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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레일바이크 - 철로 위로 자전거를 달리자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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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을 레일 바이크로 돌아든다

머리카락을 날리는 산들바람이 문득 더운 바람으로 느껴지고 입고 있던 옷이 부담스럽다? 드디어 여름이 바로 코 앞에 와 있다는 증거다. 섭씨 몇도, 습도 몇도의 그 여름뿐 아니라, 마음에도 자연스레 여름이 다가왔다는 의미다. 가슴에 불어온 더운 바람을 식히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열치열 뜨끈한 해결책을 찾는다면 이건 어떨까.


레일 바이크 한번 경험해 보시렵니까?

혹 레일 바이크(rail bik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철로 자전거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말 그대로 철로에서 기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퀴 두 개의 그 자전거는 아니다. 그 이유는 맨바닥이 아닌 레일 위에서 타야 하기 때문이고, 알다시피 그 레일은 나란한 두 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레일 바이크의 차체는 오히려 차체를 모두 떼어버리고 의자와 바퀴만 남은 자동차의 모습과 더 비슷하다. 타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의자에 앉아 앞에 놓인 페달을 밟는데, 재미있는 것은 페달을 밟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밟고 있어도, 놀고 있는 다른 편 페달과는 상관없이 제법 잘 굴러간다는 사실이다.

종류는 두 가지. 연인이 나란히 앉아 다정히 페달을 밟을 수 있는 2인용과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4인용이다. 페달 밟기에 영 자신 없다면 4인용 뒷좌석에 올라타면 된다. 4인용은 앞좌석 2명이 페달을 밟고 뒷자리에는 페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전거와는 별 상관없는 외관에도 불구하고 철로자전거란 이름이 붙은 까닭은 아마 사람다리를 동력으로 한다는 점과 바이크(bike)라는 영어표현 때문일 것이다. 생긴 모습만으로는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스카이 바이크와 꽤 닮았다. 그러나 레일 바이크만의 매력을 꼽자면 뭐니뭐니해도 실제 기차가 달리는 철도 위를 달린다는 것이고, 양 옆으로 스쳐가는 풍경 또한 차창으로 지나가던 모습의 백만 배만큼이나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 레일 바이크의 유래를 찾아보자면 멀리 미국의 골드러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부설된 철로들이 골드러시의 쇠퇴로 인해 그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자, 버려진 철로에서 무동력으로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대체적으로 시속 15~20km의 속도로 운행되는데, 간단한 안전규칙만 숙지하면 쉽게 탈 수 있다.

유럽에서도 꽤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곳에서도 예외 없이 폐쇄된 철로를 이용한다. 프랑스의 경우 곡물 철도, 독일은 화학공장 전용 철도, 스위스는 산업 철도 등 각각 폐쇄된 철로를 이용하여 레일 바이크를 즐기고 있다.

레일 바이크를 타기 위해 우리가 찾은 곳은 강원도 정선. 정선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어냐고 물어 봤을 때 정선아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다행이다.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은 ‘카지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마도 돈 날리고 돌아오는 사람들 덕분에 뉴스에서 연일 떠든 덕(?)일 테지만, 사실 정선은 꽤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즐길 것은 레일 바이크.

7월1일에 개장한 정선 레일 바이크는 정선 구절리를 출발하여 아우라지에 도착하는 편도 7.2km의 꽤 긴 구간을 달린다. 간단한 유의사항을 전해 듣고 레일 바이크에 올라탄다. 생각보다 꽤 단단하게 생겼다. 바퀴의 바깥은 고무로 되어 있는데 철로에 착착 감긴다. 앞 바이크가 떠나는 것을 보고 서둘러 페달을 밟아 출발한다. 구간 전체가 강을 끼고 달리게 되는데 좌우로 보이는 풍경이 멋지다.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선크림을 미리 발라두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모자를 고쳐 쓴다. 약간 덜컹거리는 기차를 탄 듯한 기분과 함께 따가운 햇볕을 느낄 때쯤, 바이크는 제1터널을 통과한다. 짧은 구간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한순간에 불어와 땀을 식혀 준다. 교량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제2터널은 네온 빛으로 반짝이는 조명들이 아름답다. 총 3개의 터널이 있는데, 연인들을 위한 곳이라고 한다. 페달 밟으면서 동시에 키스까지 하려면 꽤 어렵겠다는 야유가 터져나온다. 어쨌든 조명만으로도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터널을 나오면 바로 휴게소가 나온다. 정차하면서 앞뒤에 늘어선 바이크와 부딪친다. 접촉사고라면서 차번호를 부르라는 엄살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다음 휴게소까지는 꽤 먼 거리. 다리 힘 하나는 자신 있다던 사람들이 조금씩 힘들어하는 것도 이맘때쯤이다. 철길을 따라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지만, 눈앞에 놓여진 협곡과 아우라지, 멀리 보이는 산촌풍경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옛날 정선 아리랑을 부르며 뗏목을 타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한 햇볕에 반짝이는 철로와 강변이 아름답다. 우리는 정선 아리랑의 고향 아우라지를 향해 바삐 페달을 밟는다. 꽤 긴 제3터널에서는 어두운 푸른 빛 조명과 더불어 사람들의 귀신소리 내기와 비명소리가 오고 가고, 힘이 조금 빠진 탓에 간격이 넓어진 레일 바이크들 가운데에는 길고 어두운 터널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도 있을 것이다.

