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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 신전 vs 카르나크 신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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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 scene 1. 죽음마저도 풍요로운 신비의 땅
                          * 사진으로 보는 카이로박물관

scene 2. 룩소르 신전 vs 카르나크 신전

scene 3. beyond Luxor 룩소르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scene 2. 룩소르 신전 vs 카르나크 신전

 

이집트 룩소르에는 수천 년 전 인류의 과거가 세월의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아 있다. 유적 위에 집을 짓고 축구장과 학교가 세워져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이집트 곳곳이 발굴 중인데 지금 세상에 보여진 건 이집트가 가지고 있는 유적의 30%의 밖에 안된다고 하니 정말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우리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격이다.


지금도 왕가의 계곡 넘어 테베산 기슭에 자리잡은 ´구르나´는 도굴꾼의 마을로 더 유명하다. 이 마을은 허름해 보이는 집이라도 지하실 속에 진귀한 어떤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단다. 돈 있어 보이는 관광객들에게 다가와 슬그머니 옷깃을 잡아끄는 일이 다반사다. 수천 년 된 유물들이 전세계 어느 지붕 아래 잠자고 있는지는 그야말로 신만이 아실 뿐이다.


룩소르에서의 여행은 왕가의 계곡을 지나 장제전으로 향한다. 왕가의 계곡이 왕들의 주검이 안착된 곳이라면 장제전은 왕의 미이라를 만들고 장례식을 치루는 곳이다. 왕의 무덤들이 공개되기를 꺼려하며 땅속으로 은밀히 숨어들어갔다면 상대적으로 장제전은 마치 고왕국시대의 파라오들이 피라미드를 지을 때 그랬던 것처럼 신에 대한 충성과 부활의 의지를 높이 드러내고자 더욱 크고 화려하게 지어졌다.

 

ⓒ 트래비

 

1. 룩소르의 장제전. 관광객들이 열심히 가이드의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다.

2. 룩소르신전 입구를 지키는 거대한 석상의 위용

3. 신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상형문자

 

 

신에 대한 충성과 부활을 염원하다

 

룩소르에는 24개의 장제전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하쳅수트 왕의 장제전과 람세스3세의 장제전이다. 하쳅수트 왕은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주목받은 여왕이었다. 370명의 왕 중 여왕은 6명이었는데 하쳅수트는 남성에 버금가는 강인한 성품과 의지로 신왕국 시대 번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왕이었다. 현대에 남겨진 그의 석상을 얼핏 보면 여자라기보다는 남자에 가깝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각진 코, 굳게 다문 입술, 턱밑에 수염까지 묘사되고 있다. 다만 둥근 얼굴선과 가슴선이 여성임을 짐작케 할 뿐이다.


바위산 한면을 축으로 세워진 3층 높이의 하쳅수트 장제전은 멀리서도 눈에 금방 들어올 정도로 선 굵은 건축물이다. 부채꼴 형의 계곡을 최대한 이용해 지은 구조는 가히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쳅수트 여왕의 석상과 그의 전기를 담은 벽화가 장제전 내외부를 장식하고 있다.


하쳅수트 왕의 장제전이 직선으로 이뤄진 절제된 균형미로 오히려 남성적인 미를 물씬 풍기고 있다면 람세스3세의 장제전은 오히려 곡선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면서 화려하다. 람세스3세 시대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이집트가 번성을 누렸던 시기이다. 비록의 영겁의 무게에 훼손되기는 했지만 줄지어 서 있는 큰 석상과 나란히 늘어선 둥근 기둥의 흔적들은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짐작케 하는데 손색이 없다. 특히 거대한 건물의 한쪽 벽면에 새겨진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탄 그의 부조는 제국의 병사들을 아우르며 히타이트 제국에 맞섰던 그의 기상이 물씬 느껴진다.

 

‘삶’의 영광을 쫓아, 신께 경배드린다

 

죽음을 상징하는 서쪽을 다 돌아보았다면 이제 ‘삶’을 상징하는 동쪽을 돌아볼 차례다. 서쪽이 죽음을 넘는 화려한 부활을 꿈꾼 곳이라면 동쪽은 이승에서의 찬란한 삶과 신께 바치는 영광을 의미하고 있다. 이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룩소르 신전(Temple of Luxor)’과 ‘카르나크 신전(Temple of Karnak)’이다. 왕가의 계곡과 함께 룩소 3대 방문지로 꼽히는 이곳은 그 명성대로 일년 내내, 하루 종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두 신전은 룩소르, 일명 테베(Thebe)라 불리는 이 도시에서 최고로 섬겼던 아문(Amun)신을 위해 지어진 것이다. 원래 이 지방 수호신이었던 아문은 신왕국 시대에 수도를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최고의 신으로 대접받았다. 부조 등에 자주 등장하는 뿔이 난 숫양의 머리를 한 남자의 모습이 바로 아문신. 태양신 라와 결합해 우주 창조의 신으로 전 국가적으로 추앙받았다.

 

카르나크 신전

 

ⓒ 트래비

 

카르나크는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신전이기도 하다. 파라오의 대를 이어 무려 2,000년 동안 신전이 지어졌다. 100ha가 넘으며 람세스3세 장제전의 3배 규모이다. 탑문,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거상, 들, 작은 신전, 성소, 오벨리스크가 어우러져 있다.


만들고 세워진 과정이 또 하나의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오벨리스크. 열강들이 이집트 침략시 태양신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를 호시탐탐 노렸을 만큼 고대 이집트의 또 하나의 상징물이다. 카르나크에는 입구마다 2개씩 20여 개의 오벨리스크가 세워졌다고 한다. 뽀족한 머리에는 황금이 덫칠해 있고 거대한 하나의 돌을 마치 바늘처럼 깍아 누가 누가 더 높이 세우나 내기라도 하듯 세워져 있는 모습은 고왕국의 피라미드를 대신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하늘과 더욱 가깝게 닿고자 하는 욕망은 현대인의 심성과 다를 바 없다.


카르나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134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방이다. 파피루스 모양의 이 기둥들은 저마다 주인이 다르다. 알렉산드리아를 정복하기 전의 왕의 것까지 있다. 기둥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각종 의식을 표현한 부조들, 상형문자들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천 년 전 만들어진 색깔이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에 이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기도 벅차다. 붉은 색이 도는 건물이 푸른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카르나크 신전에서는 밤이 되면 ‘빛과 소리의 향연’ 쇼가 펼쳐진다. 가만히 앉아 있던 피라미드와는 달리 신전을 돌아다니며 펼쳐지는 쇼는 색다른 느낌이다.

 

룩소르 신전

 

ⓒ 트래비

 

룩소르 신전은 카르나크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부속 신전이다. 람세스2세까지 4세기에 걸쳐 지어진 신전으로 아문신의 아내와 아들을 위해 지어졌다. 카르나크 신전과 이어주는 길에는 양머리를 한 700개의 스핑크스가 도열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입구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는 오늘날 파리 콩코드 광장을 장식하고 있는 오벨리스크와 똑같은 모양이다. 람세스2세 석상이 오벨리스크 뒤에서 신전을 지키고 있다.


룩소르 신전은 밤에 개방돼 더욱 화려하다. 온갖 조명으로 장식한 화려한 신전이 어스름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과거 파라오들의 화려한 이야기들을 모르더라도 기둥과 석상들 사이를 누비며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옛날의 영광을 얘기하고 있는 부조와 상형문자를 바라보는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가슴 한구석이 허전한 어느 날 밤, 신전 한 켠에 앉아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고대 이집트 왕조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도굴꾼처럼 숨겨진 보물 하나 없더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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