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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삼협 - 장강삼협에서 부르는 크루즈 연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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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는 여행은 언제 가도 설렌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세상이 전하는 여유와 낭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복잡한 삶의 실타래를 잠시 내려놓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크루즈 여행만한 것이 없다. 

장강에는 하루에도 수백 척의 유람선이 운항되지만 이 중 ‘바이킹’은 장강을 운항 중인 크루즈 중 가장 고급스러운 유람선이다. ‘최고급’ 크루즈를 탄다는 것은 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바이킹은 내국인 관광객은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다. 시끌벅적 중국스러운 맛(?)은 없지만, 유럽에 온 듯 차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게 바이킹의 매력이다.

특히 서비스에서는 더욱 흠잡을 데가 없다. 유럽식 꼼꼼한 서비스에 중국인의 수수한 미소까지 더해져 더 큰 만족감을 준다. 배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동안 관광객과 선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며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크루즈를 끝내며 사람들은 정든 집을 두고 이사 가는 기분이라고까지 말할까.

또 강(리버) 크루즈는 바다를 운항하는 오션 크루즈와는 사뭇 다르다. 매일 짐을 꾸릴 번거로움이 없고, 모든 선원들로부터 귀빈 대접을 받으며 또 쉴 새 없이 즐길 거리가 제공되는 것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 등의 격식과 화려한 카지노의 밤, 그러한 인위적인 것들이 없다. 바이킹 크루즈는 그야말로 짧은 시간 동안 자연을 벗 삼아, 고급스러운 휴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선택인 셈이다. 


ⓒ트래비

장강삼협을 거슬러 올라

만리장성 이후 중국 최대의 공사로 꼽히고 있는 삼협(三峽)댐을 기점으로 장강 여행을 시작한다. 장강삼협의 코스로는 우한(무한)에서 충칭(중경)으로 7박8일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과 이창(의창)에서 충칭으로 올라가는 4박5일, 충칭에서 이창으로 강을 따라 내려오는 3박4일 등이 있다. 이 세 가지 일정 중 우리 일행은 이창에서 충칭까지 거꾸로 올라가는 일정에 합류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자강, 양쯔강 모두 ‘장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충칭에서 상하이까지 이어지는 장강은 중국의 젖줄이자 3억이 넘는 중국인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섬진강 줄기처럼 고요할 줄 알았던 장강은 거친 물결이 웅대하다 못해 장엄한 모습으로 이방인을 맞는다.

이창공항에서 삼협댐까지 버스로 한 시간 가량 고속도로 위를 달린다. 7km에 달하는 5개의 터널도 지난다. 장자지에, 황산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이곳에 오니 이름 모를 산들이 그만큼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구나. 누워 있는 모택동 바위를 보며 중국인의 위트에 다시 한번 놀라기도. 구름을 이불인 양 덥고 누운 모택동 바위는 실물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장강삼협만 생각하고 떠난 여정, 그 길에서 예상치 못했던 자연과 조우하니 여행이 시작도 하기 전에 절반의 만족을 가져다준다. “여행을 떠났다면 가는 길 어디에서도 잠들지 말라” 하던 한 여행가의 말이 귀에 아른거리는 순간이다.


ⓒ트래비

삼협댐, 만리장성의 저력을 그대로


삼협댐에 서면 만리장성을 쌓아올린 중국인의 저력을 만날 수 있다. 장강 중상류인 후베이(호북)성의 취탕샤에서부터 시링샤 등 장강삼협을 잇는 댐의 제방 길이는 2,309m에 이른다. 높이는 해발 185m, 저수량은 393억톤 등 수치상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장강의 수위가 댐이 완성되는 2009년까지 185m까지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는 많은 중국인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을 직접 보기 위해 빨간 모자 하나씩 머리에 쓰고 단체 관광을 와 진풍경을 이룬다. 무엇보다 대형 유람선이 댐을 통과하는 과정이 장관이다. 삼협댐은 1만톤급 유람선이 통과할 수 있는 댐으로는 세계 최대 갑문 중 하나이다. 우리 일행은 국내선 연착으로 이 재미를 놓쳤지만, 대형 체인을 이용, 갑문을 여닫고 물을 채우는 과정을 지켜보며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사진 촬영에 푹 빠진다고.

삼협댐이 추진된 것은 1994년부터다. 홍수로 인해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만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이를 막고, 여기에 에너지 소비의 약 94%를 석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수력 발전에 대한 기대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그러나 삼협댐은 기대만큼 자연의 변화에 따른 위험도 예견하고 있다. 다 제쳐두고서라도 적잖은 역사적 유물이 물에 잠기게 된 것은 무척 안타깝다. 제갈량의 적벽대전과 유비가 숨을 거둔 백제성 등 숱한 역사 유적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으니….

백옥 궁전으로의 초대 

크루즈에서의 기항지 관광은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유령의 도시로 유명한 펭두에서는 백옥동굴 관광과 늍운 중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데, 삼협댐 공사 이후 새롭게 기획된 백옥동굴이 인기가 높은 편이다. 

중국 관광지 중 최고 등급인 AAAA급의 백옥동굴은 발견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순수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동굴 내부는 미끄럽고 계단이 많아 걷는 양이 많으며, 폭포수와 오색 빛의 조명 등이 잘 어우러진다. 동굴까지는 버스로 30분 가량 이동하는데 현지인들의 꾸밈없는 생활 모습과 폭포 등 예상치 못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안개 낀 삼협에 흐르는 요염한 블루스

그대, 왜 푸른 산에 사느냐 하길래(問余何事棲碧山)
웃을 뿐 말 없음이 마음 한가로울 뿐이네(笑而不答心自閒)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이백의 시다. 현대인은 장강삼협을 사진과 비디오에 남기지만, 옛 시인들은 영원히 기억될 시 속에 담아 뒀다. 이백뿐만 아니라 두보, 백거이, 소동파 등의 시에서도 장강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은 보물처럼 간직돼 있다.

