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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전 10 북촌 ② 옛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거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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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큰 길인 가회로와 맞닿뜨리게 된다. 가회로를 따라가다 보면 먼저 먹거리 골목을 만나게 되는데, 얼핏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목길 사이마다 비집고 들어선 온갖 종류의 음식점들을 찾을 수 있다. 북촌 탐험을 시작하기 전, 혹은 마치고 나서 출출한 배를 채우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은 가지처럼 뻗어난 골목길만큼이나 다양하고도 흥미롭다. 예전 유서 깊은 학교들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헌법재판소,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양반가나 오래된 한옥 가옥들, 70~80년대를 연상케하는 촌스러우면서도 낯익은 간판들, 전통문화를 계승해 오고 있는 공방들과 박물관, 외국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한옥과의 조화로움을 시도하는 독특한 갤러리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그중에서도 가회동 11번지 ‘가회새싹길’은 옹기종기 모인 한옥들과 어우러져 멀리 남산과 서울N타워까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풍경을 자랑한다. 이뿐일까. 자수와 민화, 전통 매듭에 이어 국내 최초로 세워진 닭 문화관까지 풍성한 볼거리들이 많다. 북촌을 처음 온 이들이라면 가회로 방향보다는 현대사옥을 끼고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더 좋다. 현대사옥에서 70~80m 정도 올라가다 보면 북촌문화센터를 만날 수 있다.

한옥마을 탐방의 첫걸음  북촌문화센터

ⓒ트래비
‘계동마님댁’으로 널리 알려진 옛 한옥을 서울시가 매입해 2002년부터 ‘북촌문화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북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북촌문화센터 홍보전시관을 먼저 들러 보도록 하자. 북촌의 유래와 변천사, 현재 모습들을 영상과 사진, 문헌 자료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옥 리모델링과 개보수에 대한 상담도 이곳에서 모두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북촌 탐방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들과 지도들을 얻을 수 있으며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매 분기마다 운영하고 있는 서예나 다도, 한문, 판소리, 오죽 공예, 자연 염색 강좌를 이용하면 된다. 02-3707-8270

여염집 가정집의‘일상적인’풍경  서울게스트하우스

북촌문화센터에서 중앙고등학교쪽으로 죽 올라가다 보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서울게스트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지어진 지 무려 120여 년이 됐으니 한옥 중에서도 고택이라 할 수 있지만, 개량을 거쳤기 때문에 세월이 묻어나는 외관과 불편하지 않은 내부시설을 동시에 갖추었다.

댓돌을 밟고 마루 위로 올라서면 원목 바닥의 간질간질하고 기분 좋은 질감이 발바닥을타고 올라온다. 역시 고택다운 풍취다. 서울게스트하우스의 안주인인 이미자씨는 일본에서 오래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내 집에서처럼 편안히 느끼게 하고 알려주고픈 욕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전에 왔던 이들이 또 찾곤 하지. 동네 분위기 때문인지 예술가, 정원가, 선생 등 점잖은 외국 손님들이 많아요.”

원래 가정집이던 한옥을 게스트하우스로 내놓은지라 시설이 ‘전문적으로’ 갖춰져 있지는 않다. 전통 한옥다운 외관 건물 안에서 손님이 사용하는 방은 총 6개. 가능한 한국적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통영에서 공수한 자개장을 방마다 들여놓았다. 때때로 거실에 연결된 난로에 밤, 고구마 따위를 구워 내, 주전부리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투숙객들은 거실 티테이블에 놓인 커피, 녹차 등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고 또 그들이 가진 간식거리들을 풀어 놓기도 한다. 그야말로 ‘가정적인’ 분위기다.

사실 서울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기에 최적의 시기는 꽃과 나무가 활짝 핀 봄에서 가을까지다. 이미자씨가 직접 돌보는 정원의 아름다움이 워낙 입소문이 많이 퍼져, 정원만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도 부지기수란다. 또한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2>의 약 40%에 달하는 분량이 이곳 앞마당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다음에 꽃필 때 꼭 다시 보러 오세요”라며 신신당부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겹하다.

