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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사이 4현 ③ 미에현, 나라현 - 식도락, 진주, 백제의 향기까지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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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맛있네, 이게 뭐지?” 미에 현에서는 식사를 할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처음 간 여행지에서 물갈이는커녕 이번이 아니면 다시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먹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 혼슈 중앙 간사이의 또 다른 현 미에.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러 억울(?)한 이세새우를 비롯해 굴, 전복, 소라 등 각종 해산물이 풍부한 이곳을 식도락 여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이세 일본 여행의 시작점

ⓒ트래비

이세만을 끼고 기이반도 동쪽으로 길게 자리한 미에 현은 아직 그 이름이 생소하다. 하지만 최초의 양식 진주 생산지인 미키모토 진주 섬, 일본 신사 중에서도 제일로 꼽히는 이세신궁, F1 그랑프리 개최지로 유명한 스즈카 서키트까지 각 여행지마다 개성이 넘치는 곳이다. 오래 전부터 여행자들이 모여든 이곳에는 “이세는 일본의 모든 여정의 시작점”이라는 말도 전해져 오고 있다고.

와카야마에서 3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해 처음 도착한 곳은 도깨비의 성, 오니가죠(鬼ケ城)다. 사력 해안이 험준한 절벽을 이루고 있는 오니가죠는 온통 울퉁불퉁 바위투성이다. 1km에 달하는 바위 절벽과 동굴에는 일본 전설 속의 괴물 ‘오니’ 얘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억지로 찾아올 정도는 못 돼도 자동차를 타고 여행한다면 들러 가도 좋을 듯싶다. 

오니가죠에서 30분 정도 달려 키이나가시마의 길목에 있는 ‘마루쇼’라는 식당이 나온다. 가게의 명물인 새우 튀김을 주문하니 두 마리 새우가 떡하니 상 위에 올랐다. ‘겨우 두 마리?’라는 말은  20cm는 족히 될 대형 새우의 등장에 쏙 들어가고 만다. 바삭바삭한 튀김 옷 사이로 아삭 씹히는 새우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 장정도 새우 두 마리에 배가 불러 쩔쩔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말로만 들은 이세 에비(새우)는 이보다도 훨씬 큰 왕새우라니 ‘새우의 변신은 무죄’!


ⓒ트래비

미키모토 진주 섬 ㅣ 아름다운 진주 섬을 아시나요?  

이세시마의 도마만에는 아름다운 진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키모토 진주 섬이 떠 있다. 섬은 주차장에서 육교를 지나 5분 정도, 생각보다 지척이다. 미키모토 진주 섬은 세계 최초로 양식 진주 생산에 성공한 곳으로 섬 전체가 진주 양식장이다. 

1993년에 진주 양식 100주년을 기념한 진주 섬 내 기념관에는 4개의 전시실에 있는데 진주 채취의 변천사와 보석으로서의 진주의 탄생 과정, 처리 과정, 모패(母貝)에 손으로 진주 핵을 넣는 과정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흔히 진주는 조개 속에 이물질이 침입하면서 그 자극으로 이상 분비물이 생겨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식 조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년 정도지만 진주가 될 확률은 50%, 이 중 최상의 진주는 5%밖에 나오지 않는단다. 양식 진주라 해도 값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진주를 고르는 노하우는 얼굴을 비춰 봤을 때 선명하게 비치는 것이 좋다. 기념관 앞 바다에서는 진주를 채취하는 해녀들의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한국과 달리 하얀 물옷 차림의 해녀들이 인상 깊다. 관광객들에게는 다양한 진주 액세서리를 살 수 있는 펄플라자도 인기다. 

진주 섬 바로 옆 대형 수족관인 도바수족관도 흥미롭다. 예전 어부들이 젖을 물리는 모습이 사람을 닮아 인어로 오인했다는 물고기 ‘듀공’부터 진귀한 물고기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850종에 이르는 바다 생물들이 11개 존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동선이 잘 돼 있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도 편안하게 신비한 물속 세계에 빠질 수 있다. 진주 섬과 도바수족관은 JR  도바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했다. 


