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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3국 ③ 튀니지 - 또 다른 색깔, 또 다른 지중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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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는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이 만나는 문명의 호수다. 페니키아의 식민지 카르타고 유적과 로마가 남긴 문화유산 그리고 아랍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튀니지 첫날, 아침 일찍 엘젬으로 향한다. 튀니지의 북쪽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수목이 울창하다. 길가를 따라 잘 자란 보리밭과 광활한 올리브 밭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태양의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사막이 펼쳐진다. 튀니지에서 남쪽으로 약 210km, 미니 버스로 3시간을 달려 엘젬에 도착한다. 이곳에 로마시대에 세운 원형 경기장이 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낯익은 원형 경기장이다. 좁은 통로와 계단을 따라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다. 원형 경기장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경기장을 중심으로 동쪽의 관객석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나 서쪽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17세기 가혹한 세금 징수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반란을 꾀했고, 이 과정에서 원형 경기장을 방어 요새로 삼았다 한다. 모하메드 베이의 군대가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서쪽 벽에 구멍을 뚫으면서 심하게 손상됐다고 전해진다. 

경기장 아래쪽 지하에는 검투 시합에 사용된 맹수를 가두어 두었던 우리와 검투사와 노예들을 가두어 둔 방이 여러 개 보인다. 당시 4만3,000명의 관객을 수용했다는 길이 148m, 높이 36m의 거대한 규모다. 지금은 여름 밤이면 이곳에서 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트래비

1. 사막여우를 안고있는 도우즈의 베드윈족
2. 엘 제마 원형경기장

외계의 어느 별과도 같은 ‘마트마타’

영화 <스타워즈>의 여러 장면을 촬영했다는 마트마타로 향한다. 길가 작은 마을 식당에서는 즉석에서 양을 잡아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하고 있다. 벗긴 양피를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모습이 이국적이다. 바다가 보이는 간이 휴게소. 동네 식당 같은 휴게소엔 전부 남자들뿐이다. 작은 유리 잔에 담긴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거나 차를 시킨다. 묽은 홍차에 진하게 설탕을 풀고 박하를 띄운 민트차다. 이곳 말로 ‘샤이 아흐다르’.

멀리 대추야자나무가 있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도시가 보인다. 마트마타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외계의 어느 별에 온 것 같다. 튀니지의 대표적인 요리 ‘쿠스쿠스’로 점심을 한다. 밀을 잘게 부수고 향료와 버터, 양고기를 넣어 죽처럼 만든 음식이다. 잘게 부순 밀이 씹혀 감칠맛이 나는 스튜 같다.

점심 후 마을을 돌아본다. 이곳 베르베르 사람들은 천년 전부터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땅을 파고 지하에 주거 공간을 만들었단다. 대략 6m쯤 위에서 아래로 파 내려가 가운데 정원을 두고 양쪽으로 방과 창고, 부엌을 만들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기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우즈로 가는 길에 무하라스씨 가족이 사는 집을 들렀다. 무하라스씨는 아내와 3남 3녀의 대가족이다. 무하라스씨의 집은 위에서 아래로 파 내려가지 않고 길가 언덕에 큰 구멍을 파고 큰 방과 부엌, 창고 등 필요한 공간을 만들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사막의 열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시원하고 쾌적하다.

석양의 사막, 낙타 투어에 빠지다

석양이 질 무렵 도우즈에 도착한다. 이곳은 사하라 사막의 관문이다. 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낙타 투어에 나선다. 전통 의상으로 입어 시원하지만 간간히 날리는 모래가 입 안에서 씹힌다. 무릎을 굻고 있는 낙타에 오른다. 긴 뒷발로 벌떡 일어서자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리며 아찔해진다. 낙타가 완전히 자세를 잡자 사진을 찍어도 될 만큼 두 손을 놓아도 별문제 없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막여우를 안고 있던 청년이다. 검은색 전통 의상을 입고 푸른별에서 온 듯한 귀 큰 여우를 안고 수줍게 서 있었다.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막여우다. 특유의 큰 귀를 쫑긋 세운 것을 보니 낮선 시선들이 두려운가 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동쪽 하늘엔 만월에 가까운 달이 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돌아오는 길만큼 행복한 여정이 또 있을까. 

