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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떠나는 유럽여행 ③ 스위스 리기 + 루체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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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여왕, 리기를 하이킹하다

알트 고다우(Alth Goldau)에서 올라탄 파란 색 산악열차는 경사진 리기 산등성이와 계곡 사이를 요리조리 달려 나간다. 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믿기 힘든 눈 덮힌 산의 장관, 믿기 힘든 호수의 물 색, 손에 닿을 듯한 푸른 언덕배기에 종종 보이는 들꽃. 그 풍경에 눈을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30여 분 최고의 청정 자연을 달려, 기차가 선 곳은 정상이 가까운 리기 컬름(Rigi Kulm) 역. 해발 1,800m 리기 산 하이킹을 위해 열차에서 내린다. 하얗게 눈 덮힌 리기 산 정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따뜻하다. 현장 학습을 온 듯한 한 무리의 학생들이 소란스레 주변을 휘젓고, 지금부터 리기 산 정상을 지나 리기 칼트바트(Rigi Kaltbad)까지 약 90분간의 하이킹이 시작된다.


ⓒ트래비

1. 골든패스 라인의 내부
2. 리기 산 하이킹을 위해 산악열차에서 내린 곳은 리기컬름 역. 파란하늘, 내려다 보이는 아렿난 알프스의 고봉들이 정상의 하얀눈과 어우러져 그림같다.


순백 색 산 위에 쨍 하게 드리워진 파란 하늘, 더불어 어김없이 내리쬐는 풍요로운 햇살을 받으며 가뿐히 산길을 걷는다. “참 좋다, 참 좋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쨍한 공기. 그 안에서 지천인 눈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눈을 뭉쳐 서로서로 툭툭 던져 대다 드디어 눈싸움이다.

하이킹 중 잠시 숨을 고르고 아래 동네를 전망하는 시간은 정상에 선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묀히, 아이거, 융프라우, 티틀리스 등 스위스의 산들과 호수, 인접 지역의 도시까지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후루룩 펼쳐진다. 간간히 포인트마다 놓여 있는 망원경을 통해 도시 안 특정 건물들까지 손에 닿을 듯 탐색할 수도 있다.

내려오는 언덕배기에 밥풀을 뿌려놓은 듯 피어난 야생화, 쿠르커스에 눈길을 빼앗길 때쯤이면 리기 칼트바트다. 하이킹이 끝나고 산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온전히 자신을 풀어 놓아 본다. 체험해 보고야 비로소 안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리기 칼트바트 바위 뒤에 숨어 있는 펠젠카펠은 샘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작은 성당으로 60여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그 단촐함과 소박함이 대자연의 웅장함과 대비되어 더욱 큰 감동을 준다.

호텔 열차 ‘엘립소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위스로 넘어오면서 이용한 호텔 열차 ‘엘립소스(Elypsos)’는 영화에서나 봤음 직한, 말 그대로 레일 위를 달리는 호텔이다. 싱글과 더블로 구분되어 있는 객실마다 샤워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개별 욕실도 있어 밤을 달려 여정에 오른 여행자에게 기차 여행의 호젓함과 여유로움, 더불어 쾌적함까지 선사한다. 또한 호텔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열차 안 레스토랑에서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창밖을 조망하며 수준 높은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클래스에 따라서는 아침식사를 객실까지 배달해 주기도 한다.

루체른을 걸어서 돌아보다

아침 7시30분쯤 몽트뢰를 떠난 골든패스 라인이 루체른에 도착한 것은 낮 1시가 조금 넘어서이다. 기차 안에서 포도주 한잔 곁들여 스위스 전통 음식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들고 나서인지 새롭게 만나는 루체른이 더욱 기분 좋게 다가온다.
루체른 중앙역을 나서니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 가운데 지하철역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학생들이 유난히 생기 있다. 

