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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 한스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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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이다. <인어공주>, <미운오리새끼>, <성냥팔이 소녀> 등 수 많은 명작은 남긴 안데르센은 모국으로부터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하는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가 만든 동화 속 세계는 많은 이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 왔다.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 동화만큼이나 아름다운 나라,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했다.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 쉘란 섬 동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지만 규모와 달리 북유럽의 현관 역할을 하는 엄연한 국제도시다. 그렇다고 해서 고층 마천루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코펜하겐은 시청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데다 옛 건축물을 허무는 일도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준다. 동화 속 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와 활기찬 도시 풍경이 첫 인상부터 무척이나 정감이 간다.

안데르센은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고향인 오덴세를 떠나 이곳 코펜하겐으로 이주해 왔다. 원래 배우가 꿈이었던 안데르센은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부르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재주가 있었지만 코펜하겐에 와서는 가는 곳마다 외면을 당해야 했다. 빈털터리에 시골 출신이라는 신분차 때문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았던 안데르센은 결국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작가로서 성공의 길을 가게 된다. 안데르센에게 코펜하겐은 좌절과 성공 모두를 경험케 한 잊을 수 없는 곳인 셈이다.

코펜하겐에서 안데르센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인어공주상이다. 아말리엔보르 궁전 앞 게피온 분수에서 해안을 따라 300m 내려간 곳에 그 유명한 인어공주상이 있다. 인어공주상을 직접 마주하니 ´귀엽다´. 전에 누군가 로마에 갔다 트레비 분수를 보고 너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간 덕이다.

물론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막연하게 상상하고 갔다가는 누군가처럼 실망감만을 안고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나 크기가 무에 중요하겠는가. 어떻게 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저 평범한 조각상에 불과해 보이지만, 동화 속 주인공을 떠올리며 찬찬히 바라보자니 애잔한 슬픔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이 조그만 조각상 하나가 매년 불러들이는 관광객만 백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이 조각상은 1913년 맥주회사 칼스버그사 사장인 카를 야콥슨이 <인어공주>를 원작으로 한 발레 공연을 보고 감명받아 조각가 에드바르드 에릭센에게 제작을 주문해 시에 기증한 것이다. “인어공주상은 벌써 몇 차례에 걸쳐 머리가 잘리고 팔이 떨어져 나가는 수난을 겪었답니다.

언제는 동상이 통째로 없어져 시가 발칵 뒤집힌 적도 있지요. 그때마다 어떻게든 다시 찾아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인어공주상을 자세히 보면 팔이며 목이며 기운 자국들이 보이실 겁니다. 참 신기하죠?” 가이드가 전해 준 에피소드가 재밌다. 덧붙여 말하길 “덴마크인들은 아마 주말이면 술을 마시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스웨덴인들이 인어공주상의 미모에 반해 서로 안아 보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답니다. 혹은 이런 조각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샘내는 누군가가 해꼬지를 한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럴 듯한 해석이다. 그만큼 인어공주상은 안데르센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중요한 아이콘 중 하나다.

 인어공주 동상에서 뉘하운 운하, 국립미술관까지

코펜하겐에서 안데르센이 살았던 집은 뉘하운 운하 근처에 있다. ‘새로운 항구’라는 뜻을 지닌 뉘하운 운하는 1673년 완성된 인공 항구로 예전엔 선원들이 찾던 선술집들이 즐비했다지만 지금은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가 가득한 거리로 인기가 높다. 날씨가 좋은 여름철이면 노천카페마다 사람들로 넘쳐 나고, 맥주 한 캔씩 들고 운하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운하 북쪽으로 이어진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 같다. 실제로 안데르센은 이 거리의 20번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집>을 썼다고 한다. 안데르센은 오랫동안 이 부근에 거주하면서 주옥 같은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쳤던 이곳에서 그는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잠시 운하에 걸터 앉아 그를 상상해 본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모자와 지팡이를 옆구리에 끼고 한참 사색에 잠긴 그.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아이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든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일일이 아이들을 쓰다듬어 준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주변 어른들까지 모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진다…

뉘하운 운하에서는 관광선을 타고 운하 투어에 나설 수 있다. 운하를 따라가며 해안가 주변 유명 관광지들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바다쪽에서 바라본 인어공주상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약 40~50분 동안 이어지는 운하 투어는 매일 관광객들로 꽉 채워질 만큼 인기가 높다. 영어를 구사하는 가이드가 동반 탑승하기 때문에 감상 포인트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낮에는 햇살이 강렬하기 때문에 모자를 준비하는 게 좋다. 또 운하를 따라가다 보면 높이가 낮은 다리들을 자주 만나기 때문에 계속 선 채로 있는 것은 금물이다.

시내로 들어서면 시청 광장에서 콩겐스 니 광장에 이르는 스트뢰에 거리에는 생전에 안데르센이 다녔다던 자취를 바닥에 표시를 해놓았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감회가 새로워진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 발자국 중 하나를 따라가 봤더니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박물관을 거치게 됐다. 슬쩍 올려다보니, ‘sex museum´이라는 간판이 크게 달려 있었다. 안데르센과 섹스 박물관?!

언뜻 매치가 안 되는 이 그림을 놓고 일행간 해석이 분분해졌다. 결론은 안데르센 사후에 이 박물관이 세워졌다는 것. 어쨌든 안데르센에 얽힌 추억담 하나를 쌓아 온 셈이다. 이 스트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행자 전용 도로로 총 5개의 거리와 광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거리 이름보다 스트뢰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며 길 양편으로 유명 브랜드 샵과 카페, 레스토랑을 비롯한 볼거리가 많은데다 거리 악사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스트뢰에는 왕립공원까지 이어진다. 키 큰 나무 숲과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이 이어진 곳에 붉은 벽돌의 르네상스 양식 궁전으로 지어진 로제보르 궁전이 있다. 크리스티안 4세에 의해 건축된 이 궁전은 원래 여름 별궁으로 세워졌지만 크리스티안 4세가 이곳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평생을 여기서 보냈다고 한다. 현재는 왕실보물관으로 개방돼 대관식때 썼던 왕관을 비롯해 각종 보물과 가구, 의상 등을 볼 수 있다.

여행의 마무리 코스는 국립미술관이다. 외스터 안레그 공원 안에 국립미술관은 13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조각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마티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고, 그 밖에도 피카소, 뭉크 등 현대 화가들의 작품이 볼 만하다. 규격화된 전시관이 아닌 입체적으로 미술품들을 전시한 감각이 신선하다. 올해는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이벤트 행사들이 연중 개최된다.

현재도 국립미술관 3층에서는 안데르센과 동시대에 살았던 화가들의 전시회가 특별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다. 이 밖에도 대규모 국제 이벤트부터 TV, 콘서트, 전시, 오페라를 비롯해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회나 전시회 등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벤트 행사가 올해 말까지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로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이나 모두의 마음을 넉넉하고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만약 덴마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지금이 가장 적기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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