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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떠나는 유럽여행 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 세잔의 도시에 햇살이 빛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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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위에서 만나는 아주 특별한 세상

기차 타고 여행해 본 지 십수 년 만에 유럽 여행의 진수,
국경을 넘나드는 진짜배기 유럽 기차 여행을 하고 왔다.
배낭여행자들의 야간열차는 그저 그 일부분일 뿐,
기차의 종류와 분위기, 서비스의 다양함까지
기차 여행의 버라이어티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은 달걀이 없었기에 살짝 아쉬운 촌스러운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넋 놓고 창밖을 내다보며 달려갔던 그 레일 위 여행은
동동 떠 지내던 일상의 달뜸을 아래로 진득하게 끌어내려 주었다.
앞으로 또 한동안은 그 여유로운 기억으로 지내도 좋을 듯하다.
단지 창밖으로 보이던 리기 산 계곡의 청명함이
기차에서 내리던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그리웠으므로
그 기억만 꾹꾹 눌러 잘 참아 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세잔의 도시에 햇살이 빛나다



ⓒ트래비

파리의 싸늘한 공기와 확연히 다른 따뜻하고 선명한 햇살이 온몸에 감겨든다. 따뜻한 햇살에 시원한 바람이 남불 소도시의 단촐한 환영인 것만 같아 낯가림 심한 초행길 여행자의 마음이 금세 누그러진다.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엑상프로방스 시내로 들어서면서 생전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오감을 동원해 대상을 탐색하듯 ‘이곳은 어떤 곳이냐’, 온몸으로 지역 탐색 들어간다. 하지만 그 버스 정거장 풍경, 그 거리의 한가로움, 버스 타는 곳을 알려 주려고 서로 통하지도 않는 언어로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웃고 고마워하고 그래도 결국은 이해 불능, 마침내는 정거장 앞까지 데려다 주는 그 사람들로 인해 그 동물적인 반사감각은 아주 빠르게 무장 해제돼 버린다. 여기가 그 집시가 유난히 사납다는 그곳 맞아? 아닌 거 같다.

시간을 넘나드는 삶의 향기로움


ⓒ트래비

1. 엑상프로방스의 골목마다에는 작고 큰 노천카페들이 즐비하고 그 곳에서 사람들은 일상의 친밀함을 나눈다
2. 엑상프로방스 라로똥드 분수 주변 야경
3. 미라보 거리에 밤이 오면 흥겨운 사람들과 잔잔한 불빛으로 절로 망므이 설렌다


엑상프로방스 도심은 라로똥드(La Rotonde) 분수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길이 나 있다. 분수가 있는 로터리 주변에는 관광 안내소가 있고 길 건너편으로는 회전목마도 보인다. 

메인 스트리트인 미라보 거리(Le Cours Mirabeau)로 접어든다. 미라보 거리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형성돼 있는 구역 중 올드 타운 구역이 일차 탐험 지역이다. 미라보 거리에서 올드 타운 골목으로 접어든 순간 제대로 왔다는 생각에 입부터 벌어진다. 좁고 오래 된 골목길은 오가는 사람들과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그대로 살아 있다. 보수도 안한 듯 쇠락한 골목 안 성당 안에는 기도하는 방문자가 맞춤옷처럼 앉아 있고 또 골목을 헤집으며 돌아다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훤한 광장은 골목길 탐험에 한 템포씩 쉼표를 찍어 준다. 생소뵈르(Saint-Sauveur) 대성당, 자연사 박물관 등등 골목 안에 고색창연한 볼거리들이 숨어 있고 분수의 도시답게 광장과 길목마다 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그 주변으로 노천카페와 연주나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거리의 사람들이 여유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오전이면 열리는 리쉐름(Richelme) 광장 및 오뗄드빌(Hotel de Ville) 광장 인근 장터 풍경 또한 이 거리의 하이라이트다. 배추, 무, 호박 등 온갖 야채에, 잼이나 차 등 기타 수제 식품이 풍성하고, 꽃 파는 여인네에 수도원에서 가꾼 야채를 들고 나온 허리 굽은 수녀님들까지 각양각색의 물품과 각양각색의 사람들 사이에서 각양각색의 구경꾼들이 여유로운 탐색을 주고받고 있다. 골목을 지나 또 다른 광장으로 접어들면 시계나 옷가지, 각종 액세서리 등을 파는 또 다른 장이 펼쳐지고 값싼 물건을 이리저리 고르며 흥정하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로 온 광장이 들썩거린다.

