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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전 10 북촌 ③ 우리는 북촌에 산답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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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오키친’ 요나구니 스스무 대표 ㅣ “내 삶의 터전,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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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하면서도 강한 개성이 엿보이는 눈매가 꼭 그의 요리들을 닮았다. 오키친의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요나구니 스스무 대표는 오키친의 요리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메뉴들 전부가 우리 학생들이 시간을 들여 직접 개발한 것이 대부분이죠.” 알고 보니 요나구니 스스무 대표, 오키친뿐만 아니라 요리학원 ‘오정미 푸드아트 인스티튜트’를 부인인 오정미 대표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유수 음식잡지에 푸드 칼럼을 기고 중인 ‘만능인’이다. 

요나구니 스스무 대표는 뉴욕에서만 20여 년 동안 쉐프로 일해 오다가 한국인 부인과 결혼, 6년 전부터 한국에 정착했다. 서울에서도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한 동네는 바로 이곳 북촌. 일터인 오키친과 푸드아트 인스티튜트뿐만 아니라 개인 집까지, 그의 표현대로라면 “모두 걸어서 닿는 거리”라고 하니 북촌 내에서 생활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셈. “가장 한국스러운 정취와 품위가 배어나는 동네죠. 제 지인 중에서도 다른 곳에 집이 있으면서도 이곳에 한옥을 사 두고 왔다갔다 하는 이들이 몇 있어요”라며 한옥 예찬론을 펼친다. 한옥을 사랑하는 그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서구적인 요리들이 기와집 아래 놓인 것이 전혀 어색치 않다.

“고즈넉해지는 북촌, 안타까워!”  ㅣ   ‘종이나무’ 김성규 선생

종이나무에서 나무공예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규 선생. 나무를 만진 세월만 근 25년에 달하는 ‘프로’이건만 정작 본인 스스로는 “이 동네에는 몇십 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장인들이 수두룩한데, 그에 비하면 저는 아직 한참 멀었죠”라며 손사래를 친다. 

선생 자신도 북촌에서 살아온 지 오래다 보니, 최근 들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재인 이탈 현상’에 안타까움을 슬쩍 내비친다. “원래 북촌에 무형문화재급의 장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전략적으로 한옥을 제공해 공방 등을 조성해 왔거든요. 그런데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미약하니 재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추세이지요. 세태가 그렇다 보니 점차 상업화되는 분위기도 그렇고, 북촌의 전통색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자녀들과 함께가는 코스 ㅣ 장인들의 숨결  서울문화재교육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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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북촌 나들이에 나선다면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있는 서울무형문화재교육전시장을 놓치지 말자. (사)서울무형문화재기능보존회에서 운영하는 교육전시장은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한 달 정도 간격으로 돌아가면서 소목, 옹기, 민화, 나전칠기 등 장인들의 작품들이 전시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제작 시연 과정도 볼 수 있다. 

기자들이 방문한 시간에 마침 체장인 최성철(서울시무형문화재 제 19호) 장인과 소목장(창호)인 심용식(서울시무형문화재 제 26호) 장인의 제작 시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예전에만 해도 체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지만 지금은 각종 전자제품들과 인스턴트 식품, 요리기 등에 밀려 체를 주문하는 곳이 많이 줄었다는 최성철 장인은 “그래도 차나 약재 같은 화학 성분에 예민한 식재료들은 이 말총으로 엮은 체를 써야 성분 변화 없이 안심하고 쓸 수 있지“하며 말총으로 만든 체의 장점을 일러준다.

곁에는 소목장인 심용식 장인이 정갈하고도 멋스러운 문양으로 창호를 짜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물론 목재는 모두 소나무들이다. “연필 두께도 오차 범위에 들기 때문에 칼로 가는 금을 긋는 답니다. 기본 설계를 마치면 찹쌀과 백반을 섞은 천연풀을 칠해 창호틀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거죠. 이렇게 만들면 천년은 가지요.”  

