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배우 이문식 - '몽타주'를 뛰어넘는 그 남자의 진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장면과 기억나는 장면은 관객들이 뽑아주시는 거고 사실 저는 그 장면들을 촬영할 때 더 힘이 들었거든요. <공공의 적> 할 때도 경구형한테 엄청 맞고, <마파도> 찍으면서는 실제로 불씨를 몸에 붙이기도 했거든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이제는 배우 이문식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얼마 전    <플라이 대디>를 찍으며 체중을 15kg이나 감량하며 ‘몸짱 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그가 아니던가. 만년 조연 배우에서 이제는 주연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오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명실상부한 스타로 자리잡고 있는 그이지만 예전과 달라진 건 돈 걱정 안 하고 밥을 먹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최근 이문식이 주연한 영화 <구타유발자>와 <플라이 대디>는 <괴물>과 맞붙었고, 멜로배우의 꿈을 이루었던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는 <주몽>이라는 대작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과 시청률이라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입장에서 그가 느끼는 부담과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흥행이라는 것은 주변의 여건들이 얼마나 운 좋게 맞아 떨어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 ‘특히’ 대작들과 붙는 운세인가 봐요. 하지만 적은 수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작품을 봤을지라도 그분들이 얼마나 그 작품을 좋게 기억하는지,얼마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평가하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저 열심히 할 뿐, 평가는 관객의 몫

평가란 것이 배우가 할 일이 아니고 또 흥행이라는 것은 결국 배우 한 사람의 몫이 아닌 팀워크의 문제라는 것. 감독, 제작자, 조명, 녹음 등 많은 스태프들의 역할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나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일해 왔던 영화와 드라마 팀은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했지만 최근 몇몇 작품에서는 아쉽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 다시 그 팀과 호흡을 맞춰 보고 싶단다. 또 지금까지 그의 선택에 대해 후회나, ‘더 잘했어야 하나?’하는 아쉬움도 없다. 시청률이나 흥행 등 양적인 부분에만 연연한다면 더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며 맡은 역할을 어떻게 해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엽기적인 할머니들과 벌이는 요절복통 에피소드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마파도>는 만년 조연 이문식에게 주인공으로서 재평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이다. 

“제가 주연을 맡아서 영화가 흥행한 게 아니라 운 좋게 흥행하는 영화에 제가 출연했던 거죠. 네 분 선배님들과 정진이 같은 좋은 배우와 일하는 행운도 얻었고.” 

‘사람’과 ‘기회’를 얻게 해 준 작품으로서 그에게 <마파도>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1편의 기운을 이어받아 신인배우 이규한과 함께 현재 <마파도 2> 촬영을 한창 진행 중이다. 


ⓒ트래비

“하루하루 즐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어요”

연극을 하며 먹었던 눈물 젖은 빵. 서른이 넘는 나이에도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안 돼서 인근의 산을 오르며 여행을 대신했다. 

“멀리는 못 갔고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청계산 등 서울 근교의 산들은 오르지 않은 산이 거의 없어요. 특히 북한산에서의 에피소드가 많죠. 돈도 없고 품만 팔면 갈 수 있는 곳이니 김밥 싸들고 집사람과 데이트를 하러 산에 올랐죠. 그러다 조난당했다가 구조 당한 추억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냈고 주변에서 ‘러브콜’이 쇄도하는 스타가 됐지만 정작 빵점짜리 아빠고 남편으로서도 아내에게 미안함이 크다. 그래서 큰맘 먹고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워, 얼마 전에는 그의 인생에 첫 해외여행으로 필리핀 보라카이의 클럽 파라다이스 리조트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알파치노 영화 중에 <칼리토>라는 영화가 있어요.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떠날 곳을 꿈꾸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라카이에 가보니 바로 그 영화 속에 나오는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에 지금 내가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감동적인 거예요.”

배우에게 여행은 영감의 원천

배우에게 있어서 여행은 그 자체가 큰 공부다.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익숙한 것들과는 다른 것들을 체험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후배 연기자들이나 그의 자녀들에게도 “기회가 닿으면 바로바로 떠나라”라고 말한다. 

“경험이란  거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잖아요. 한 살이라도 젊고 여유가 될 때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고 행동하며 살아 있는 지식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그렇게 독려해 주던 사람도 없었거든요.”
그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터키.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유적지가 가득한 여행지에서 역사적인 힘을 느껴 보고 싶다. 

“예전에 이문세씨가 산악인 엄홍길씨와 함께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에서 공연을 한 기사를 봤어요. 기회가 된다면 산악인들과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산을 오른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잖아요. 그런 분들과 대화하면 깨닫는 게 많겠죠.” 

<플라이 대디> 시사회 때 예전 드라마 <다모> 폐인들이 찾아와 작은 선물 하나를 건넸다. ‘초심’이라고 적힌 열쇠고리를 열어 보고는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어린 아이의 첫걸음, 그 느낌을 항상 기억할 수 있다면 한걸음 한걸음을 허투루 걷고, 살아가지 못하겠죠. 내 첫 연극 무대와 처음 스크린에 비춰졌을 때의 그 흥분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겸손하고 항상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스타의 본모습이 매스컴 속과는 다르다는 것쯤은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이문식은 더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본 그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사뭇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기까지 했다. 

“되게 진지하세요”라는 기자의 말에 “진지해야죠. 삶에는 연습이 없잖아요. 한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열심히 살아야죠”라고 답하는 이문식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몽타주’가 따라 주지는 않지만 연기파로 널리 사랑받는 할리우드의 대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데니 드 비토가 오버랩된다. 한 번뿐인 인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 그의 진심이 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가 아닐까.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