루체른은 호수와 알프스, 중세 건축물들이 잘 보존된 중세 도시의 분위기와 더불어 현대적인 산업도시의 면모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알프스 필라투스(Pilatus) 고봉을 오르고자 하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전초 도시이기도 해 많은 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빈번한 곳이기도 하다. 

저 멀리 ‘카펠(Kapell)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루체른의 대표 명물이자 상징물인 카펠교는 1333년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로 길이 285m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993년 화재로 거의 소실된 것을 이듬해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7세기 스위스의 생활상과 역사적 사건, 도시 수호성인의 일대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그림 112점이 다리를 장식하고 있다.

넉넉한 푸른 강물 위에 비스듬히 자리잡고 있는 카펠교를 배경 삼아 하얀 백조들이 여유 있게 유영하며 떠 있는 모습은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까지 어우러져 차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중앙역에서 카펠교를 지나 강 왼편으로는 단아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제수이트키르케(Jesuitenkirche)’가 자리잡고 있다. 프로테스탄트 지역에 보기 드물게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성당으로 초기 바로크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건축물이다. 제수이트 성당 외에도 루체른에서 특히 유명한 종교적인 건축물이라면 ‘호프키르케(Hofkirche)’가 있다. 

호프키르케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10분가량 들어가면 루체른의 또 다른 관광거리인 ‘빈사의 사자상’이 있는데 프랑스 혁명 당시 왕가를 지키다 숨져 간 800명의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 조형물로 괴로움에 지쳐 가는 사자의 모습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바위’라는 평을 받고 있다. 빈사의 사자상 주변은 종종 들르는 관광객들이 일으키는 갑작스런 떠들썩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면 다시금 조용히 그 감동적인 바위와 분위기를 맞춰 간다.


ⓒ트래비

1. 카펠교
2. 호프키르케
3. 루체른 유람선 위에서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절로 잡힌다
4. 빈사의 사자상


그 밖에도 루체른 골목골목에는 구시가의 오래 된 장터와 종탑, 유머가 넘치는 광대 분수와 각종 부티크 숍까지 다양한 볼거리들로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구시청사 부근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이다. 로젠가르트 가문에서 시에 기증한 피카소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개관 시간은 4월~10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11월~4월까지는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이다.

‘스위스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루체른에는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로이스(Reuss) 강과 피어발트슈테터(Vierwaldstatter) 호수가 있어 도시 전체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호수에는 20여 척의 유람선과 외륜증기선이 운항되어 물 위에서 도시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런치, 디너 크루즈 등의 상품도 운영하고 있어 여유롭게 호수 주변 지역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등산 열차와도 연결이 용이해 알프스의 고봉들을 찾고자 하는 이들 또한 즐겨 이용하고 있다.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의 특별한 서비스

유럽 국가 중 철도 여행하기 좋은 나라 중 하나는 단연 스위스다. 지역 대부분을 연결하고 있는 철로, 꼼꼼한 시간표와 함께 그 스케줄을 정확히 지키는 스위스 철도는 서비스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중 돋보이는 서비스 하나는 7개의 스위스 주요 도시에서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역 구내에서 쇼핑, 은행 업무, 여행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일 시티’ 서비스다. 일요일 등 다른 상점들이 문을 닫았을 때도 늘 개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며, 여행객이나 일반인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또 다른 특이한 서비스로는 무거운 짐은 따로 맡기고 자유롭게 열차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수하물 운반 서비스’다. 보통과 속달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스위스 패스나 스위스 패밀리 카드를 지닌 여행객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스위스 철도는 지역별로 다양한 관광 열차 상품을 가지고 있으며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Swiss Travel System-STS)에서 발행하는 각종 스위스 패스는 부모 동반 16세 미만의 어린이는 열차 무료 이용 혜택이 있어 가족 여행에 더욱 적합하다. 또한 빙하 열차 일부 구간 이용과 시내버스 무료 탑승, 박물관 무료 입장 등 폭넓은 보너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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