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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전수천 - 호기심이 나를 여행하게 한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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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미(美) 대륙을 흰 천을 두른 열차가 선을 그리며 달렸다. 설치미술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전수천 작가가 13년 동안 구상해 온 '움직이는 선(Moving Drawing)' 프로젝트. 백색 천을 두른 엠트랙 열차가 9월14일 오후 1시 뉴욕 팬 스테이션을 출발, 워싱턴 D.C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가든시티, 그랜드캐년을 지나 로스앤젤레스까지 5,500km를 달린 대장정이었다. 

흰 천을 두른 기차를 붓 삼아 미 대륙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움직이는 선’을 연출했던 기차는 미국 동부의 대도시와 산림지대를 지나, 광활한 중앙대평원과 서부의 사막을 선을 그리며 달렸다. 기차 안에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심포지움을 열었고, 소설가 신경숙, 피아니스트 노영심, 건축가 황두진, 사진평론가 진동선, 영화평론가 오동진, 여행전문가 함길수, 풍수학자 조용헌씨 등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현재 진행형인 '움직이는 선'

기차는 멈췄지만, '움직이는 선'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7월1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보고회 형식의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 중 달리는 기차의 안과 밖 그리고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기차의 종착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저마다의 소감을 적은, 기차를 덮었던 천, 동승했던 사람들의 사진, 책 등으로 보고회 형식의 전시회를 연다.

전시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수천 작가를 만나 여행과 예술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삶에 여유가 없어 다양한 경험을 하기 힘들겠지만, 작품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와 작가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마음을 느껴 보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관객의 마음가짐도 또한 중요하다고. 

여행은 곧 일

많은 곳을 다니지만 하나 하나가 일과 관련된 여행이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해 아쉽기도 하단다. 작가는 여행시 3대의 카메라를 챙겨 간다고 한다. 비디오 카메라, 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만만치 않은 무게라 짐을 줄이려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꼭 챙긴다고 한다. 여행이 곧 일인 작가에게는 당연한 것이리라.

작품을 위해 제일 많이 간 곳은 미국이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미국 서부 아리조나 사막입니다. 저번  프로젝트 때 아리조나 사막에 1,000개의 모니터를 묻고 '달 하나 천 강에'라는 작품을 선보이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이루지 못한 '달 하나 천 강에' 프로젝트가 못내 아쉬운가 보다. 

“프로젝트 기간 중 아리조나 사막을 지나가면서 더 자세히 봤고 또 보이더군요. 언뜻 보면 사막이 불모의 땅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막의 지평선으로 지는 석양을 보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몇 년전 중동 요르단의 와디 룸(Wadi Rum) 사막에서 느꼈던 감흥을 말해 준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죠. 전에는 유럽의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보면서 감탄했는데, ‘사막 앞에 서 보니 인간의 힘이란 게 거대한 사막과는 비교가 안 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여행은 호기심

“저는 호기심 때문에 여행을 합니다. 거기 사람들의 삶의 모습 즉, 어떤 것을 먹고 어떻게 입고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호기심이죠.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내가 앞으로 해 나갈 작업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보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여행의 의미입니다.” 앞으로 인도에 가서 아잔타 석굴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싶단다.  

오랫동안 준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기에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오직 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는 전작가. 기차가 멈춘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의 소감을 물어 본다. “하길 참 잘했어요. 여러 가지 힘든 과정도 많았지만, 광활한 미국 땅을 캔버스 삼아 기차로 선을 긋는 작업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미국영 철도인 엠트렉으로 미국의 심장부를 누비며 달릴 수 있었다는 자부심, 우리의 정체성을 미국 속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남의 땅에서도 마음껏 자유롭게 생각의 지평을 넓혀 갈 수 있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며 지난 프로젝트의 소회를 풀어 놓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이번 전시회는 지난번 프로젝트의 영상기록물과 드로잉, 동승자들의 사진, 책, 저마다의 염원을 적은 당시 기차에 둘렀던 천, 설치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조형적 개념을 끌어 내기 위한 전시라며, 당시 함께했던 동승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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