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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토 주 ③ 비첸자 * 파도바 - 베네토의 숨은 보석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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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베네치아라는 걸출한 스타는 베네토 주를 세계와 만나게 했지만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한 불운의 도시들도 낳았다.
가깝게는 베네토 주의 비첸자(Vicenza)가 그렇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비첸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장을 ‘베네토 주의 심장’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지리적으로는 베네치아(기차로 45분)와 베로나(30분) 등이 지척이고
70만명 인구에 4만5,000개의 기업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경제력도 탄탄하다.

돌아볼 만한 ‘꺼리’가 많은 동네


ⓒ트래비

1.올림피코 극장 입구
2.베키오 다리와 브렌타 강
3.마로스타가의 벼룩시장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패션 브랜드 ‘디젤’이나 ‘발렌티노’ 등의 유명 회사들도 이곳 비첸자에서 태어났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두 눈이 번쩍 뜨일 공장형 아울렛도 많다. 패션 외에 비첸자는 귀금속 관련 기업만 1,200개에 달할 정도 귀금속 분야에서도 명성이 높다. 

여행객에게도 비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볼 만한 ‘꺼리’가 많은 동네다. 특히 건축이나 건물에 관심이 많다면 비첸자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탈리아가 낳은 전설적인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는 23개의 건축물을 남겼는데 그중 19개가 비첸자에 위치하고 있다. 팔라디오가 남긴 르네상스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도 많은 건축가들이 비첸자로 모여들곤 한다.

비첸자에 남아 있는 팔라디오의 걸작으로 올림피코 극장(Teatro Olimpico)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말년의 팔라디오가 시작하고 제자인 스카모찌가 완성한 올림픽 극장은 근대에 처음으로 지어진 실내 극장이다. 원근감을 극대화한 집들이 무대 정면에 세워져 있으며 나무로 바닥을 깐 반원형의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오케스트라 박스가 남아 있다. 객석 꼭대기에는 다양한 조각이 늘어서 웅장함을 더한다. 이 밖에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지어진 수많은 빌라들의 모델이 된 로톤다(Rotonda)는 팔라디오가 설계한 가장 아름다운 빌라 중 하나로 꼽힌다. 

건축에 관심이 없다면 얼마 전 방영됐던 한채영 주연의 드라마 <온니유> 촬영지로 기억해도 좋다. 비첸자 인근의 위성도시인 바사노 델 그라파(Bassano del Grappa)나 마로스티카(Maroscita) 등도 화면에 등장한 곳이다.

<온니유>가 콕 찍은 비첸자와 주변 도시

바사노 델 그라파에서는 베키오 다리(Ponte Vecehio)가 유명하다. 2차 대전 등을 거치며 수없이 부서졌지만 팔라디오의 실험적 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다리 위쪽으로는 상점들이 위치해 있는데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기 때문에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더욱이 일요일에는 광장에서 벼룩시장도 열려 흥겨움을 더한다. 한쪽에서는 생맥주 파티, 할아버지들의 흥겨운 공연 등 활기찬 이탈리아 문화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1유로만 받고 파는 큼직한 조각 피자는 벼룩시장의 맛있는 덤이다.  

마로스티카는 체스판 모양으로 꾸며진 광장에서 사람들이 체스의 말로 분장하고 체스 경기를 여는 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 체스의 고장이다. 축제 때가 아니라도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서기 때문에 신선한 체리와 옷과 장남감 등 다양한 눈요기가 가능하다. 점심 시간이 지나면 더욱 북적거린다. 우리가 아는 푸른 색의 아스파라거스보다 훨씬 담백한 맛의 하얀 아스파라거스와 관련된 요리도 유명하다. 광장을 지나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호텔 두에 모리(www.duemori.com)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소토포르테고(Sotoportego)’에서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한 전채 요리와 리조토 등 제대로 된 현지식을 만날 수 있다. 


ⓒ트래비

1. 파도바에 있는 페드로키 카페의 그린룸
2. 비첸자의 피아차 데이 시뇨리
3. 비첸자의 올림피코 극장
4. 성 안토니오 성당

학문과 예술이 숨쉬는 도시

파도바는 이탈리아에서 볼로냐 대학 다음으로 오래된 파도바 대학이 있는 학문의 도시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파도바 대학에 머물렀던 시간을 두고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1222년 세워진 파도바 대학은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국립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파도바에 왔다면 종교와 상관없이 성 안토니오 성당과 스크로베니 예배당을 꼭 봐야한다. 성 안토니오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 안토니오 성당은 비잔틴 풍의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과 엄숙함이 여행객을 압도한다. 유럽 여행 중 보게 되는 그만그만한 성당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성당 내부에는 추모객들이 지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놓은 사진과 기념품이 주변에 걸려 있다. 도나텔로의 부조를 비롯해 건물과 벽화 등을 스케치하는 학생들의 표정도 진지하다. 성당 내부에는 성 안토니오의 이와 혀 등 신체 일부를 모셔 놓은 곳이 있어 예배 드리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화가인 조토가 마리아와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벽화가 유명하다. 성당은 벽화 보존을 위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등 다른 곳과 달리 조금 엄격하게 운영된다. 성당에 입장하기 전에 유리방에서 동영상을 보며 15분 가량 벽화와 성당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듣는데 이는 앞 팀과의 혼잡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관람객의 체온과 습도 등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카메라도 가지고 갈 수 없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용된 벽화에는 예수의 일대기가 시간별로 온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이 아름다운 멋을 간직하고 있는 ‘페드로키(Pedrocchi) 카페’도 명물이다. 오픈 마인드를 지닌 그가 1831년부터 ‘문이 없는 카페(Cafe without doors)’를 표방한 것으로 유명한 이 카페의 윗층에는 객실도 있어 스탕달 등 유명 작가와 시인들이 머물렀다. 지금도 누구나 와서 신문을 읽거나 쉴 수 있도록 그린 룸을 만들고 무료 개방하고 있다. 은은한 민트향이 독특한 하우스 커피, 카페 페드로키(Caffe Pedrocchi)의 가격은 3.5유로. 

이탈리아, 아는 만큼만 보인다

천재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 

비첸자뿐만 아니라 세계 건축사에서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지금도 팔라디오에 대한 책이 계속 출판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논문도 부지기수다. 비첸자의 건축이 팔라디오 전과 팔라디오 후로 나뉠 정도로 기존의 통념을 흔들었던 그의 새로운 시도와 아름다운 건축물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런 팔라디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세대 주택의 일종으로 변질됐지만 이들에게 빌라는 여전히 특별한 집이고 문화다. 넓은 초원 위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팔라디오의 빌라들은 팔라디오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이후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다. 그가 만든 건물을 볼 때는 함께 일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 감상도 놓치지 말자.

이탈리아 현지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탈리아는 누구나 인정하는 음식 천국이다. 이미 세계화된 스파게티나 피자는 기본이고 가족이 운영하는 오스테리에(osterie:호텔)나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식당은 예약을 필요로 하고 여행자에게는 일일이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 리스토란테(Ristorante)라고 하는 레스토랑이 부담스럽거나 좀더 캐주얼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트라토리아(Trattoria)를 찾아보자. 레스토랑보다 서민적이고 현지 음식을 맛보기 좋다. 

파도바에서는 성 안토니오 대성당 인근의 안티카 트라토리아 데이 파카넬라(Via del Santo 113번지)가 점심 관광 도중 가볍게 들르기 적당하다. 비첸자 인근에서는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사인 비싸니씨에게 전수받은 주방장이 있는 트라토리아 잠보니(Zamboni, 0444-273079)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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