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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토 주 ① 베네치아 - 중세의 화려함과 행복한 조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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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트래비

물의 도시, 그 유니크함에 빠지다

베네치아는 달랐다. 유명세는 피라미드만큼이나 기대치를 올려놨지만 이 독특한 도시와의 첫 만남은 머리와 가슴 모두에 놀라움의 신호를 보내온다.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같고 물 속에 잠겨 있는 듯도 한 베네치아는 범상치 않은 모습처럼 도시의 생성부터 특이하다. 살기 좋은 땅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대부분의 도시와 달리 베네치아의 처음은 피난처라는 절박함이 우선이었다. 

외부의 침략을 피해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이주해 오면서 베네치아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땅으로 몸을 숨긴 이들은 얕은 바다 위에 건물을 지었다. 100개가 넘는 섬과 섬 사이는 다리로 연결했다. 자연히 집과 광장, 이웃과 이웃 사이에는 물길이 놓였다. 

그 후 동서를 잇는 해상 무역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번영을 누렸던 베네치아는 나폴레옹과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거쳐 이제 이탈리아 관광의 중심에 서 있다. 물론 지금도 베네치아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지반은 침하되고 겨울이면 바닷물이 범람해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한다.  

길이 없는 베네치아는 차가 없는 도시다. 소방차도 경찰차도 없다. 택시도 버스도 배가 대신한다. 독특한 도시 구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손바닥만한 마당도 가꾸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베네치아를 오늘날 ‘물 반, 관광객 반’의 명소로 만들었다. 차 대신 배를 타고 횡단보도 대신 다리를 건너야 하는 베네치아의 이런 모습은 죽기 전에 꼭 가볼 만한 이국적인 풍경이 됐다.


ⓒ트래비

1. 리알토 다리에서 바라본 대운하의 전경
2. 관광객이 늘어선 두칼레 궁전
3. 아카데미 다리에서 본 대운하의 전경

베네치아 여행의 시작, 대운하

물이 많은 베네치아 여행은 대운하(Canal Grande)에서 시작한다. 대운하는 S자형(정확히 말하면 뒤집어 놓은 S자다)으로 베네치아 시가지 중앙을 빠져나간다. 운하의 위쪽 시작 지점에는 산타루치아 기차역이 있고 운하가 바다와 접하는 지점에는 그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이 있다. 산타루치아 역 맞은편에는 버스 등이 주차하는 로마 광장이 있다.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대운하를 경험하는 교통수단은 ‘바포레토(Vaporetto)’다.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는 대운하를 오가며 산타루치아 역에서 산 마르코 광장 사이의 주요 관광지에 정차하고 완행과 급행 등으로 나뉜다. 베네치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이나 주데카 섬 등 주변 섬으로도 갈 수 있다. 바포레토를 타면 운하 주변에 길게 늘어선 건물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베네치아의 건물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으며 건물마다 지어진 양식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동방과의 교역이 활발하다 보니 베네치아는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은 물론 아랍 스타일의 발코니나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 뒤엉켜 도시 전체가 커다란 건축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산마르코 대성당의 원형 지붕도 동로마제국의 영향을 받은 비잔틴 양식의 예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는 100여 개의 섬과 그보다 훨씬 많은 다리로 이어져 있다. 혹자는 117개의 섬이라 하고 누구는 118개의 섬이라고 한다. 다리의 수도 400개에서 440개까지 제각각이다. 안내서마다 숫자가 틀려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섬과 다리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중 대운하에는 총 3개의 다리가 놓여 있는데 가장 유명한 다리는 단연 리알토 다리다. 돌로 만들어진 리알토 다리는 다리 자체의 아름다움 외에 한눈에 들어오는 대운하의 전경이 압권이다. 예로부터 베네치아 상권의 중심이었던 리알토 지역은 이제 수많은 관광객과 관광객을 상대하는 기념품 상점이 차지했다. 다리 아래 아케이드에는 액세서리와 장식품, 가방, 기념품, 가면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대운하를 따라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도 많아 다리쉼을 하기 좋다.   

대운하의 중간 지점인 리알토를 벗어나 마저 내려가면 드디어 산 마르코 광장이다. 광장에는 99m 높이의 대종루가 우뚝 서 있고 뒤편으로 산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이 나란히 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베네치아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지중해 너머 곳곳의 정복지에서 가져 온 예술품들로 꾸며져 있다. 정문 아치 위에 있는 말 조각을 비롯해 침략지에서 가져 온 각종 보물과 부조 등으로 장식된 산 마르코 대성당의 아름다움은 무자비한 약탈의 흔적을 함께 지니고 있다. 성당 옆 두칼레 궁전은 감옥과 연결돼 있어 죄수들이 탄식을 지으며 건넜다는 ‘탄식의 다리’와 대의원 회의실 천장의 대형 유화 등이 유명하다. 궁전 앞 선착장에는 관광객을 태운 곤돌라가 쉼 없이 오고 간다.

산 마르코 광장 외에도 베네치아에는 골목골목 크고 작은 열린 공간이 많다. 다만 산 마르코 이외의 나머지는 광장의 형태를 갖췄다고 해도 모두 피아차(Piazza) 대신 캄포(Campo)라는 이름을 붙인다. 수상 도시인 탓에 주위에 물은 많지만 정장 마실 물은 귀한 베네치아는 이들 캄포마다 빗물을 받아 두는 연못이 있다. 연못의 깊이는 보통 6m 정도. 진흙으로 벽을 메워 빗물을 모아 두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다. 이마저도 가물면 외지에서 물을 사 와야 했다.


ⓒ트래비

1.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한 빨간 의자가 인상적인 곤돌라
2. 카니발 가면을 파는 기념품점
3. 다양한 건축 양식이 만들어내는 스카이 라인

리틀 베네치아  트레비죠

베네치아 여행을 마치고 여유가 되면 베네치아에서 20~30분 가량 떨어져 있는 트레비죠를 찾아보자. 리틀 베네치아라는 별칭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베네치아까지 이어지는 강이 도심을 흐르는 트레비죠는 골목골목 물길이 흐르는 모습이 베네치아를 닮았다. 

베네치아 풍의 건물이 많지만 2차 대전 때 많이 파괴되면서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네통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곳<사진>이기도 한 이 도시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0년간 트레비죠에서 가이드를 한 베테랑 가이드가 지금까지 안내한 한국 관광객이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은 매주 이곳을 찾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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