이세 신궁울창한 숲 속, 장엄한 신사 

ⓒ트래비
미에 현은 일본인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불린다. 2000년 역사의 이세 신궁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신사로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연간 600만명이 넘는 일본인들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라더니 입구부터 사람들로 넘쳐난다. 일본은 보통 좌측 통행이지만, 성계와 속계를 상징하는 우지다리는 우측으로 건너야 한다. 

이스즈 강의 제방 근처에 위치한 이 신사는 800년을 자란 울창한 삼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잘 꾸며진 신궁을 걷다 보면 바닥에 깔린 흰 자갈과 편백의 곧은 줄기가 어우러져 엄숙함이 돋보인다. 그 완벽한 구성에 숨이 막힐 정도다. 본당인 정궁 안에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는 태상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는데, 일본 황족의 최초 시조로 알려져 있다. 매년 1월1일 황족들이 이곳에서 참배를 한다고. 사진 촬영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신궁 앞에 자리한 오카게 요코초도 관광객 단골 명소다. 우리나라 민속촌처럼 에도시대의 고풍스러운 모습이 재현된 풍물거리. 거리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전통 먹거리 가게들이 즐비한데, 특히 300년 역사의 찰떡 가게 ‘아카후쿠’가 유명하다. 가게 안에서 떡을 사 먹으면 녹차가 공짜다. 

50여 개의 가게 중 에비마루에서는 ‘스시규’라는 독특한 참치덮밥도 맛볼 수 있다. 예전에 어부들이 바다에 나갈 때 쉽게 먹을 수 있게 참치덮밥을 만들었던 것에서 시작됐다고. 고슬고슬한 밥 위에 얹어진 달콤한 참치가 사르르 녹아 내리는 그 맛은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www.okageyokocho.co.jp

파르케 에스파니아 플라멩고의 열정에 빠져봐 

ⓒ트래비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입지 조건 때문일까. 도쿄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그리고 하우스텐보스처럼 일본의 3대 테마파크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넘버 4인 미에 현 이세시마의 파르케 에스파니아(PARQUE ESPANIA)는 다소 생소하다.

스페인 공원을 주제로 한 대규모 가족놀이 공원인 파르케 에스파니아는 월트디즈니에 익숙한 테마파크와 달리 돈키호테 등 유럽 만화영화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스페인에서 직접 날아온 댄서들의 낭만과 열정이 넘치는 플라멩고 공연은 보는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든다. 극장처럼 생긴 무대에서 50분간 진행되며 500엔의 비용이 든다.

레스토랑에서는 여유롭게 전문 스페인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스페인의 축제와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에트파니아 카니발은 물론 캐릭터쇼와 거리 퍼포먼스 등 파크 곳곳에서 펼쳐져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근의 시마스페인 무라 리조트에서는 전면이 유리창으로 이뤄진 대욕탕에서 대자연을 바라보며 온천욕도 만끽할 수 있다. 파르케 에스파니아에서 20여 분 거리, 해질 녁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도모야마전망대가 자리해 시간을 잊은 대자연의 황홀한 전경을 볼 수 있으니 꼭 들러 보자.   

미에 찾아가기     한국에서 미에 현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오사카 또는 나고야에서 자동차·버스나 기차 편으로 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오사카까지는 1시간40분, 나고야까지는 1시간50분. 미에 현은 고속도로와 철도망이 잘 발달돼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다. 오사카에서 이세까지 2시간, 나고야에서 이세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나라는 일본이 최고의 국가를 세웠던 땅, 오사카와 달리 차분한 관광지로 여행객들은 자유분방하게 풀어져 있는 사슴과 곳곳에 남아 있는 시골 풍경에 마음까지 여유로워진다. 바둑판 모양으로 이뤄진 시내 어느 방향으로 가도 고즈넉하고 오래된 사찰과 만나게 된다.교토와 같은 역사 도시이면서도 교토와 달리 꾸미지 않은 자연과 시골 풍경이 독특한 나라만의 인상을 전한다.

이시부타이 고분 아스카데라 ㅣ 백제의 자취를 따라 

ⓒ트래비

해질 무렵, 나라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이시부타이 고분이다. 가기 전 ‘옛날 여우가 밤마다 나타나 돌 위에서 춤을 춘 곳’이라는 설명을 들어서인지 대체 어떤 곳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작 도착해 보니 이시부타이는 여우와는 상관없는 거석 30개를 쌓아올린 일본 최대의 바윗돌무덤이었다. 