터널을 나와 교량을 건너면 바로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오래 전 남한강 상류에서 물길 따라 목재를 한양으로 운반하던 유명한 뗏목터로 각지에서 모여든 뱃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대표적 가사 유래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구절쪽의 송천과 임계쪽의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는 의미의 ´아우라지´가 우리의 종착역이다. 이곳까지 오는 데 약 40분 정도가 걸린다는 관계자의 말이 믿기지가 않을 만큼 레일 바이크의 체험시간은 너무 짧다. 레일 바이크와의 인연도 아쉽게도 여기까지이다.

이곳의 레일 바이크가 꽤 긴 거리임에도 여자가 타기에도 별로 힘들지 않은 이유는 2%의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1터널을 지나면 페달을 밟지 않고도 저절로 레일 바이크가 움직이는 곳도 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바이크에서 내린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라이센스. 정선에 와서 레일 바이크를 탄 기념으로 주는 것이다. 7km 남짓을 열심히 페달을 밟아 온 우리의 기분은 뿌듯하고, 타는 내내 불어오는 산바람과 강바람에 더위는 일찌감치 물러난 상태다. 이만하면 레일 바이크 한번 탈 만하지 않은가.

 정선의 볼거리들

레일바이크만 달랑 타고 돌아가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정선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화암동굴을 비롯하여 좋은 곳이 여러 곳이 많지만 몇 가지만 소개한다. 바이크가 있는 곳에서 30여 분 정도 떨어진 아라리촌은 정선의 옛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굴피집, 귀틀집, 저릅집, 돌집 등 독특한 모습의 고가옥들과 물레방아, 통방아 등을 엿볼 수 있다. 주막 모습을 한 곳에서는 옥수수술과 함께 맛깔스런 나물과 장아찌, 감자떡, 메밀전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정선 5일장은 또 어떤가.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모아 한군데서 파는 이곳은 꽤 유명한 곳이다.

군데군데 식당에서 약주를 하는 아저씨들과 허가증을 목에 걸고는 좌판을 벌이고 있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특산물을 고르는 낯선 관광객에게 지어주는 미소가 아름다운 곳이다. 5일장이 열리는 곳 근처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장이 열리는 날과 매주 수요일에 ‘아! 정선, 정선 아리랑’이라는 이름의 창극이 공연된다. 무료공연이라고 얕보면 큰일난다. 평균 연령이 5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보여 주는 이 공연은 정선과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해 되짚어 보는 소중한 기회인 동시에 가슴이 짠해지는 감동을 전해 줄 것이다.

이곳에도 레일 바이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곳이 두 군데 더 있다. 바로 문경과 곡성이 그곳이다. 문경은 시민의 건의에 따라 정선보다 먼저 들여 왔다고 한다.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이용이 가능하고 3,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체험할 수 있다.

운행코스는 두 개인데, 진남역을 출발하여 구랑리역으로 가는 길과 진남역을 출발하여 불정역으로 가는 길이 있다. 왕복 4km의 코스로, 꽃길과 숲 속을 달리는 기분이 무척 짜릿하다. 곡성은 그보다도 짧은 510m로 트랙 모양의 레일을 도는 코스다. 곡성의 경우 미니기차가 유명하므로 레일 바이크는 대수도 적고, 철길을 따라 멋진 풍광을 볼 수 없는 것이 흠이지만, 레일 바이크를 간편하게 체험하기는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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