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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수 - 페리로 떠나는 규슈 자유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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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화려한 밤빛을 뒤로하고 배는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시모노세키행 페리의 선상 갑판에 서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 부산항을 바라보며
출렁이는 파도와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 본다. 비행기를 타고는 느낄 수 없는
낭만과 여유. 페리로 떠나는 여행은 이동하는 시간마저도 또 다른 여행길이 되고 만다
.

글·사진 Travie writer 김봉수   에디터 정은주 기자
취재협조 부관훼리 02-738-0055┃www.pukwan.co.kr

밤새 바다를 건너 도착한 시모노세키항.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딛는 느낌은 늘 여행자들을 설레이게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또 어떤 것들을 경험하게 될까?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기대로 부풀어 오른다.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가라토 수산시장. 시장으로 가는 이국적인 풍경의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간몬 해협의 바다 향기에 취해 본다. 시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부산함이 느껴진다. 싱싱한 수산물들이 즐비하고 상인들과 행인들의 흥정에 활기가 넘친다. 마치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오전 10시부터는 즉석에서 싱싱하고 다양한 회들과 초밥들을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좌판이 열린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방문한 탓인지 아직 좌판은 보이지 않는다. 군침만 삼키며 돌아설 수 밖에. 

가라토 시장을 빠져나와 근처 선착장을 찾아가 모지항으로 가는 유람선에 오른다. 사실 유람선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시모노세키항과 모지항을 잇는 교통수단 정도라면 딱 맞겠다. 그래서인지 요금은 저렴한 편이다. 모지항으로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 정도.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혼슈에서 규슈로 건너온 셈이 되었다.  

규슈의 관문 모지코

모지항은 국제무역항으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던 곳이어서 그런지 곳곳에 서구풍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모지항 선착장을 빠져나와 모지코(門司港) 역에 섰다. 고풍스런 서구식 건물이 참 이색적인 곳으로 1914년에 완성된 규슈에서 가장 오래된 서구식 목조 건물이다. 규슈 철도의 시발점이 된 곳이라 그런지 역사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역 맞은편에 위치한 미쯔이 클럽은 오래 전 아인슈타인 부부가 묵어 갔던 곳으로 유명한 곳. 서구풍의 건물 외관과 고급스런 실내 장식이 오래 전 고급 사교 클럽으로 이용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모지코 역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모지항 레트로 전망대는 간몬대교와 간몬해협, 모지항과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일품인 곳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서면 103m 높이 아래 펼쳐진 전경이 너무도 시원스럽다. 멀리 시모노세키항까지 아스라이 건너다보이는 조망은 여행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작지만 고풍스럽고도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모지코 거리는 한번쯤 시간을 내 둘러볼 만하다. 모지코의 주변 볼거리들은 모두 도보로 손쉽게 둘러볼 수 있다.

키타 규슈의 중심 코쿠라 

시모노세키항에서 규슈로 오는 여행자들은 여행 기간 동안 사용할 규슈레일패스(JR패스)의 개시를 위해 코쿠라 역을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코쿠라 역은 그냥 패스만 개시하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다.

키타규슈의 중심답게 코쿠라 역 주변은 구경거리가 참 많은 번화가이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을 가로질러 코쿠라 성으로 가는 길. 10여 분을 걸어 도착한 코쿠라 성은 멀리서부터도 찾기가 아주 쉽다. 여러 개의 층으로 나뉘어진 성 내부는 층마다 다양한 테마로 이루어진 전시장으로 꾸며져 있다.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오르는 동안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만큼의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너무도 다양하다. 꼭대기 층은 전망대와 휴식 공간으로 이루어져, 주변 풍경들을 시원스레 조망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코쿠라 성 전망대에 앉아서 달콤한 휴식 시간을 보내고, 코쿠라 역으로 향하는 중에 다시 시장 중앙부를 지난다. 북적이는 시장 골목에서 낯선 이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그 느낌은 여행이 내게 주는 또 다른 묘미다. 늘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 속에 살다 이렇게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 보는 것이 여행이 아니겠는가? 코쿠라 시장의 수많은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내가 여행을 떠나 왔음을 다시금 느껴 본다. 