숙박비는 방 크기에 따라 3만5,000원부터 4만원까지. 방 안에 에어컨, 컴퓨터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02-745-0057/ www.seoul110.com

현대적이면서 친환경적인 한옥  북촌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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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게스트하우스’의 한옥은 2004년에 신축된 비교적 ‘새로운’ 건물로 깔끔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한옥 내부도 전통적인 건축재인 황토와 온돌을 사용해 자연 친화적인 한옥의 전통적인 멋을 한껏 살리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칠판에는 이곳을 다녀간 투숙객들의 정감 어린 인사말과 숙박정보가 빼곡하다. 넓지 않은 ㅁ자형 앞마당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와집 건물은 크지 않은 아담한 사이즈. 싱글룸에서 트윈, 더블룸까지 다양한 크기의 방이 준비되어 있다. 

숙박비는 방 크기에 따라 3만5,000원부터 7만원까지. 방 안에는 에어컨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 02-743-8530/ www.bukchon72.com

차 한잔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티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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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등학교 정문 바로 아래 골목에‘티(Tea)게스트하우스’라는 예쁜 한옥집을 만날 수 있다. 주로 유럽인들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인들이 많이 묵고 가지만 <겨울연가>의 향수에 젖어 중앙고등학교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 가는 찻집 역할을 하기도 한다. 

햇살 가득한 아침, 안주인인 이선교씨가 정성껏 우려 주는 차 한잔에 한껏 여유로움을 느껴 본다. 본업인 출판사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인데 이선교씨의 미소가 해맑아 보이기만 하다. 그 모습이 정갈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한옥과 많이 닮았다. 사람이 집을 닮아 갈 수도 있나? 

“이곳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학회나 세미나차 방문한 교수들이거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세요. 밤늦게까지 같이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기도 하죠. 어떤 분들은 작은 선물들을 주고 가시기도 해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이죠.”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꼭 차 한잔씩은 맛보고 가게 하고, 원하는 이들에게는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까지 찍는 ‘한복 체험’ 서비스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숙소는 한옥이 지닌 멋은 그대로 살리되,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편의시설들은 모두 챙겨 놓았다. 컴퓨터, 인터넷은 물론 무선 인터넷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곳곳에 영자신문이나 영문으로 된 팜플렛들을 비치해 놓았다. 총 7개 한옥 객실중에 2층은 단독 독채 임대도 가능하다. 

숙박비는 싱글은 4만원, 더블은 7만원 정도다. 햄과 계란, 커피가 곁들여진 간단한 아침 식사가 준비된다.02-3675-9877/ www.teaguesthouse.com


 
중앙고등학교 부근 한옥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가회동 11번지. 1930년대부터 형성된 도심형 한옥들이 빈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이 이채롭기만 하다. 특히 ‘가회새싹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문화의 향기가 그윽하게 배어나는 한옥 박물관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 자수의 모든 것  한상수 자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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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새싹길 언덕배기에 자리해 있는 곳.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인 한상수 선생이 오랫동안 모아 온 전통 복식과 자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전통 자수 유물들을 손수 수를 놓아 직접 재현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전통 한옥을 보존, 복구한 건물로 100평 남짓한 규모에 마당이 꽤 넓은 편이다. 대문 틈새로 살짝 엿볼 때만 해도 몰랐는데 멀리 남산과 서울N타워까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경관이 마음 속 구석구석까지 시원함을 전해 주는 기분이다. 

댓돌에 신발을 벗어 놓고 살포시 안으로 들어서면 겉보기보다 넓은 전시실 규모에 일단 놀라게 된다. ㄱ 자형으로 지어진 한옥 내부는 2개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으며 아담한 크기의 제1 전시실은 주로 댕기나 노리개 같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정면에 전시된 비단잉어가 수놓아진 병풍은 언뜻 보기엔 그림처럼 곱기만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잉어가 진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비단잉어의 비늘마저 자수로 모두 표현해 놓았다. 

제2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민족 의상들과 자수 공예품, 전통복식들이 가지런하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는 없는 ‘수월관음자수’를 직접 재현해 놓은 작품은 섬세한 자수 기법이 초보자들 눈에도 무척이나 곱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이다.02-744-1545

피어나는 샤머니즘의 향기  가회박물관

전통민속박물관인 가회박물관에는 민화, 부적 및 민속자료를 더해 총 1,500여 점의 소장품이 있다. 전통 한옥 내에 마련된 아늑한 전시실은 한국적인 매력이 담뿍 담겨 있는 소장품과 잘 어우러진다. 

