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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14탄 호주 멜버른 Ⅰ③ Day tour 2 - Hello Lovely Animals!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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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여러분은 ‘호주’ 하면, 그리고 ‘멜버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광활한 자연과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멋쟁이 도시의 이미지 이외에도 몽글몽글 귀여운 털이 보송보송한 오동통한 코알라와 세상사 걱정과 시름 따위와는 이미 담을 쌓고 ‘초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무심한 얼굴의 캥거루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정취가 흐르는 멜버른을 중심으로 불과 1~2시간 거리에는 호주의 마스코트인 귀염둥이 동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In the Forest 
알록달록 야생 앵무새 “이리와~”

ⓒ트래비

이전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처럼 오늘 하루의 일정도 ‘동물’이라는 테마로 묶어 원데이 투어로 진행된다. 이른 아침, 멜버른의 동쪽으로 동쪽으로 1시간쯤 달렸을까. 상쾌한 바람을 가르고 도착한 단데농 산맥(The Blue Dandenong Ranges). 쭉쭉 곧고 시원하게 뻗은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단데농의 골짜기를 따라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곳은 멜버른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알록달록 예쁘고 자그마한, 너무 조심스러워서 도도해 보이는 새들에게 반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울타리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새들의 사료를 모아 들고 새들을 유혹한다. 손을 뻗는 족족 새들에게 거부당한 수진과 수현과는 달리 수완이 좋은 사람들은 이미 양 팔과 어깨, 머리 등에 예쁜 앵무새를 올려놓고 여유롭게 먹이를 주고 있다. 그나마 몸통은 진한 빨강색이고 날개와 꼬리는 파랑색을 가진 선명한 컬러의 앵무새 로젤라(Rosella)가 폴짝폴짝 수진의 손바닥에 있는 맘에 드는 먹이만 쏙쏙 골라 먹고는 날아가 버린다. “와 얘네들 너무 얄미워”라며 투정부리는 수진, 새들에게 정신을 뺏겨 버린 사이 다른 일행들은 이미 버스에 올라타서 수진과 수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뾰로롱 뾰로롱’ ‘쉭쉭’ 울어대는 귀여운 새들과의 티타임은 가이드가 출발을 재촉하기 전까지는 쉽사리 끝나지 못하는 법. 
 
On the Farm
아기 캥거루 쟁탈전!


ⓒ트래비

원시 자연에서의 동물을 만나 보는 것은 더없이 값진 경험이지만 농장에서는 캥거루나 양과 말 등의 동물을 더 가까이에서 친숙하게 만나 볼 수도 있고 호주 유목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트래비
고풍스러운 옛 멜버른의 농장 가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와룩 캐틀 팜(Warrook Cattle Farm)에서는 집에서 호주 청정우로 만든 맛 좋은 스테이크로 점심을 시작하고 아기 동물들에게 우유 주기, 소젖을 짜서 즉석에서 맛보기, 양털 깎기 시범과 양치기 개들의 ‘양몰이 쇼’까지 다양한 농장 체험을 할 수 있다. 의욕 최고, 호기심 최고, 동물 사랑 최고의 자세로 그야말로 카우걸이 되어 농장 곳곳을 누비던 수현과 수진. 체험은 좋지만 동물을 무서워하는 수현이는 농장에서 승마 연습 중인 소녀들과 친구가 됐고, 동물에 열광하는 수진이는 막무가내 마구잡이로 아기 캥거루를 잡아 당기던 철없는 아가 여행자로부터 아기 캥거루를 보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든 체험이 하나같이 재밌지만 소젖을 직접 짜는 체험은 조심스러웠고 서툴렀고 너무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젖을 요령 있게 잡아 쭉 잡아 당기는 방법을 전수받았건만 그녀들의 손이 닿기만 하면 아무 반응이 없거나 엉뚱한 통에 귀한 우유를 흩뿌려 버렸다. 소젖을 짜자마자 맛보는 우유 맛은 비릿하고 역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농장 가이드 언니의 얼굴을 봐서 ‘원샷’해 보니, “와 이거 의외로 따뜻하고 고소한데?” www.warrook.com.au 

Wow! Exciting Puffing Billy

숲 속에서의 티타임을 마친 후 퍼핑 빌리 증기 열차(Puffing Billy)를 체험한다. 지정된 좌석 없이 아무 열차 칸에나 올라타 가장 마음에 드는 좌석이 아닌 창문(!)을 선점한다. 우리의 지하철마냥 배치된 의자가 있기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정석대로 의자에 앉지 않는 것이 바로 퍼핑 빌리 열차만의 정석이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예스러운 기관장 의상을 멋들어지게 갖춰 입은 할아버지가 창가에 앉을 때는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뿌우왕~’ 증기 기관차가 출발한다는 걸 알리는 경적 소리와 함께 ‘칙칙폭폭’이 아닌 ‘슉슉슉슉’ 증기를 뿜어대며 기차가 벨그레이브(Belgrave) 역을 출발한다. 너나 할 것 없이 기차에 탄 사람들은 안전봉에 팔을 걸치고 창틀에 엉덩이를 놓고 창문 밖으로 두 다리를 대롱거리며 기차여행을 만끽한다. 직선으로 달리던 기차가 곡선 모양의 철도를 달릴 때면 저 앞의 앞의 앞 칸에 나와 같은 자세로 앉은 다른 나라의 여행자와 가볍게 눈인사를 한다. 숲 속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에게 힘껏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빽빽한 원시림으로 채워진 단데농 숲속을 관통하는 25km의 레일 구간은 골드 러쉬로 한창 사람들이 멜버른에 모여들었던 1880년대에 만들어졌고 그 당시 이 증기열차는 숲을 통과하는 유용한 교통수단이었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멜버른의 대표 관광 테마가 됐다. 석탄으로 가는 기관차인 만큼 숯가루가 입과 눈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바람의 방향에 신경을 쓰자. 퍼핑 빌리 열차는 다음 역인 맨지스 크릭(Menzies Creek) 역이 종착역이다.

