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상호에 덮밥 메뉴 인기만점
가게 이름만으로는 이 집이 어떤 음식을 하는 집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공룡을 크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함바집 같기도 하고, 공룡의 존재가치를 따진다면 희귀한 음식을 내놓는 집 같기도 하다.
물론 둘 다 정답이 아니다. 이 집은 분식집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 집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여대생을 위한 종합 음식 공간’ 정도가 될 것이다.
싸고 맛있는 집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대학가 중에서도 숙명여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동네다. ‘김민영 호떡’처럼 이미 전국구로 등극한 맛집에서, 연예인들의 단골집 ‘산에는 꽃이 피네’같이 유명한 맛집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여학생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이 ‘공룡밥그릇’이다. 주 메뉴는 덮밥과 스파게티다. 라면도 맛있다.
덮밥 중에서 최고의 인기메뉴는 ‘닭고기 계란덮밥’과 ‘토마토 참치덮밥’.
닭고기 계란덮밥을 시켰다. 덮밥 전에 전채로 표주박에 식빵을 튀겨서 준다. 이 음식의 이름이 대단하다. 바로 ‘공룡밥’이기 때문이다. 이 집의 상호를 일깨워주는 순간이다.
양으로 보면 공룡의 멸종 원인이 되었을 만큼 적다. 그러나 입맛 돋우는 전채음식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어서 나오는 덮밥은 ‘복(福)’자가 선명하게 박힌 사기그릇에 아기자기한 수저와 반찬이 함께 나온다.
작지만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게 이 집의 특징이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메뉴판 디자이너인 주인집 딸이 직접 만든 메뉴판도 그렇고 식기들도 그렇다. 그리고 맛도 그렇다. 여러 가지 맛이 제각각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닭고기 계란 덮밥이 대표적이다. 잘 다린 조선간장을 기본 소스로 한 덮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지고 엉기지 않은 밥 위에 부드럽고 담백한 닭고기와 계란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뤄낸다. 간장 소스 때문에 짭짜름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우러난다. 거기에 닭과 계란의 맛이 조화롭게 독특한 풍미를 제공한다.
덮밥은 원래 일본 음식이다. 일본말로는 ‘돈(동)’이라고 한다. 쇠고기 덮밥은 ‘규동’, 달걀을 얹으면 ‘오야코돈’, 돈가스를 넣으면 ‘카츠돈’이 되는 식이다. 이 집의 덮밥은 일본에 내놓아도 손색 없을 정도로 일본식 맛도 잘 우러난다. 덮밥이란 말처럼 일본인들을 ‘돈(동)´을 먹을 때 밥 위에 놓인 재료를 그대로 놓고 먹는다. 카레도 카레를 밥에 조금씩 먹을 만큼만 뿌려서 먹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덮밥이건 카레건 모든지 모든 재료를 다 넣고 비벼서 먹는다. 비빕밥의 나라답게 먹는 것이다. 그러나 야채 중심의 비빔밥은 그렇게 먹는 게 맛있지만, 상대적으로 물기가 많은 덮밥이나 카레는 일본식으로 먹는 게 맛있다. 밥이 눅눅해지지 않고 재료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도 덮밥을 먹을 때는 일본식으로 재료를 얹은 그대로 떠먹는 것이 좋다. 밥 종류는 덮밥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면, 면 종류는 스파게티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스파게티의 가장 중요한 소스인 토마토소스가 이 집의 자랑이다. 비법은 공개할 수 없지만 숙대생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다.
이 정도면 눈치챘겠지만 이 집은 음식의 원칙을 잘 알고 응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절대로 화낼 것 같지 않은 주인아주머니에게 음식을 어떻게 배웠냐고 물으니 요리책을 뒤적여가며 독학으로 배우신 솜씨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대장금보다도 더 뛰어난 ‘음식 그리는 능력 ’이 있음이 분명하다.
18평의 반지하 가게로는 비좁아서 최근에 1호점 옆에 2호점을 개업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 유명한 집 중에 맛없는 집들도 많지만 이 집만은 그런 허명을 비켜간다.
이 집의 무시무시하고 귀여운 이름은 주인과 딸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이름을 찾다가 만든 이름이란다. 그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이 맛, 오래오래 가기를 기대해 본다.
● 음식점 정보
-주소: 서울시 용산구 청파2가 71-40
-전화: 02-3273-5926
-찾아가는 길: 지하철 숙대 입구역에서 숙명여대 정문으로 가다가 청운약국 골목 안
-메뉴: 닭고기 계란덮밥, 참치 스파게티 3,500원 / 공룡라면 2,500원
-영업시간: 08:30-22:00
-휴무: 명절당일만
<글/사진=박정배(음식 컬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