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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12탄 파리Ⅰ - Day 2 파리에게 마음을 열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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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새벽녘 파리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카메라를 들고 호텔 주변 지역을 한 바퀴 돌아본 후, 크로와상과 진한 커피로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첫 목적지인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기 위해 시떼 섬(Ile de Cite)으로 향한다.

애니, 노트르담에서 마음을 털다


ⓒ트래비

그다지 폭이 넓지도 않은 세느강 안에 자리하고 있는 섬이 있으니 바로 시떼 섬이다. 아침부터 시떼 섬을 찾은 이유는 그곳에 노트르담 성당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나절 성당 내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받을 때의 풍경이 유난히 아름답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처음 접한 시떼 섬,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안개가 가득한 시떼 섬은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감돈다. 시떼 섬을 걸어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으나 아침 안개 때문에, 아침 햇살을 받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구경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회색빛 대리석의 노트르담 성당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애니는 더없이 경건한 모습이다. 성당 내부를 찬찬히 훑어보며 한쪽에 앉아 기도를 하고 촛불을 붙인다. 

깊은 기도를 마친 그녀에게 무엇을 기도했는지 물어봤더니 “마음속에 남아 있는 모든 미움을 버리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한다. 애니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미움과 괴로움을 가져가 훌훌 털어 버리고 온다고 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 나라에서 최소액의 지폐에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걱정과 고민, 미움 등을 모두 적어서 갈기갈기 찢어 버리거나 태워 버리고 와요. 그러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답니다. 이번에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2유로짜리 동전을 넣고 초를 사서 불을 붙이면서 이런 마음들을 털어 버렸어요.” 

info        지하철 4호선 시떼 역, RER B선 생 미셸 노트르담(Saint-Michel Notre Dame) 역 하차. 노트르담 성당은 아침 7시45분부터 저녁 6시45분까지 개방하며 미사가 있을 때는 방문객들의 입장이 일부 통제될 수도 있다. www.cathedraledeparis.com

눈부신 미래 도시 ‘라 데팡스’


ⓒ트래비

파리 중심가에서 지하철을 타고 불과 30분을 달렸을까? 파리의 신도시라 불리는 라 데팡스(La Defense)에 도착한다. 지하철역부터 파리의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애니의 말처럼 같은 파리 안인데 완전히 다른 곳에 온 듯한 느낌이다. 지하철역부터 이어진 쇼핑몰에는 맥도날드 등 각종 패스트푸드점과 슈퍼마켓, 옷 가게 등이 가득하다. 

애니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파리지앵들은 어떤 음식들을 먹으며 사나 구경도 하고 파리의 물가도 살펴본 후 대형 옷가게에 들어가 친구들의 선물도 골라 본다. 그뿐인가. 그날따라 특별 행사까지 열리고 있어 다양한 민속 문화를 체험해 볼 기회까지 얻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쇼핑몰을 빠져나오던 애니 “눈이 부셔요” 한다. 쨍쨍한 햇살과 번쩍거리는 고층빌딩들에 눈이 부실 수밖에…. ‘ㄷ’자를 세워 놓은 듯한 속이 빈 하얀색 대리석의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바로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신 개선문(Grande Arche). 이곳에서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광장 곳곳에는 독특한 조각품들이 놓여 있고 번쩍번쩍 높다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고층 건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파리 도심의 풍경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여느 도시라면 중심가에 어울릴 법한 풍경이 파리에서는 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는 물론 차도도 보이지 않는 라 데팡스의 모습은 마치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애니는 “고층빌딩들이 늘어서 있지만 많은 조각품과 녹지가 있어 삭막한 도시 느낌이 들지 않네요” 한다. 

신 개선문 근처를 거닐다 만나게 된 한 프랑스 아저씨, 애니를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아저씨는 자상하게 라 데팡스 내 모든 조각 작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책보다도 더 자세하고 완벽한 설명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애니를 꼬시려는 ‘작업 멘트’도 일부 있었지만 우연히 만난 아저씨 덕분에 라 데팡스에 대해 잘 배울 수 있었다.

info        지하철 1호선 라 데팡스 역 하차. 라 데팡스 내 여행안내센터에 가면 라 데팡스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www.grandearche.com, www.ladefense.fr.

“나도 파리지앵처럼~”

ⓒ트래비

현대적인 라 데팡스를 떠나 1920년대에서 40년대 사이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던 카페들이 즐비한 생 제르맹 데 프레(Saint Germain des Pres)로 향한다. 지성의 현장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과거의 유명한 노천카페들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에스프레소나 와인 한잔,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생 제르맹 데 프레 거리를 걸어 라탱 지구(Quartier Latin)로 간 애니. 파리의 지성이자 프랑스의 자랑으로 여겨지던 소르본느대학(파리대학)에 들어가 보고 싶단다. 프랑스 대학의 모습과 프랑스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씩씩하게 학교 안으로 들어가던 애니를 경비원이 가로막는다. 학습 분위기 상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신 대학 주변을 거닐며 학생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본다. 

그렇게 길을 거닐다 도착한 곳은 모든 파리지앵들의 휴식처인 뤽상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 입구부터 분위기가 색다르다. 푸른 나무가 양쪽으로 가지런히 서 있는 가운데 바닥은 파란색 모래로 장식되어 있고 공중에는 천으로 제작된 다양한 사진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을 좋아하는 애니에게 이런 형태의 사진전은 즐거운 충격이다. ‘이렇게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의 전환을 주는 신선한 충격.

공원 북쪽 끝에 자리한 뤽상부르 궁과 그 앞을 장식하고 있는 분수대,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지는 너른 정원. 사람들은 아름다운 공원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거나 조깅을 한다. 애니 역시 그들처럼 정원 주변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라 데팡스에서 사온 머핀과 와인을 꺼내 놓고 파리지앵 같은 분위기를 만끽해 본다. 

info      지하철 10호선 오데옹(Odeon) 역, RER B선 뤽상부르 역 하차.

애니, 이렇게 놀았다!

저녁 늦게부터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한다. 시계는 9시를 향해 가고 있지만 서머타임제가 실시되는 여름의 파리에는 쉽게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다. 아직 날이 밝은지라 조금 더 돌아다닐까 하다 비 때문에 호텔로 들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호텔에서 그냥 잠들기에는 아쉬운 시간. 애니는 방 안에서 신나게 놀아 본다. 침대 위에 올라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고 멋진 포즈도 취해 본다. 파리라서 그런지 더 기분이 난다. 사진기자가 구해 온 프랑스 잡지 속 모델과 똑같은 포즈도 취해 본다. 이런 사진들은 때때로 유명 관광지 앞에서 찍은 사진보다 더 큰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여행 중 한번쯤 친구들과 이렇게 놀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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