돌아나오며 우리가 소홀히 하는 사이에도 옛 전통을 지키고 보존해나가는 장인들이 있어서 우리 문화유산들이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곳이 소중한 공간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월 말까지는 악기장과 채화칠장 전시가 진행된다. 전통 문화를 배우고 체험해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재료비 정도만 내면 장인들의 솜씨를 직접 배워볼 수 있다. 입장은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02-747-0303/ www.seoulmaster.co.kr

북촌 탐방길 ‘작은 쉼터’ ㅣ 한옥과 전통차, 이보다 더 어울릴 순 없다  종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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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로 한가운데쯤 왼쪽 길에 있는 돈미약국의 맞은편 길 골목으로 살짝 들어서면 ‘차와 갤러리’가 있는 공간, ‘종이나무’를 만날 수 있다. 요즘 이 근방에 갤러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이런 퓨전 공간이 다수 선보이는 추세긴 하지만 종이나무는 단지 구색 맞추기가 아닌, 각각의 고유 영역이 무난히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종이나무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크게 나무, 한지공예로 나눌 수 있다. 작품 전시장이자 다실인 이 공간은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전통 한옥 스타일의 공간 안에는 종이나무에서 제작한 다채로운 작품들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특히 눈길이 가는 소품은 한지로 만들어진 조명. 한지공예 대회에서 다수 수상한 경력이 있는 ‘관록 있는’ 작품이다. 이 밖에도 의자며, 찻상이며 실제로 쓰이고 있는 모든 가구들이 ‘메이드 인 종이나무’. 가구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는 북촌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소나무. 특히 해풍을 맞아 단단해진 제주도산 소나무가 상품이라고.

마치 여염집의 거실을 방문한 듯 아늑한 공간에서 전통차를 음미하는 것 역시 구색이 잘 들어맞는다. 대추차, 십전대보탕, 오미자에서부터 전북 무안의 양파를 공수해 만들어진다는 양파주스, 쑥미숫가루 등 ‘웰빙스러운’ 메뉴들을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찻값은 메뉴에 따라 5,000원~7,000원으로 다양하다. 종이나무 내의 작업실에서는 커리큘럼을 두고 한지, 나무 공예에 관심이 있는 수강생에게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02-766-3397/ www.jonginamoo.com

북촌 탐방길 ‘작은 갤러리’ ㅣ 한옥과 디지털의 만남  디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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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 11번지 중앙고등학교 부근 티 게스트하우스 좀 못 미친 골목길에 ‘디아(DIA) 갤러리’라는 독특한 한옥 갤러리를 발견할 수 있다. 겉보기엔 한옥이 틀림없는데, 이런 곳에 갤러리라. 그것도 ‘디지털 아트’를 전시하고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호기심 많은 이들이라면 외관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곳을 놓칠 수 없다. 

디지털아티스트인 김명혜 작가가 운영하는 디아 갤러리는 원래 한옥 가옥 구조를 그대로 살려 만든 특별한 공간이다. “칸칸이 나눠진 벽이나 천장 위 서까래 등 한옥의 묘미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어요. 디지털 아트라는 분야와 한옥이 과연 어울릴까 고민도 했었지만, 막상 설치하고 보니 한옥이 품을 수 있는 범위가 무척 넓다는 데 놀랐습니다. 전혀 답답하지 않지도 않고.” 김 작가의 설명이 없더라도 전시된 작품들과 한옥이 무척 조화롭다는 사실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아늑한 한옥의 분위기가 작품을 더욱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문턱, 저 문턱 넘나들며 숨은 보석 찾기처럼 작품들을 찾아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이곳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닥에 앉아서 편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따스한 온돌 바닥이 마치 내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디지털 아날로그 갤러리’란 컨셉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개관 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재 김명혜 작가의 ‘컴퓨터를 입은 여인’전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갤러리 대관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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