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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 내가, 당신이, 우리가 하는 여행 이야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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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
 

어느 덧 트래비는 80호를 향해가고 부지불식간에 트래비스트 이벤트를 통해 뽑힌 핫 트래비스트도 100여명이 됐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에세이와 사진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웬만한 전문가 뺨 칠 만큼 ‘수준급’의 글과 사진이 있는 곳이 바로 트래비스트 게시판이다. 그들의 재미난 여행기가 올라오는 게시판 외에도 이주의 우수작은 ‘이 주의 트래비스트’ 코너에 오르며 그 작품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트래비스트들의 인터뷰는 ‘핫 트래비스트’ 코너에 실린다. 유명인 못지않은 여행스토리, 여행철학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길 떠나기’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이들의 이른 발걸음과 깨달음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행지에서 이것만은 꼭 챙긴다!

이 세상 그 어디를 간다 해도 핫 트래비스트라면 한명도 빠짐없이 꼭 챙겨가는 것은 바로 ‘카메라’. 사진 부문과 에세이 부문까지 여행지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거나 자기의 느낌과 감상을 필터로 거른 뒤 기억하는 ‘카메라’와 ‘펜’과 ‘메모지’는 ‘must have'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카메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꼽아준 것이 바로 mp3를 비롯한 음향기기. 여행지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나. 나만의 ‘BGM’(Back Ground Music)은 운치있는 여행의 필수요소다.

“모나코 절벽에서 코발트색 바다를 바라보며 들었던 노라존스의 <Don't know why>와 스위스 인터라켄의 공원 잔디밭에 누워 들었던 스팅의 <My one and only love>는 지금 들어도 그때 그곳에 돌아가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들어요. 음악이 가져다주는 추억의 감동은 글과 사진보다 더 강할 때가 있답니다.” (김은정님)

음악과 같은 의미로 ‘책’을 꼽은 이들도 많았다. 문태곤씨는 전혜린의 독일에서 읽었던 <이 괴로움을 또 다시>와 일본에서 읽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예로 들며 여행책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부한 느낌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이와는 다른 재미난 대답으로는 “매번 가져가지만 매번 읽지 않았던 보고 싶은 책 한 권”이라는 김동운님의 답도 있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챙기는 것으로 꼽힌 것은 ‘가족사진’과 ‘친구들의 주소록’이다. 누군가와 말을 나눈 지 열흘이 지났고 일기장에 혼잣말 하는 것도 지쳤다면 어느 카페에, 어느 벤치에, 어느 돌 위에 앉아 엽서를 꺼낼 때다. 더더욱 좋은 것은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는 고국의 이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선물이 된다는 것.

“제일 처음 챙기는 것은 사람들의 주소록입니다. 그들이 저를 잊었을 때쯤 슬쩍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에요.” (이수빈님)

그 외에 많은 분들이 꼽아준 것은 녹음기, 테이프, 비닐백, 미리 찍어둔 ‘스티커 사진’, 껌과 담배 같은 현지인들과 촬영할 때 나누어줄 간단한 선물, 내게 꼭 맞는 비상약, 라면스프, 자외선에 지친 피부를 위로해 줄 일회용 팩, 한국에서 입지 못했던 옷 등 다양한 아이템들이 나왔다. 

어떤 일정으로 어느 곳을 가느냐에 따라 챙기는 아이템이 달라지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여행자에게 어떤식으로든 ‘유용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외에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준 핫 트래비스트들도 많았다. 

“아이였을 때, 가보지 않은 동네와 낯선 얼굴의 사람들, 그리고 넓은 세상에 대해 품었던 무궁무진한 호기심. 그 경건한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챙깁니다.” (남소연님), “이번 여행도 즐기겠다는 마음.” (정상구님) “뭐든지 묻고, 어디에서든지 주저앉을 수 있고, 어디에서든지 먹을 수 있는 뻔뻔한 마음. 그리고 담담한 마음” (손희상님) “사람과의 만남을 반기는 넉넉한 마음.” (문태곤님)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단 말인가, 하고 의아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결국 이렇게나 많은 마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바로 ‘꾸미지 않은 나만의 진심’이 아닐까?

여행기도 ‘잘’ 쓰는 방법이 있다?

여행지의 에세이와 사진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해 다양한 노하우가 있는 핫 트래비스트들. 여행지에서 느낀 모든 부분을 낱낱이 적고 메모하고 수집하거나 나만의 느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돌아와 완전 새로운 글을 쓰는 경우 등 대체로 여행에세이를 남기는 나름의 방법만은 대체로 대동소이했다.

“여행기 작성에도 유통기한이 있어요. 현지에서 작성한 여행기가 훨씬 생생하고 맛깔스러운 법이니까요. 가급적이면 현지의 카페나 이동 중인 열차 안에서 느낌들을 적어냅니다. 그 순간 귓가를 맴도는 공기의 끈적임이나 비릿한 먼지의 냄새까지도 생생하게 뱉어내려 노력하죠. 경우에 따라서는 숙소 침대 위에 누워 꿈나라로 떠나기 직전, 하루를 정리하기도 해요.” (박나리님)

“먼저 여행지에 관한 많은 공부를 하고 갑니다. 그리고는 그곳에 가면 미리 공부해온 것들을 나만의 감성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둘러봅니다. 무턱대고 둘러보는 것보다는 미리 공부를 하고 둘러보는 것이 더 많은 느낌들을 전해주거든요.” (김봉수님)

“사진이 마음의 감동을 다 담지는 못하지요. 피곤함을 이기고 해 두는 메모도 깊은 감정을 충실히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포도주처럼 마음속에 우러나와 발효되는 무언가가 남기를 기대하는 편입니다.” (남소연님)

‘가장 기억에 남는’ 나만의 여행지

이 질문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의 답이 나왔기 때문에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또 많은 트래비스트들이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다녀왔던 여행지에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다녀온 모든 곳들이 추억이며 ‘베스트’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묻기로 했다.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이 ‘장소’보다는 ‘사람’과 얽힌 여행지를 적어주었다. 모든 것이 낯선 여행자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만큼 좋은 곳은 없는가 보다.

