참고.

글·사진 홍아미, 트래비(Travie)
자료 제공 트래비(Travie),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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