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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내일여행 사장 - 지구 몇 바퀴 돌아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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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몇 바퀴 돌아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여행,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내일여행 이진석 사장은 아직도 미련이 많다. 여행업에 입문한 지 20여 년이 다 돼 가는 동안 부단히 세계를 돌고 돌았지만 여전히 ‘여행’을 떠올리면 기대되고 흥분된다. 지난 20년 가까이를 ‘여행’과 씨름했건만 그래도 막상 여행을 정의 내리려니 어렵기만 하다.

“강연회도 다니고 책도 쓰고 할 때도 뭐라 얘기하긴 했지만 진짜 답을 못 찾겠다”며 “여행은 시험 같은 게 아니니까, 한번 쏟아붓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항상 기대되고 흥분되는 것, 끝도 없고 미련이 항상 남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정의 내린다. 그에게 ‘여행’은 과거와 현재이면서 다시 미래이기도 하다. 내일여행 블로그에도 이 사장이 마음을 그대로 담은 문구가 걸려 있다. ‘지구를 수십 바퀴 돌아도 아직도 내게 미련이 남는 까닭은…’이라고.

내일여행은 배낭여행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업체다. 1995년에 설립, IMF국가경제위기도 잘 넘기며 조용히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배낭여행을 넘어 ‘개별자유여행’ 분야의 개척자로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여행문화를 바꾸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다. 순수 여행 부문에서 패키지여행이 지금까지 주도해 왔던 것을 이제는 개별여행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고 패키지여행이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패키지는 패키지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긴 하겠지만.” 올 초 시작했던 개별여행 브랜드 ‘금까기’는 예상보다도 빨리 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요즘엔 하루 70~100명의 예약이 접수되고 있을 정도다.


이진석 사장의 이력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해외여행 한 분야의 역사가 보인다. 이진석 사장이 여행사에 입문한 1988년은 올림픽을 전후해 해외여행 자유화의 붐을 타던 시기다. 서울항공에 입사해 오늘날의 패키지 형식과 같던 ‘문화연수’라는 학생들의 여행방식에서 ‘배낭여행’ 개념을 도입한 것이 바로 이 사장이다. “사실 3~4개월 일하고 원래 하고 싶었던 방송국 PD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어학연수를 여행사에서 처음 실시하고 당시로선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그리고 그해 겨울엔 ‘개별배낭여행’을 출시했다. 이것도 막 불기 시작한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을 타고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다시 패키지의 개념을 배낭여행에 도입한 ‘단체배낭여행’을 출시했다. 20여 일 일정의 경우 400만원이 넘던 비용이 3분1 정도가 절감되는 효과를 낳자 다시 사람들이 몰렸다.

‘꼭 성공해야지’하는 생각보다는 당시 기획업무를 보면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단체로 항공권도 끊고 기차패스도 구입하고 각 지역에서는 각자 다니며 보고 싶은 것 보는 ‘단체배낭여행’을 생각하게 됐다고. “지금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일해 온 것 같다. 여행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휴가도 잘해야 1년에 3일 정도 한두 번 쉬어 본 것이 고작이다. 한눈 판 적도 없다”


그가 전해 준 여행 이야기 세 가지.


"첫째, 1989년의 허니문. 학교 커플이던 아내와 결혼하고서는 제주도를 단돈 1만2,000원으로 여행했다(물론 숙박과 항공은 미리 예약했다). 교내 커플이었던 덕에 수많은 학교 선후배, 동기들에게 거나한(?) 피로연을 베푸느라 정작 수중엔 돈이 없었다. 시내버스 타고 섬 한바퀴 돌았고 호텔과 주변만 오가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둘째, 그렇게 간 허니문이 아쉬워 그 해 여름 아내와 약 3주간의 배낭여행 길에 올랐다. 회사에는 팀 행사 인솔 이후 3주 정도 연장한 것이었고 교사인 아내는 개인 연수를 지원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물론 이때도 돈이 충분하지 않았다. 약 3주간의 기간 중 17일 밤을 기차에서 보냈다. 그 와중에도 돈을 내고 연극은 봤다. 나중에 기차 소리 없이 잠을 자려니 오히려 잠이 안 오더라.

셋째,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물었을 때다) 1995년 캄보디아 앙코르를 처음 갔을 때다. 베트남이 목적지였고 사실 캄보디아는 우연히 여행하게 됐다. 종교가 없지만 앙코르왓을 맞닥트린 순간 ‘인간을 넘어선 절대적인 존재가 분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앙코르왓을 오르내는 동안 1달러에 콜라를 들고 내 뒤를 따라 다니던 예닐곱된 꼬마와 비자도 없이 공항에서 입국하고 공항 관리가 항공 탑승권을 다 쥐고 있다 뇌물 받고 나눠주는 모습 등을 봤다. 복잡한 심정이 됐다. 공항 대합실 불편한 자리에 누워 서너 시간 잤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여행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지 처음 경험했다. 그 여행을 다녀와서 내일여행을 설립했다."

캄보디아 여행 얘기를 듣고 있자니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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