ⓒ트래비

1. 진흙탕 속 가스가 올라와 생기는 거품 모양이 대머리처럼 보이는 대머리 지옥
2. 온천수의 온도에 따라 물색깔이 달라지는 가마솥 지옥
3. 온천수로 쪄낸 달걀들


해 지옥, 대머리 지옥, 가마솥 지옥 벳부 지옥순례


코쿠라 역에서 JR을 타고 1시간20분을 달려 도착한 벳부.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다. 잘 정돈된 호텔 객실 다다미방 한쪽 옆에 짐을 풀고는 온천욕장으로 향한다. 오래 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고장이라 대부분 시티호텔급들도 대중탕을 갖추고 있다. 습기 가득 머금은 온천탕 속에 몸을 누이고 하루의 피로를 접어 본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친 후 벳부 역 부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칸나와 온천 지역으로 향한다. 버스 정류소에서 내리자 여기저기 하얀 수증기가 피어나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다. 일본의 온천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칸나와 온천 지역은 흔히 지옥 순례로 이름이 나 있기도 하다. 살아 있는 화산 지대로 착각이 들 만큼 여기저기서 가스가 분출하고 뜨거운 온천수와 하얀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라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기 때문. 이 온천 지대들을 돌아보는 것이 바로 지옥 순례다. 이곳에는 해 지옥을 비롯해 10개의 지옥이 모여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진기한 풍경을 보기 위해 벳부를 찾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일 먼저 해 지옥을 찾았다. 푸른 바다색의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라 해 지옥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의 온천수는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새파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10개의 지옥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바로 해 지옥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반해 버릴 것만 같은 이 푸른 옥빛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음은 대머리 지옥. 회색 빛을 띤 진흙탕 속에서 가스가 올라와 생기는 거품의 모양이 마치 대머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이유가 억지 같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반면 참 신기하고도 곱다는 느낌이 든다. 세 번째는 가마솥 지옥. 온천의 열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 하여 가마솥 지옥이라고. 황토 빛을 띈 진흙탕 연못과 해 지옥과 같은 푸른 연못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곳은 친절하게도 한글로 된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다. ‘온천수의 온도에 따라 물 색깔이 달라진다’는 내용이다. 마침 안내원이 실험 삼아 온천수의 가스가 분출되는 곳으로 담배 연기를 불어댄다. 순간 갑자기 가스의 수증기가 크게 번져 피어오른다. 둘러서 있던 관광객 모두 놀란 듯 탄성을 자아낸다.

대표적인 세 곳의 지옥들을 둘러 본 후 가마솥 지옥 온천수로 쪄낸 계란 몇 개를 사 들고는 일행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하나씩 까 먹는다. 지옥 온천수로 쪄낸 계란 맛 치고는 그 맛이 아주 꿀맛이다.  


ⓒ트래비

1. 유후인을 달리는 인력거
2. 유후인의 상점 거리


자전거 타고 누비는 유후인 

벳부와는 작별을 고한 후 JR에 몸을 싣고 유후인으로 출발한다. 유후인 역에 도착! 역 앞 물품보관소에 들러 배낭을 맡긴 후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유후인 탐험에 나서기로 했다.

역 주위 번화가를 벗어나자 이내 아기자기한 마을 길을 만난다. 일본식 전통 가옥들을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장식한 예쁜 가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유후인의 중심지로 전통적인 옛 것과 세련미 넘치는 현대적 이미지가 아주 멋스럽게 조화되어 있다. 그 퓨전의 멋스러움이야말로 유후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라 할 수 있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 두고 가게들을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 선물 가게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꼭 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다양한 살거리와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예쁜 찻집들과 구수한 내음이 가득한 다양한 음식점들까지…. 지나는 이들이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할 만큼 매혹적이다. 