여유란 이렇게 만들어 가는 거야


그런데 1시 종이 울리면서 장터의 흥겨움을 뒤집는 깜짝 쇼가 펼쳐진다. 후다닥 장을 접은 행상들이 광장을 비우면 청소차가 순식간에 광장을 정리하고 대규모 노천카페가 속속 그 자리를 메운다. 길목 곳곳에 자리잡은 노천카페는 어디 숨었다 나온 것은 아닐까 싶게 금세 사람들로 그득하고 해바라기를 하며 두런두런 나누는 그들의 담소는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맥주 한잔은 숨차게 골목을 헤집고 다닌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레모네이드 한잔 앞에 놓고 힐끗거리자니 그들이 오래된 그들의 골목 안 광장에서 해바라기 하며 나누는 친교가 그들에겐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한 일상임을 알겠다. 

올드 타운 골목을 나와 미라보 거리를 건너 17세기 타운으로 들어선다. 올드 타운과는 확연히 다른 조용하고 차분한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조차 드물다. 골목 길 끝에서 만나는 광장에는 역시나 아기자기한 분수가 자리하고 있고 그늘과 양지가 대비되는 하얀 벽을 등지고 앉아 한 여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상점도 거의 화구점 등이 대부분인 듯하고 때마침 주말이라 그나마도 문을 닫았다. 골목 안쪽까지 찾아들어간 곳에서 12세기 말엽에 건축된 생장드말뜨(Saint Jean de Malte) 성당 옆 그라네(Granet) 박물관을 만난다. 이 박물관은 보수를 거쳐 80점에 달하는 세잔의 작품들을 전시하게 된다. 

계획대로 정갈하게 구분되어져 운영되는 도시 행정이 올드 타운과 17세기 타운, 두 거리를 비교할 때 유난히 돋보인다. 즐거운 들썩거림 뒤에 대비되는 차분함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라보 거리로 다시 나온 순간, 저기 길 건너편에 벌어진 흥겨운 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흥겨운 장단에 맞춰 서둘러 가려던 발걸음이 순간 박자를 놓치고 만다.

* 엑상프로방스에서 만나는 박물관

★ 고대 엑스 박물관(Musee de Vieil Aix): 엑상프로방스 지방의 전통물품,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 4유로.
★ 태피스트리 박물관(Musee de Tapisseries): 각종 태피스트리, 섬유 예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 2유로.
★ 방돔관(Pavillon de Vendome): 17~18세기 가구와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17세기 엑상프로방스 지방의 건축물로 입장료 2유로.
★ 자연사 박물관(Musee d’Histoire Naturelle): 생빅뚜와르에서 발굴된 공룡 화석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 2유로(25세 미만 무료).

* 떼제베



떼제베는 프랑스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품격 고속 열차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작년에는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 크리스찬 라크르와가 떼제베의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새로운 옷을 입은 떼제베는 작년 10월 초부터 운행을 시작하였다. 2006년 내에 노선에 있는 직행 떼제베 열차 67%가 인테리어를 바꿀 예정이며 더불어 직행 노선 추가도 예정돼 있다. 

떼제베의 ‘브르타뉴-파리’ 노선이 새로 추가되어 여름 성수기에 하루 3회의 직행열차가 운행되며, 비성수기에는 2회의 직행열차가 운행될 예정으로 한국에서도 광고로 잘 알려진 ‘몽생미셸’로 가는 길이 더욱 간편해질 전망이다. 떼제베 등의 프랑스 철도 상품은 유일의 배급사 ‘레일유럽’ 한국 사무소가 작년에 문을 열어 더욱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프랑스가 포함된 철도 패스 소지자는 떼제베 특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씨타딘 호텔

엑상프로방스 시내 중심부에서 약 1km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자리잡고 있는 시타딘 호텔(Appart Hotel Citadines)은 아직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독일, 영국 등지에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먼트형 호텔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아파트 같은 외양에 집과 같은 안락함을 컨셉으로 하는 숙박 체인답게 기본적으로 다리미, TV,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체인이 풀장까지 갖추고 있다.  

애완동물과의 동반 숙박이 허용되기도 하며 안에서 식사 준비도 가능하다. 스튜디오와 아파트의 형태 중 선택이 가능하며, 각 객실마다 개인 전화번호가 제공되어 특히 장기간 체류하는 방문객에게 더 없이 좋은 숙박시설이다. 지점마다 숙박 형태와 시설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도록 한다. www.citadines.com

*Cezanne Tour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세잔(Paul Cezanne, 1836~ 1906)과 에밀 졸라(Emile Zola)의 고향이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친구 사이로 엑상프로방스의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특히 평생을 엑상프로방스에서 작품 활동을 한 세잔의 작품 안에는 엑상프로방스의 자연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엑상프로방스에서는 그의 출생지부터 아틀리에, 미라보 거리의 단골 카페 ‘두 갸르송’, 숨을 거둔 마지막 저택 및 작품 속에 등장한 ‘생빅뚜와르 산’까지 도시 안팎에서 그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테마 투어가 마련되어 있어 더욱 생생히 세잔의 예술세계를 느껴 볼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더군다나 올해는 그가 서거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의 고향은 물론 프랑스 전역에서 ‘2006 세잔의 해’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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