장강삼협은 이창에서부터 충칭까지 서능협 72km, 무협 44km, 구당협 33km로 이뤄진 총 193km의 계곡 구간을 의미한다. 안개 낀 굴원의 고향 이창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선착장 아래로 바이킹 크루즈가 얼굴을 내민다. 크루즈의 화려한 불빛이 강물과 빗물 속에 흘러내려 마치 붉은 꽃마냥 화려하고 요염한 빛을 내는 듯하다.

불빛 안으로 들어서니 꼭 고급스러운 호텔에 들어온 것 같다. 직접 연주하는 중국 전통 악기의 연주를 들으며, 간단한 수속을 밟은 뒤 5층짜리 대형 유람선의 방을 배정 받는다. 선실은 기대했던 것보다 크고 아늑하다. 침대, 욕실, 소파, 화장대, 베란다까지 고급스럽게 잘 갖춰져 있어 새삼 ‘이런 게 크루즈구나’ 놀라게 된다.

바이킹 크루즈의 정식 명칭은 ‘바이킹 센츄리 스카이호’. 센츄리호는 5성급 디럭스 유람선으로 2004년부터 운항돼 새 집에 온 듯 깨끗한 내부가 인상 깊다. 일반 객실은 오션 크루즈보다도 널찍하며, 창밖으로 베란다가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승객 정원은 306명, 승무원은 168명 정도. 총 5층 규모의 유람선은 153개의 객실과 함께 관망 라운지와 바, 사우나, 비즈니스 센터, 선 덱(sun deck), 독서 및 게임룸, 상점, 피트니스 센터, 뷰티살롱, 마사지숍, 인터넷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트래비

가파른 절벽이 곡예하듯  이어지고

아침에 눈을 뜨니 배는 소리 없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물고기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처럼 유연하게 물살을 가른다. 창밖으로는 협곡이 이어지고 있다. 한번 지나간 풍경은 뱃머리를 돌려 다시 갈 수도 없으니 서둘러 갑판에 오른다.
삼협댐부터 시작되는 여기가 서릉협이다. 충칭부터 보자면 마지막 협곡이지만, 이창에서 보면 첫 번째 협곡인 셈이다. 이곳은 한때 물살이 세고 여울이 험난한 곳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크루즈 안에서는 그러한 것을 전혀 느낄 새가 없다. 곡예를 하듯 가파른 절벽들 사이로 숨겨진 절경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람들의 손놀림만 바빠질 뿐이다. 

갑판에는 그네 모양의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는데,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전 10시경 협곡이 품어 내는 매력에 흠뻑 취해 있을 때쯤, 우샨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소삼협에 가기 위해 작은 유람선으로 갈아탄다.


ⓒ트래비

삼협을 능가하는 ‘소삼협’

용문교를 기점으로 소삼협 여행이 시작된다. 이곳은 삼협의 경치를 축소시켜 놓은 듯하다 해서 이름도 소삼협이며, 용문협, 파무협, 적취협의 3개 협곡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에서는 소삼협에 대해 ‘삼협은 아니나 삼협을 능가한다’고 하는데 강의 폭이 좁아들수록 협곡의 절경은 더욱 빛을 발한다.

가끔은 여정 도중에 원숭이 떼도 볼 수 있다. 또 절벽 정상 가까이 돌 틈 사이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관(棺) 역시 독특한 장면이다. 관을 높은 곳까지 올리기 위해 사람들은 비가 많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수위가 올라갈 때 관을 올려 돌 틈 사이에 넣을 수 있었다고. 죽은 자에 대한 이들의 목숨을 건 노력이 대단할 따름이다. 

길 중간쯤에서 강가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사람이 전혀 살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나타난 그는 ‘수상택시’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언제 올지도 모를 수상택시를 기다리는 그를 보며 몇 분 기다리는 지하철에도 답답해하는 현대인의 일상이 오버랩된다.

잠들지 않는 낭만 크루즈의 밤

다시 바이킹에 돌아오니, 꼭 집에 온 듯한 기분이다. 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이 짐을 풀고 쌀 필요 없이 한 곳에 머물며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티타임을 갖고 소삼협의 감동을 사람들과 나눈다. 이후 갑판 앞 선 덱 바(Sun Deck Bar)에서는 마가리타(Margarita) 파티가 이어진다. 마가리타 파티는 여행자들이 서로 어울려 다양한 칵테일을 선택해서 즐기는 시간으로, 담소를 나누는 동안 주변에는 무협, 구당협이 배경처럼 스쳐간다. 협곡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웅장함, 험준함, 기묘함, 고요함…’ 이런저런 표현을 입에 담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성에 차는 것은 없다.

삼협 중 두 번째인 무협은 삼협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협에서 가장 이름 높은 것이 무산 12봉으로 이들 열 두 개 산봉 중 선녀봉이 가장 유명하다. 양쪽으로 즐비한 기이한 돌들을 구경하는 것은 한 폭의 산수화라도 보는 듯 신비하다. 또 8km밖에 되지 않은 구당협은 깎아 내릴 듯한 절벽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거리가 짧아 잠시 눈을 감는 사이 지나갈지도 모른다.

밤이 되면 크루즈는 매일 새로운 볼거리가 마련된다. 호화 유람선의 훌륭한 서비스만으로도 직원들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이들이 보여 주는 소박하지만 멋진 쇼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 지역의 독특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대목에서 한복이 등장해 한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국 각지의 소수민족의 춤을 보면서 여행객은 중국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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