선물 가게는 겨우 뿌리쳤지만 예쁜 찻집에서는 결국 그 유혹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만 발길이 잡혀 버리고 말았다. 함께 여행하던 일행들은 모두 역 앞에서 흩어지고 홀로 찻집 문을 열고 만다. 멋스런 인테리어로 장식된 찻집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부린다. 따뜻한 차 한 모금을 입 안에 머금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유후인의 일상을 느껴 본다. 여행길에 만난 낯선 공간과 그 일상은 평범하게 보이면서도 분명 다른 특별함이 묻어 있다. 그렇게, 그런 일상의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은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찻집을 나와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멋스런 가게들이 길게 늘어선 길을 빠져나와 킨린코 호수와 마주하고 섰다. 호수 위에 거울처럼 비추어진 풍경과 인적이 드문 고요한 적막감이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호수 옆 가장자리를 따라 난 산책로 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찍는 몇몇 사람들과 호수 위를 조용히 떠다니는 오리들만이 호수의 여유로움을 즐길 뿐. 불과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후인의 매력에 그만 푹 빠져 버린다. 


ⓒ트래비

3. 유후인의 상점거리
4. 귀여운 선물 아이템이 가득하다
5. 킨린코 호수
6. 하가타 역에서 맛본 일식 돈까스
7. 규동 정식
  

낭만적인 밤을 선물받다 후쿠오카


하카타 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규슈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하카타, 그 번잡한 빌딩숲 사이를 걸어 호텔을 찾아가 짐을 푼다. 그리고는 호텔을 나와 길 건너편 규동 전문점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이곳에서 처음 맛본 규동, 일본식 덮밥인데 종류도 다양하고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식사 후 호텔로 바로 들어가기가 못내 아쉬워 마음 맞는 일행과 함께 텐진과 나카스를 둘러보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하카타 역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 떨어진 텐진에서 내려섰다. 역 개찰구를 나오자 바로 텐진의 쇼핑거리로 이어진다. 고급스러운 조명들 아래 갖가지 숍들이 길게 늘어선 지하상가가 바로 텐진 쇼핑거리의 중심이다.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았지만, 그저 이 낯선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즐거워진다.

텐진 거리를 잠시 거닐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떨어진 나카스로 이동한다. 이번 여행 중에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던 곳, 나카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 도착한 포장마차 거리는 기대했던 만큼이나 낭만적이었다. 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 행렬과 그 불빛들, 그 속에서 오순도순 모여 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들이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포장마차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낯선 도시의 불빛 아래 낭만적인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행복감이란. 그렇게 일행들과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한 잔, 두 잔 그 향기를 마신다. 행복한 기분이 온몸에 스미는 느낌. 낭만이 있는 나카스가 좋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결국 우리는 그 기분 그대로 나카스에서 하카타 역 근처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낯선 거리,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사이로 콧노래를 중얼거리며 걷던 하카타의 낭만적인 밤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꿈결 같은 시간 야나가와 카와쿠다리


하카타에서 JR을 타고 세타카 역에 내려 대기 중이던 야나가와행 셔틀버스에 오른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소도시의 정겨운 풍경들이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이내 버스는 야나가와 카와쿠다리(뱃놀이) 승선장에 닿는다. 나룻배가 있는 수로 아래로 내려서자 기다리고 있던 뱃사공들이 승선을 돕는다.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가득 찬 나룻배는 물살을 가르며 수로를 따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수로를 따라 흐르는 나룻배에 몸을 싣고, 서서히 스쳐 지나는 이국적인 주변 풍경들에 빠져든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봄직한 장면들이 기억 속에서 떠오를 무렵, 사공의 뱃노래가 시작된다. 한가로운 풍경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사공의 뱃노래가 잔잔한 감동으로 가슴 깊이 전해진다.

도시 속 수로를 따라 아담한 마을을 지나고, 꽃과 나무들이 울창한 수풀도 지나고, 그렇게 한 시간을 흘러 하선장에 이른다. 봄꽃들이 만발할 때 즈음에 다시 한번 찾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시간이 꿈결처럼 흘러가 버렸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시모노세키항 여객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하마유호에 오른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참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잠시 동안 내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준 5일간의 행복했던 일탈. 여행의 끝은 언제나 그렇듯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일본에서 만났던 낯선 일상, 낯선 사람들 그 모두가 그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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