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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 - 조기 교육에 대해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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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한다. 요즘 더욱 불붙고 있는 조기 교육 열풍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속도감에 어지러울 정도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국어와 수학 등 초등학교 중등 과정까지 끝내고 영어 과외를 위해서 해외 원정을 나가는 것 또한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정도이니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엄마들은 소위 ‘로드 매니저’가 되어 복잡한 아이 과외 스케줄을 관리하게 되었다. 주중에 아빠가 일찍 귀가하더라도 식구가 같이 식사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과다한 열성을 놓고 볼 때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인재 배출이 과거에 비해 증가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과거보다도 해외 유학을 가는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의 인력들과 일을 하는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대등해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자한 것에 비해서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하다. 

흔히 학습은 언어를 이용한 의사 전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대뇌 중에서 좌뇌 반구에서 이루어지게 되며 피질(cortex)이라고 불리는 전두엽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주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하게 되며 비언어 영역, 그중 감정을 느끼는 과정 등이 우뇌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아이가 울면 아이를 달래고 감정을 맞추어 주는 과정 등을 통해서 아이의 감정이 발달하며 사회성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우뇌가 발달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학교에 입학하고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좌뇌가 우세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이루어지는 조기 교육은 이러한 과정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이다. 즉 감정적인 성숙이 이루어져야 하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이며 철학적인 사고(?)를 위해서 이러한 것이 철저하게 무시된다. 

아이 발달 측면에서 본다면 우뇌 발달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우뇌 발달을 위해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가족들과의 긴밀한 상호 감정 교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 교류를 위해서 특별히 정형화된 도구나 교재는 없다. 중요한 요소는 오직 가족뿐이다. 그러나 조기 교육은 오히려 이러한 기회를 박탈하며 이러한 기회가 박탈된 아이일수록 동기 부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수동적이 된다. 또한 자신에게 닥친 문제 해결력과 응용력이 결여되고 유연하지 않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사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인재가 고등학교까지 많다가도 대학이나 사회에서는 막상 흔치 않다. 이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면 문제를 유연하게 잘 해결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조기 교육 받는 시간에 더 많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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