“호주 서부의 ‘에스페란스’. 일본친구들 11명과 차를 렌트해서 떠났던 곳인데 도착하는 순간 입이 쩍~ 벌어져버렸습니다.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평생 그렇게 아름답고 푸른 바다는 본 적이 없습니다. 빠져버릴 듯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마치 천국에 온 듯 했어요. 그래서 떠나는 순간에도 계속 뒤를 돌아봐야만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멋진 곳을 떠나야하나?’하면서.”  (김정원님)

“호주 퀸즈랜드 주의 아웃백 지역이 좋았어요. 해안도로가 아닌 내륙 쪽의 도로로 케언스라는 도시까지 가는 중이었는데 몇 시간마다 만나게 되는 차들, 언제 나타날지 몰라 가슴 졸이게 하던 주유소들, 한 밤중에 차들 옆으로 뛰어다니던 캥거루들, 도로 위에 떨어진 큰 바위인줄 알고 속도를 줄이고 하향등을 켰는데 다리를 위로 하고 뒤집어진 상태에서 죽어 있던 엄청나게 컸던 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컸던 감동은 헤드라이트를 끄고서도 운전할 수 있었던 만큼 하늘에 많이 떠있던 별들과 달이었습니다.” (지호준님) 

“이집트의 ‘시와’입니다. 시골 할머니의 ‘정’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 모두들 손 내밀면 친구가 되는 사람들, 그들의 순박한 웃음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절절히 실감했던 곳이었지요. 아, 그리운 시와 사람들!” (김유경님) 

“바라나시가 가장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곳에는 생과 사가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 건너 죽은 이들의 쉼터에는 고요와 평온이, 산 자들의 세상엔 삶의 활기가 넘치거든요.” (조수경님)

걷고 또 걷다보면 온 세상 사람들 다 만나고 오겠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이라는 질문에 “보내 주실 건가요?”라던 한 트래비스트의 답변에 ‘움찔’하는 마음을 안고 여행 좀 ‘한다’하는 트래비스트들이 꼽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여행에 관심이 많고 늘 가고 싶은 여행지를 마음에 품고 사는 그들다웠다. 전세계 구석구석 참 가고 싶은 곳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와 ‘극지방’ 등 쉽게 닿을 수 없어 더 매력적인 여행지를 꼽았다. <마라톤>의 초원이가 그리던 ‘세렝게티 초원’을 비롯해 탄자니아,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트레킹을 꿈꾸는 트래비스트들이 다수였고 그 다음으로 쿠바를 비롯한 남미 대륙을 꿈꾸었다. 세 번째로 많았던 대답은 바로 ‘우주’다. 우주를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김기홍씨의 이유인 즉, “무한한 우주의 모습과 파란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지구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는 게 제 소원입니다.” 

그리고 ‘국토대장정’이라는 대답도 많았다. 사실 그 어느 나라의 어느 여행지보다 오밀조밀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 우리강산이라는 것에는 큰 이의가 없을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여행은 정수기의 필터. 더러워진 필터는 새로 교환함으로써 또 새롭게 재충전되어 더 깨끗하고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민경찬님)

“여행을 통해  밭에서 새참 먹으러 방금 나온 일용엄니의 스킨 칼라를 얻는다. 웬만한 흙먼지와 때꾸정은 신석기 공룡이 날파리 보듯 보게 된다.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죽은 사고와 움직이지 않는 묵은 가치관을 변화시킨다.” (임한나님)

“여행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그래서 우유부단하지만 여행 중에는 모든 선택은 오로지 자신만의 것. 마음에 귀 기울이고 선택하면 신기하게도 예상치 못했던 보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하나하나가 기쁨, 자신감, 에너지를 준다.” (윤혜진님)

“여행은 그냥 좋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 듣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좋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왕따놀이’일 수도 있겠다. 일상에서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하루만 없어도 세상이 없어지는 것처럼 다들 야단이지만 그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유별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이 좋다.” (김효정님)

“지구에 태어나서 인생의 책장을 빨리 넘기는 방법이 곧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옮기자면, ‘인생은 하나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재미있어서 책장을 빨리 넘길 수도 있고, 지루하게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한 권도 채 읽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어서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은가? 그러면 여행을 떠나라. ‘옳소!!” (이승미님)

“떠나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세상엔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절대로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두려움이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감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뭐든지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지호준님) 

“여행이란 버릴 것은 버리고, 얻을 것은 얻으면서 나를 완성해가는 제로 썸(Zero-Sum) 게임. 물론 여행 중에 그런 것을 의식한 적이 없지만 항상 여행 후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얻고, 버리고, 배우고, 알려주고.” (지인호님) 

*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본인에게 있습니다. 
* 트래비스트 이벤트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리 = 트래비 인터넷팀 midol@traveltimes.co.kr / 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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