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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떠나는 유럽여행 ② 스페인 바르셀로나 - 천연덕스럽게 빛나는 유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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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아침 7시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 역에서 ‘탈고(Talgo)’를 탄다. 약 4시간30분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에 도착이다. 차창 밖에서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아침과 더불어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국경도 슬그머니 넘어 달린다. 남부 유럽의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 안은 기대로 따뜻하다. 졸리다. 눈을 뜨니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 산츠(Sants) 역 앞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 항구, 포트 벨(Port Vell) 앞에 내린다. 콜럼버스 기념비가 서 있는 광장은 차로, 사람들로 붐빈다. 무엇이 그 지역 사람들의 성품과 느낌을 결정짓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서는 명랑하고 활달한 색조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항구 깊숙이 들어가는 항만은 들고나는 사람들로 어쩔 수 없이 서행이다. 그 와중에도 부둣가에 햇빛에 몸을 내맡기고 누워 있는 그들의 자태는 또한 천연덕스럽기 짝이 없다. 부두에 정박한 그림 같은 배들을 지나 그들의 여유로움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본다. 

아침 일찍 긴 여행에 나서느라 출출하던 차에 점심으로 부두 끝에 자리잡은 ‘엘 치피론(El Chipiron)’에서 그들이 즐겨 먹는다는 ‘빠야’를 먹어 보기로 한다. 홍합과 여러 가지 해물을 밥과 함께 볶아 내놓는 음식으로 부둣가 싱싱한 해물과 입맛에 딱 맞는 익숙한 맛에 일순 감동이 몰려온다. 2인분 이상 주문이 기본이고 가격은 16.46유로.

배도 부르고 하늘은 쾌청하니 저절로 느긋해진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그들처럼 부둣가 햇살 아래 몸을 맡긴다. 햇살은 여름처럼 따갑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부둣가의 바다는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실눈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다의 반짝임은 보석처럼 잔잔하게 눈부시다. 


 ⓒ트래비

1. 콜럼버스 기념비
2,3. 포트 벨 항만에는 그림 같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사람들은 햇살과 바람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4. 레알 광장

그 거리는 쾌활함으로 넘치고 

항구를 빠져나와 콜럼버스 기념비를 지나면 바르셀로나 최고의 명물 거리 ‘람브라스 거리(Las Ramblas)’가 시작된다. 사람들 사이로 들어서기 전에 일단 소지품부터 점검한다. 소매치기를 많이 당한다는 대표 거리라니 사전에 단속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다. 약 1km에 달하는 람브라스 거리는 초입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퍼포먼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짝퉁 마이클 잭슨이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고 조각상을 흉내 낸 카우보이, 문명 비판적인 폐기물 퍼포먼스, 과장된 뚱보 아줌마의 해프닝, 길거리 화가 등등. 결코 쉽게 준비했을 리 없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그 거리에 풍성함을 더한다. 때로 지나친 감흥은 그들의 퍼포먼스의 희생물이 되어 순식간에 볼거리로 역할이 바뀌기도 하니 저울질을 잘해야 한다.

유럽 여행의 필수품 ‘유레일패스’

유레일패스(Eurail Pass)는 유럽 여행자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에만 20여 가지의 기차 패스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효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유레일패스는 비유럽 지역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 탄생한 특별할인 승차권으로 오스트리아,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17개국의 국철을 정해진 기간 동안 주행거리, 승차 횟수, 국경 통과 여부 등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유레일패스는 1등 칸을 이용하는 유레일노멀패스, 26세 미만에 한하여 2등 칸 이용을 조건으로 할인 혜택을 적용하는 유레일유스패스, 항상 2인 이상 동행을 조건으로 하는 30% 가량 할인된 유레일세이버패스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들 세 종류는 주어진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어지는데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바로 유레일플렉시패스다. 이는 주어진 기간 동안(보통 2개월) 자신이 원하는 날을 선택해 정해진 횟수만큼 사용할 수 있는 패스다. 

또한 유레일셀렉트패스는 기본 선택 국가에 인접국가 2개국을 더해 총 3개국의 열차를 해당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독일과 헝가리, 이탈리아, 스위스 중 2개국을 추가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으며, 프랑스는 베네룩스 3국,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중 2개국을 추가할 수 있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장터 또한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다. 아기자기하고 탐나는 갖가지 액세서리에 의류, 장난감 등이 주머니 사정을 보아 주지 않는다. 가죽 제품이 특히 강세라는 스페인이고 보니 작은 가죽 소품 하나라도 챙겨 가고픈 마음에 이곳저곳 샅샅이 훑어보느라 여념이 없다. 침 흘리며 보다 보면 조심스러웠던 여행자의 마음가짐은 순식간에 저 멀리 혼자 서 있기 일쑤이다.


 ⓒ트래비

1,3 람브라스 거리에서는 재기 발랄하고 다양한 거리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2. 람브라스 거리의 초상화가
 

신성한 유머의 최절정,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하지만 바르셀로나 람브라스 인근에는 스페인의 대표 볼거리들이 즐비하니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당장 가우디의 구엘 공원과 바르셀로나 대성당, 레알 광장 등이 인근에 있고 지하철로 너댓 정거장만 가면 그 유명한 가우디의 걸작 ‘성가족(Sagrada Familia) 성당’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성가족 성당을 대면하는 순간, 뱃속부터 간질간질 번지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가우디. 그의 천재성을 유머러스한 상상력으로 버무린 성당의 자태 앞에 새록새록 유아적인 기쁨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온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1882년부터 건립되기 시작한 성당은 100년이 지난 1992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아직까지 종탑 등 건축이 진행 중이다. 완공까지는 앞으로도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하니 그러한 건축 이력 또한 하나의 농담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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