가회박물관의 ‘주인공’격인 민화에 서린 옛이야기를 살펴보면 관람이 더욱 재미나게 느껴진다. 흔히 ‘삼신 할매’라고 불리우는 ‘산신(産神) 할머니’는 알려진 바와 같이 생명의 수태와 출산을 담당하는 신이다. ‘유비·관우·장비 장군’은 삼국지로 유명한, 중국 역사의 실존했던 주인공들. 수많은 전쟁 영웅담에, 엄한 얼굴 형상이 덧붙여져 역병. 돌림병이 피해 간다고 생각해 신으로 모셔지게 됐다고 한다. 이들 다양한 신화의 주인공들을 가회박물관에서는 아낌없이 만나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인면와, 금줄, 호랑이 뼈, 소 코뚜레와 멍에 등 다양한 소품들이 있다. 이들은 저마다 액막이, 무병장수 기원, 잡귀 쫓기 등의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여염집에 걸려 있었다. 점치는 데 사용했던 엽전과 쌀 등도 눈길을 끈다. 관람 후에는 전라남도 나주 동원사에서 공수해 온 녹차가 제공되며 한옥 전시실 바깥의 ‘부적 체험 코너’에서  부적을 찍거나 귀면와를 탁본할 수도 있다. 

입장료는 일반 3,000원, 고등학생 이하 2,000원.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이다. 민화 그리기 교실, 부적 만들기 등 시즌별로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다. 02-741-0466/ www.gahoemuseum.org

예쁜 색실의 무한한 변신  동림매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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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내리막길에 자리한 동림매듭박물관은 전통 매듭 작품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에서 바로 작은 사랑방으로 이어진다. 동림매듭박물관에서는 예쁜 색실들의 무한한 변신을 경험할 수 있다. 빨강, 노랑, 파랑, 녹색…. 색색의 실들은 장인의 손을 통해 잠자리나 나비 모양으로, 혹은 전통 문양을 닮은 매듭 작품들로 ‘짠’ 하고 다시 태어난다. 박물관 안에는 이 같은 매듭 작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다.

사실 예로부터 이 같은 전통 매듭이 쓰이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노리개 같은 소품을 비롯해 가마, 상여 등 장식을 위한 곳마다 전통 매듭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요즘 비즈다 뭐다 해서 전통 매듭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긴 했지만 이도 분명히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최정숙 선생은 이야기한다. 

워낙 공간이 작아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는 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대신 즉석에서 직접 전통 매듭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니 한번 참여해 볼 만하다. 30분~1시간 정도면 전통 매듭 핸드폰 줄이나 목걸이를 만들 수 있다. 체험비는 5,000원~1만원 정도다.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 02-3673-2778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서울 닭 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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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새싹길에서 내려와 감사원쪽으로 가회로를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닭 문화관’이라는 특이한 뮤지엄을 만나게 된다. 작년 12월 오픈한 ‘닭 문화관’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로 벌써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닭 문화관’이라는 이름을 듣고 괜한 편견을 가진다면 손해다. ‘닭 문화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닭’을 테마로 한 여러 다양한 전시품들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다.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뮤지엄인 만큼 그 의미도 크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김초강관장은 원래 2005년도 닭의 해에 맞춰서 개관하려고 했다며 “세계 최초인 닭 문화관을 국내에 세우고 싶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작년 개관으로 늦춰지고 말았죠. 그 사이에 소련에 ‘수탉 박물관’이 만들어졌다니 내심 억울한 생각도 들죠”라며 잠시 속상해한다. 한국에도 세계에 내세울 만한 문화적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컷던 탓이다. 비록 세계 처음은 아니지만 ‘닭 문화관’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박물관임은 틀림없다. 

닭 문화관에 도착하면 먼저 2층 갤러리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한 전세계 ‘닭’들을 만나 보자. 옛 상여에 매달았던 우리 꼭두 닭들부터 유리 닭, 헝겊 닭, 나무 닭, 닭 우표 등 재료들은 물론 모양과 표정들이 모두 다른 갖가지 닭들이 관람객들을 환영한다. 이 모두 닭 문화관을 만들어야겠다 하고 결심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김초강관장이 주욱 모아 왔던 소장품들이다. 이들 전시품들은 소장품들 중 1/4 정도 전시된 것으로 1년에 4번 기획전을 통해 나머지 소장품들도 골고루 전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개관 기념전으로 ‘닭 표정 엿보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4월부터는 ‘꼭두와 민화전’이 개최된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1층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 보도록 하자. 찻잔부터 스푼, 그릇, 그림 등 카페 인테리어도 물론 모두 ‘닭’을 테마로 해 꾸며져 있다. 

1, 2층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02-763-9995 www.kokod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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