이튿날 아침, 다들 일찍 토우제르로 향한다. 도우즈에서 1시간쯤 달렸을까. 사막에 거대한 소금 호수가 펼쳐진다. 제리드 소금 호수다. 소금 결정이 하얀 바닥을 이룬 호수는 맑고 투명하다. 또 어느 곳은 연두빛이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을 이룬 소금 호수는 사막 쪽으로 바닥을 드러낸 채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토우제르에서는 옛날 튀니지 왕이 즐겨 이용했다는 붉은 도마뱀 열차를 탄다. 도마뱀처럼 날렵하게 생긴 기차는 붉은색을 칠했다. 진흙탕물이 흐르는 셀자 강 양쪽으로 협곡이 펼쳐지고 거대한 사암이 둘러싼 골짜기로 기차가 들어간다. 바위로 막힌 곳은 터널을 뚫었다. 레데예프(Redeyef)로 가는 동안 기차는 두 번 정차한다. 멋진 협곡을 즐기라는 배려다.


ⓒ트래비

1. 하마메트의 일출
2. 셀자협곡으로 가는 붉은 도마뱀 열차
3. 마트마타 베르베르족 남매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튀니스 


튀니지에서 3일째,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와 인근의 카르타고, 시디부사이드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메디나로 향한다. 짙은 녹음의 숲길이 펼쳐져 있고, 강열한 태양을 닮은 원색의 꽃이 화려하다. 아름다운 알 카라원 모스크를 중심으로 전통 시장(수크)이 자리잡고 있다. 미로처럼 복잡한 시장 골목길로 들어선다. 

물담배와 아름다운 도자기와 카페트, 향료, 건과,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가 들어서 있다. 청바지에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이와 ‘십사리(Sifsari)’라고 불리는 하얀 옷에 흰색 차도르를 머리 위에 얹은 여인들이 지나간다. 그러나 여느 아랍 여인들과는 다르다. 옷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아가씨는 우리를 보자 어디서 왔냐며 며칠 동안이나 있을지 물어본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포즈를 잡아 준다. 인접한 유럽과 지중해의 영향으로 개방적이고 현실적이리라. 인근의 바로도 박물관, 이곳은 19세기 오스만 터키 시대의 왕궁 건물 안에 자리잡은 박물관이다. 튀니지의 복잡한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카르타고, 로마, 중세의 기독교, 아랍의 각 문화권별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층에 자리한 로마시대의 타일 모자이크다. 작고 정밀한 타일로 만든 로마신화와 당시 일상의 모습을 담은 유적이 아름답다.

카르타고와 시디 부 사이드

옛날 로마를 정복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의 흔적을 느껴 볼 수 있는 카르타고 비르사(Byrsa) 언덕으로 오른다. 세인트 루이스 성당 오른쪽으로 한때 강성한 제국이였던 카르타고 유적이 펼쳐져 있다. 카르타고는 페니키아가 북아프리카에 세운 무역 거점 도시로 한때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던 세력이었다. 이후 로마의 철저한 파괴로 돌기둥과 흙벽만 남아 있지만 이곳에서 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만개한 봄꽃들 사이에 방치된 유물들, 페허 아래로 비취 빛 바다가 눈부시다. 성당 뒤편의 카르타고 박물관을 둘러보고 지중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시디 부 사이드로 발길을 돌린다. 시디 부 사이드는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았다. 

오렌지 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길가엔 이곳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하얀색 벽과 파란 대문을 단 집이 한 폭의 그림이다.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거리 한 편에는 진한 향의 자스민 꽃 묶음을 팔고 있다. 한 묶음에 1디나르, 1,300원 정도다. 시디 부 사이드 언덕에 자리잡은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지중해 풍경이 눈부시다. 

글 사진 = Travie Photographer 김원섭 gida1@naver.com
정리 =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카타르 항공 02-3708-8542/ 융프라우 02-771-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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