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주철환-저절로 길이 생기는 과실나무를 꿈꾸다
방송인 주철환-저절로 길이 생기는 과실나무를 꿈꾸다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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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중,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시작해 PD가 됐다.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 내며 스타 PD로 자리매김했음에도 MBC에 사표를 던지고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 또 연출자로 화려하게 방송에 복귀하지 않을까 내심 지레짐작하고 있었는데 MC로 변신했다. 그것도 시사프로의 진행자로.

“세부적으로 장르를 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끔 나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에게 왜 PD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라고 답하죠. 그렇다면 PD가 아니라도 가능하다고 답해 줘요. 제 인생관은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에요. 따라서 굳이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며 사는 데에는 PD만을 고수할 필요가 없죠. 교수가 될 수도 있고 출연자가 될 수도 있어요. 사회봉사를 할 수도 있고.”

그런 그에게 있어 직업에 얽매여 사는 것은 재미가 없다. 그는 차범근씨를 예로 든다. 축구 선수에서 지금은 훌륭한 감독이자 해설가. 비록 선수생활을 계속하지는 않지만 그는 훌륭한 감독이자 해설가로서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피디는 체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직업이에요. 피디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40대 중반까지라고 생각했고 그때 대학교로 온 거죠. 차범근씨가 선수시절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했듯 내 청춘시절을 바쳤던 뜨거웠던 열정과 생생한 경험을 미래의 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거죠.”

가끔 대학가요제의 연출을 맡기도 했지만 EBS 생방송 <시선>의 MC로 다시 본격적으로 방송 일을 하게 되면서 새롭기도 하고 많은 사람과 접할 수 있어 즐겁기도 하다고 근황을 전한다.

 시청률의 인과관계를 아는 사람

2001년 그의 연구실을 찾았을 때 그의 책상머리에 붙어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환상속의 그대> 가사가 눈길을 잡았다.
“결코 시간은 멈춰질 수 없다. 무엇을 망설이나. 원하는 것은 단지 하나뿐인데...”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을 충실히 살라는 메시지로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한다. 4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그의 연구실을 찾으며 주철환이 지금은 어떤 문구에 ‘feel’을 받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그 아래 저절로 길이 생긴다.”

<사기> ‘이광 장군 열전’ 중에 나오는 말로 주철환에게 한 학생이 보내 온 메일에 쓰여 있던 문구다.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이 피고 맛있는 열매가 열린다. 이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나무 아래로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후덕하고 인품이 좋은 사람 곁에는 저절로 따르는 이가 많다는 뜻으로 그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무게 잡는 건 싫다, 가볍고 재밌는 게 좋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교수님’은 어려운 대상이고 프로그램을 진두 진행하는 ‘PD’의 카리스마는 감히 범접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부자유친(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고 친절하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어떤 선입견을 가진 이라도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권위적이라는 말이 무조건 나쁜 말이 아니에요.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갖고 있으면 권위는 저절로 생기는 거죠.”

그의 이런 배려와 따뜻함이 원동력이 되어 히트 프로그램을 제조했듯 대학에서 역시 ‘흥행강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흥행강의라는 말은 돈과 관련된 의미니까 마음에 안 들어요.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까지 뺏는 수업, 다시 말해 시청률이 높은 수업이라고 말해 주세요. 내 수업에 시청률이 높은 비결은 그들이 무엇에 목말라 하는가를 연구하고 정확히 짚어내는 거에요.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 트래비

 

주철환을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 이대 캠퍼스에서 한 학생을 만났다. “주교수님은 정말 재미있는 분이에요. 실무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셔서 배울 것도 많아요. 생각의 흐름이 굉장히 빠른 것 같아요.”

프레스센터 앞에서 만난 한 연예부 기자는 학교 선배이기도 한 그에 대해 말한다. “너무 친절하지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 속에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 <퀴즈 아카데미>를 보며 PD의 꿈을 가졌던 모 방송국의 예능피디는, “주철환 선배만큼 위트 있고 영민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능 PD계의 로망 아닌가요?”란다.
같은 학교의 또 다른 동료 교수는, “주교수가 있어서 학생들이 즐겁지”라고 말한다.

주말, 길을 가다 우연히 광화문 네거리에 걸린 대형 TV를 통해 대학가요제를 본다.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그를 보며 세상이 여전히 그의 감각과 따사로운 카리스마를 원하는 이상 그의 바쁘고 정신없는 스케쥴은 계속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더불어 얼핏 보아도 그의 주변에는 이미 복숭아나무처럼, 자두나무처럼 친근하고 가깝게 닿을 수 있는 ‘주철환에게로 가는 길’이 이미 잘 닦여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아들과 함께 지평선을 보고 싶다!

‘정의 내리기’와 ‘비유’의 대가답게 ‘여행’에 관한 그의 정의는 명언과도 같다.
“모든 여행의 궁극적 테마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거죠. 평상시 분주하게 자신을 ‘방출’하며 살다 여행을 통해 자신으로 ‘회귀’하고 ‘수렴’해요. 하늘과 강물과 구름을 보며 나도 삼라만상 중에 하나임을 깨달아요.”

뜻밖에 사람을 뜻밖에 장소에서 만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예기치 않는 장소에서 순수의 시대에 알고 있던 사람과 조우함으로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한다.

가급적 아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다. 고3 수험생이라 이번에 수능이 끝나면 꼭 함께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아들을 생각하는 그의 뿌듯한 마음은 만면에 퍼지는 미소에서도 금세 드러난다.

“그 김종국의 노래에도 있잖아요 ‘나는 니가 사랑스러워~’ 2절에는 ‘자랑스러워~’라는 가사가 들어가죠? 딱 제 마음이에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말고 추억을 물려줘라’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으로 멋진 추억을 안겨주고 싶어요. 이미 약속도 했고.”

아들 외에는 오랫동안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던 최수종, 이문세씨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 서로 너무도 잘 아는 사이라 그들과 함께라면 분명 즐거울 것이라고.

정년퇴직 후에는 도쿄,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집에도 방문하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살고 싶단다. ‘노후’나 ‘미래’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지만 ‘내일 일은 난 몰라요’라는 복음성가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고 여행도 하다 보면 나의 길을 더욱 충만하게 넓힐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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