낮은 구릉에 거대한 돌을 쌓아 올린 이 고분은 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당시의 유력자인 백제 출신의 소가노 우마코의 무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19m, 높이 7.7m, 돌 중량은 총 2,300t 정도며 천장을 덮은 큰 바위는 무게가 무려 77t이나 된다고. 석실 내부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고분을 지나 또 다른 아스카의 상징 아스카데라로 향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대불이 있는 아스카데라 절은 입구부터 소박함이 전해져 온다. 596년 건립 당시에는 남북으로 320m, 동서로 210m나 됐다니 현재의 모습으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명성에 비해 너무 초라해 가슴이 아려 온다. 

아스카데라 본당에 있는 석가여래상 역시 아스카 문화가 융성했던 606년에 만들어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아스카 대불은 왼쪽에서 보면 온화해 보이고 오른쪽에서 보면 엄해 보이는 게 특징. 대불 앞에 앉자 주지스님으로부터 백제에서 건너온 도래인이 지었다는 아스카데라의 창건 배경과 한국 수덕사와의 인연 등 흥미 있는 얘기 거리가 전해진다. 설명을 듣고 찬찬히 절 뒷마당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시공을 넘어서 백제의 향기가 풍겨 오는 것만 같다.

도다이지 ㅣ 세계 최대규모의 불상과 사슴


ⓒ트래비

관광객들이 꼭 한번쯤은 들린다는 나라의 대표적인 사원 도다이지(東大寺)로 들렀다. 도다이지는 멀리서 봐도 규모가 정말 대단하다. 8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절은 2번 불에 타 현재 규모가 예전의 3분의 2 정도라니 상상조차 쉽지 않다.  

도다이지의 상징은 무려 높이가 16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불. 이 불상에 사용된 동은 무려 380t으로 20여 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단다. 백제인의 총 지휘 아래 고구려인과 신라인의 노력도 보태져 불상을 주조했다고, 대불 옆 기둥에는 어린아이 한 명이 지나갈 법한 구멍이 나 있다. 이곳을 통과하면 1년 내내 무병한다는 속설이 내려와 많은 관광객이 비좁은 나무 구멍 사이로 들어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성인 여자가 들어가기에도 무리가 없으니 한번 시도해 보자.
돌아서 나오는 길, 금당 입구 오른쪽의 빨간색 좌상이 눈길을 끈다. 멀리서 보면 빨간 우비를 입은 귀신 같다. 관절염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금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꼭 만지고 간다는 이 불상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는지 무릎이 반들반들하다. 오래된 절을 돌아보다 보면 사슴과의 특별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사슴들이 먹이를 달라고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닌다. 사람보다 오히려 사슴이 먼저 다가오는 신기한 풍경에 ‘사슴들의 천국, 나라에 와 있구나’ 실감 나는 순간이다.   

호류지 ㅣ 담징 벽화가 유명한 금당 


ⓒ트래비

한국인이면 누구나 들어 봤을 법한 유명한 호류지(법륭사)로 발길을 돌렸다. 호류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조 건축물로 세계유산에도 등록돼 있다는데 수리가 잘된 탓에 산뜻하다. 산책을 하며 천천히 돌아보면 반나절은 걸릴 듯 그 규모가 대단하다. 면적은 총 18만 평으로 20여 동의 건물과 불상들은 대부분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아스카 시대에 세워진 오층탑과 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금당이 그 유명한 담징의 벽화가 그려진 곳이다. 610년 담징이 일본으로 건너가 이 벽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49년 일어난 화재로 불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재는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경내는 대부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손전등이 있어야 내부를 볼 수 있으니 챙겨 가면 도움이 많이 된다.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쇼토쿠 태자의 모습을 찍은 목상 구세관음이 있는 몽전이 개방돼 특별 전시도 볼 수 있다. 쇼토쿠 태자는 일본의 불교를 진흥시킨 인물로 호류지 곳곳에서 그를 모시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 나라 찾아가기     나라로 가는 항공은 없고 오사카공항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사카공항에서 오사카나 교토로 가 기차를 타고 4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나라 관광은 자전거를 이동하면 좋다. 대부분의 역사 근처에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센터가 잘 마련돼 있다. http://www.pref.nara.jp/nara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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