On the Phillip Island
 
세계에서 제일 작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펭귄


ⓒ트래비

이제 드디어 필립 아일랜드의 주인공 펭귄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이번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펭귄과 코알라 같은 동물들이지만 기사 겸 가이드인 Darryl 아저씨가 그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킨다. 펭귄의 성대모사(?)를 하며 펭귄을 소개하고 필립 아일랜드에서 삼가야 할 행동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재치 있게 설명해 준다. 

잘 닦인 길조차도 옹색한 어른 무릎 높이 정도의 수풀이 무성한 필립 아일랜드에 도착하자 왈라비를 찾아보라며 난데없이 흥겨운 음악을 틀어 준다. 왈라비는 호주, 태즈매니아 섬,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캥거루보다 훨씬 작아 더 귀여운 동물이다. 신나는 행진곡이 시작되면 가이드는 “왈라비!” 하며 소리치고 어디에 왈라비가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가이드가 찾은 왈라비에 시선을 두지만 잠시 후, 버스 안은, 특히나 수현과 수진 그리고 몇몇 어린 아이들이 왈라비 찾는 소리에 난리가 난다. 오락하듯 “왈라비! 왈라비!” 재미난 숨은 왈라비 찾기 놀이로 분위기는 금세 업!  

필립 아일랜드에 입장하는 길, 운 좋게도 펭귄이 너무 귀여워 필립 아일랜드를 여러 번 왔다는 멜버른의 아주머니를 만나 가장 ‘명당자리’라는 곳에 함께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는 바로 총 4열의 지정된 관람 구역 한가운데 바로 ‘오른쪽 자리’. 정 가운데에는 펭귄이 지나가는 길이 뚫려 있어 그곳에서는 펭귄을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단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숨죽여 펭귄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담요와 목도리, 외투로 몸을 칭칭 감고 있지만 한기가 느껴졌다. 

코끝이 시리고 펭귄을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게 느껴질 무렵, 드디어 나타난 은색 생물체 두 덩어리. 매직아이를 하듯이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니, 다름 아닌 펭귄이다! 파다닥 헤엄쳐 해변가에 도착하더니 두리번두리번 눈앞에 보이는 괴생물체(?)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이상하다’라고 생각했는지 몇 번이고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할 뿐 정찰병 펭귄이 도통 제 무리들을 이끌고 나오질 않는다. 단 두 마리의 유영에 혼잣말로 “빨리 나와라잉?”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펭귄 무리들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던 은색의 물결, 검고 희다기보다는 바닷물에 흠뻑 젖은 펭귄은 은색으로 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치 남반구의 어둠 속 무수한 별 사이를 헤치고 육지에 도달한 싱싱한 생선처럼. 이십여 마리가 해변가에 주르륵 서 잠시 주춤하더니 곧이어 귀여운 펭귄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너무 멀다’라는 느낌은 펭귄이 근처에 서 있는 갈매기의 옆을 지나가자 비로소 실감이 난다. ‘너무 작다’가 맞는 표현인 게다. 세상에서 제일 작다던 펭귄은 갈매기보다도 덩치가 작았다. 키가 30cm정도밖에 안 된다더니 정말 너무나도 작아 ‘귀여워 미치겠네’라는 생각에 가슴이 요동친다. 그 짧은 다리로 총총총 뛰어가다가 넘어지면 또 그 연약하고 짧은 팔로 우스꽝스럽게 딛고 일어서서 달리는 모습에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어 버린다. 

똑같은 장면이 약 10회쯤 반복되자 필립 아일랜드의 스태프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펭귄 퍼레이드가 거의 끝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가도 된다”고. 뒤를 돌아보니 그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 섬의 윗 편에는 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전 퍼레이드를 마친 펭귄들이 잠자리를 잡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제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공 모양으로 몸을 말고 푹 잠이 들어버린 녀석들도 곳곳에 있었다. 바로 옆 울타리에서 펭귄이 걷고 있어도 소리를 내거나 만져서는 안 된다. 이 놀라운 경험에 싱글벙글 수현과 수진도 펭귄과 보폭을 맞추며 함께 걸어간다. 뿅뿅뿅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걸어가는 익살스러운 펭귄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져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영원히 너를 잊지 못할 거야, 귀여운 펭귄들아!”

필립 아일랜드는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불어 반드시 사전에 담요나 두툼한 외투를 준비해야 한다. 절대 사진 촬영은 금지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더라도 사진 촬영은 절대 불가. 누구는 한번에 200마리의 펭귄 떼를 봤다고 말하고 수진과 수현은 그보다는 운이 조금 나쁜지 10여 마리의 펭귄 떼를 하염없이 봐야 했다. 어린 펭귄들이 자라는 시기에는 더욱 많은 펭귄들을 볼 수 있다. 11~1월 사이에는 1,000마리 이상으로 수가 불어난다. 이 섬을 곧 방문할 당신에게는 행운이 함께하길. 

필립 아일랜드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동물원으로 아름다운 초원과 거친 파도에 마치 실크처럼 부드럽게 반짝이는 신비로운 포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수려한 해안선을 따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들이 펼치는 ‘펭귄 퍼레이드(Penguin Parade)’, 바다물개들의 집단 거주지인 ‘노비스(The Nobbies)’, 코알라들을 보호하고 있는 ‘코알라 보호센터(Koala Conservation Centre)’ 조류 서식지인 ‘울라마이(Woolamai)’ 등으로 구성돼 있다. www.phillipisland.net.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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