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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 콩국수로 이기는 여름 더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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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음식 컬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빙과회사들과 맥주회사들은 늘어나는 매출에 즐거워한다. 음식에서는 냉면 집이 그렇고 콩국수 집이 그렇다. 콩은 만주 지역과 한반도 북쪽이 원산지인 작물이다. 지금의 만주 지역은 고구려 영토였으니 콩은 한민족의 땅에서 태어난 작물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래서 한민족의 음식 중에는 콩으로 만든 음식이 많다. ‘뚝배기보다 장 맛’이라는 말처럼 한민족의 가장 중요한 기본 음식은 쌀과 장이었다. 장은 콩으로 만든 된장, 간장과 고추장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고구려 시대부터 중국인들은 고구려인들이 장양(콩 등으로 음식을 발효시키는 것)을 잘한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콩은 식물성이면서도 단백질이 풍부한 우수한 음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콩을 그대로 먹으면 몸에 흡수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경험적으로 이를 알고 있던 한민족은 콩을 발효시켜 장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콩을 갈아서 두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렇게 콩을 변형시켜 먹는 것 말고 콩을 직접 갈아서 먹는 방법으로는 콩국수만한 것이 없다. 콩만큼 국수를 좋아한 한민족의 특성과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습성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우수한 음식이 바로 콩국수이다. 단백질 보급원으로, 더운 날 몸을 시원하게 하는 것으로, 영양이나 몸의 기운이나 맛에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콩국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은 많지 않다. 그것도 더운 계절에만 파는 곳이 대부분인 것이 아쉽기만 하다. 콩국수를 제대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도에 쉽게 변질되는 성질과 콩으로 국물을 냈을 때의 냄새, 면과 콩 국의 조화의 어려움 등, 먹기에는 쉬어도 만들기에는 까다로운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콩국수를 가장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집이 바로 진주식당(02-753-5388)이다.

걸쭉한 콩국의 담백하고 고소한 육수가, 약간 달고 겉저리 같기도 하고 묵은지 같기도 한 희한한 김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집이다. 국물은 얼음을 넣지는 않지만 시원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얼음을 먹으면 드는 차가운 식감과 시원한 식감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금의 자리에 자리잡은 게 1967년이니 한자리에서만 40여 년의 세월을 콩국수로 사람들의 더위를 사냥한 셈이다. 모든 콩은 소위 ‘총알콩’이라고 부르는 강원도 홍천과 인제의 노란 콩을 사용한다. 작은 콩을 미세하게 갈아 특수 가마에서 익혀 내온 콩국을 사용한다.

면은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것을 사용한다. 언제나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매우 힘든 일이지만 이 집은 그 힘든 일을 오랫동안 해온 집이다. 단점이라면 4월에서 10월까지만 한다는 점과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 그리고 그다지 음식 맛을 빼면 내세울 게 없다는 점이다. 

겨울에도 콩국수를 먹을 수 있지만 사계절 언제나 맛있는 집이 왕십리 역 부근에 있는 광정추어탕(02-2296-0367)이다. 고소하기로 유명한 전남 곡성의 콩만을 사용해서 콩국을 내는 곳이다. 면은 밀가루에 쑥을 찧어 넣은 쑥 국수를 사용한다. 쑥의 향기와 콩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가격도 덜 부담스럽다. 

여의도백화점 지하에 있는 진주집(02-780-6108)도 유명하다. 진주회관과 거의 비슷하다. 같은 집안에서 한다는 후문이다. 여의도에 계신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더운 여름, 콩국수로 이겨 내자. 여름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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