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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① 카르타고의 영광을 품은 아프리카의 진주 Tunisia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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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어? 까만 사람들이 없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선 일행 중 한 명의 입에서 엉뚱한(?) 도착 소감이 튀어 나왔다. 아프리카에 대해 ‘부시맨’이나 ‘동물의 왕국’ 류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튀니지는 여러모로 생뚱맞다. 사람들의 피부색과 생김새, 한산하리라 생각했던 수도 튀니스의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꽉 막혀 있고 우려했던 현지 음식은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한국 토종 입맛에도 무난하다. 사막을 예상했던 도심 밖 풍경은 올리브 나무가 가득 채우고 있다. 사방이 엇박자의 연속이다. 여행객에게 튀니지는 아프리카보다 중동의 냄새가 더 짙다.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터키항공 02-757-0280, 아틀란티스여행사
www.atlantisvoyages.com



튀니지 여행은 대부분 수도인 튀니스(Tunis)에서 시작한다. 서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튀니스는 1,000만명의 튀니지 인구 중 213만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다. 오랜 시간 수도로 기능해 온 탓에 도시 곳곳 고대 유적의 흔적이 있지만 대부분 크게 손상돼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튀니지의 영화로웠던 과거를 한눈에 보려면 국립 바르도 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독특한 로마식 모자이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 박물관은 카이로 국립박물관과 함께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박물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9세기 왕궁으로 사용되던 곳을 개조한 바르도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자이크를 수집해 놓은 곳이다. 튀니지 전역에 흩어져 있는 중요한 모자이크는 모두 이곳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물관에는 로마 제국 시대 개인 빌라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던 로만 모자이크를 비롯해 크리스찬 모자이크 등 다양한 종류의 모자이크가 지금도 선명하고 찬란한 색깔을 빛내고 있다. 박물관을 거닐다 보면 이슬람으로 개종되기 전 튀니지에 퍼져 있던 초기 기독교의 흔적도 가득하다. 모자이크로 유명한 박물관답게 출구에서는 실제 돌로 만든 독특한 모자이크 퍼즐을 판매한다. 35디나르(한화 약 2만6,000원).


ⓒ트래비



한니발이 활약했던 카르타고도 빼놓을 수 없다. 시내에서 튀니스 호수 사이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해안가까지 올라가면 그 유명한 카르타고다. 기원전 9세기 페니키아인들이 세우고 로마에 의해 파괴되고 재건됐던 카르타고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카르타고의 모습은 너무나 쓸쓸하다. 비르사(Byrsa) 언덕에 오르면 간신히 남아 있는 몇 개의 돌기둥 사이로 듬성듬성 잡초가 자라는 황량한 카르타고 시대의 흔적만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무방비 상태로 황폐해진 카르타고 유적은 화려한 영광보다는 역사의 허망함만이 남아 있다. 유적지 옆에 있는 카르타고 박물관까지 보고 나면 그 찬란했던 문명이 이처럼 완벽하게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뿐이다. 



카르타고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차를 몰면 지중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100m 높이의 해안 절벽 위에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가 있다. 

시디 부 사이드는 16세기 스페인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로 안달루시아 지방의 스타일이 많이 남아 있다. 화가와 예술가도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언덕을 오르는 길가에는 이들의 작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시디 부 사이드는 혹자들이 종종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비교할 정도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얀 지붕과 건물, 구름 사이로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바다와 아치형 대문이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현지 가이드가 시디 부 사이드의 파란 창문과 하얀 건물을 설명할 때 ‘파리나 모기가 하늘인 줄 알고 무시해서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며 썰렁한 농담을 곁들이기도 했지만 정확한 이유나 기원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과장된 파랑과 하양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그 강렬한 대비는 지중해와 어울려 묘한  조화를 이루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만들어 낸다.

 
ⓒ트래비



튀니지 중부의 카이로우안(Kairouan)은 과거 튀니지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이 도시의 상징인 그레이트 모스크는 670년에 세워진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종교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레이트 모스크는 튀니지에 급속하게 이슬람 세력이 확장되면서 사원 신축이 시급해지던 시기에 세워진 사원이다. 서둘러 사원을 짓기 위해 주변에 있는 비잔틴, 로마 시대의 건축물에서 기둥과 건축 재료를 가져와 사용한 덕에 사원 안을 유심히 보면 기둥 장식과 모양이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올드 타운도 카이로우안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9세기부터 있었다는 올드 타운에는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기념품 가게에서부터 각종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과 레스토랑 등이 어울려 여전히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트래비



지중해를 바라보며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휴식을 하고 싶다면 해변 도시 하마멧 바로 남쪽에 있는 야스민 하마멧이 제격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올리브 나무가 전부였던 이곳은 정부 주도의 계획적인 투자와 국제적인 리조트 체인의 유치로 튀니지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정부의 투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이곳에는 현재 5성급을 비롯해 다양한 등급의 호텔이 100개 이상 들어설 정도로 관광객의 발길이 늘어났다. 카지노도 들어서 있다. 튀니지가 이슬람권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야스민 하마멧의 하스드루발 탈라사 & 스파(Hasdrubal Thalassa & Spa) 호텔은 전 객실이 스위트 룸 이상으로 채워져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스위트 룸을 가진 호텔로 유명하다. 하루 숙박료가 5,000유로인 이곳 프레지던트 스위트는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으며 얼마 전 미국의 유명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일주일간 머물기도 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호텔 측에 모든 공간의 꽃을 핑크색으로 꾸미고 전용 실내 수영장에는 TV를 설치해 달라는 다소 독특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밖에 튀니지 남부에는 자연의 아름다운과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운그제멜(Oungue Jemel)의 아틀란티스 고개들은 영화 <스타워즈>와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숏 엘제리드로 알려진 소금 사암 건너에 있는 두즈(Douz)에서는 모래언덕과 낙타, 천막과 양떼 등의 사막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사막을 더 체험해 보고자 사람은 크사르 길렌느로(Ksar Ghilaine)에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캠프에서 안락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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