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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전 10 북촌 ① 서울에서 유일한 한옥마을, 북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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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ㅣ 글  정은주, 오경연 기자   
ㅣ 사진·약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트래비

서울에서 유일한 한옥마을, 북촌

북한산을 배경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지역(가회동, 재동, 계동, 원서동, 삼청동 등)을 아우르고 있는 북촌은 예로부터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 하여 이같이 불리워졌다고 한다. 수도인 한양에서도 궁궐 바로 곁에 자리한 덕택에 왕족들이나 양반들 중에서도 ‘벼슬자리’에 있는 고위 관리들이 주로 모여 살았으며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살던 남산 기슭의 남촌과 달리 고급 주거지구로 명성을 떨쳐 왔던 곳이다. 북촌에 가면 지금까지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가옥들을 여럿 볼 수 있다.

북촌에는 현재 920여 채의 한옥들이 골목골목마다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다. 90년대 초, 이곳에 대한 개발 제한이 풀리면서 북촌도 하마터면 ‘그저 그런’ 주거지로 전락할 뻔했지만, 2000년도 들어서 서울시와 북촌 주민들이 함께 ‘북촌 가꾸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지금은 전통과 한옥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신(新) 관광지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사동보다 문화적이고 삼청동보다는 전통적인 풍취가 깊게 배어 나오는 곳, 북촌. 때마침  설이 코앞이다. 일찌감치 차례와 세배를 올리고 나서 어린 자녀들과 손 붙잡고 반나절 휘휘 돌아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된다. 사색적인 시간이 필요할 때나 혹은 연인과의 오붓한 데이트 코스로 다녀와도 손색이 없다.

ⓒ트래비

북촌 한옥마을은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지로서 ‘가볍게’ 둘러보기에 적합한 동네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상으로나 역사적인 가치에서 비추어 보면 북촌은 경복궁, 창덕궁을 양쪽으로 거느리고 조선 600년 수도사(史)의 중추에 서 있지 않았던가. 조선시대 정계의 중추를 이루던 인사들이 ‘그들만의 성역’을 이루며 모여 살며 자연스레 형성된 북촌. 그 세월의 더께만큼이나 북촌에 켜켜이 내려앉은, ‘격식을 갖춘’ 전통과 문화유산의 흔적들은 이곳에 갓 발을 들여놓은 이방인을 위축시키기 십상이다. 게다가 네모 반듯이 잘 닦여 있는 길이 아닌, 굽이굽이 좁게 이어지는 골목길과 걸핏하면 마주하게 되는 언덕배기들은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기에 그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사연을 뛰어넘어서 북촌은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담뿍 안고 있는 동네이다.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옥군(群)을 접할 수 있고, 복잡하게 얽힌 미로와도 같은 골목을 이리저리 탐사하듯 나아가다 보면 어느 길목에선가 반드시 숨은 보석 같은 볼거리와 조우하게 된다. 비록 대부분 일반에 개방되고 있지는 않지만 김옥균, 손병희, 백홍범 등 조선시대 ‘유명인’들의 생가 혹은 가옥들의 담장과 솟을대문을 밖에서나마 눈으로 훑어 가는 재미도 마치 꼬치에서 곶감을 쏙쏙 빼먹듯이 쏠쏠하다.

기와집 추녀 끝자락마다 배어나는 사대부의 향취
첫걸음부터 한옥길이 이어지다 

북촌 한옥마을 어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시발점으로 하여 1번 출구, 3번 출구 각각에서부터 북촌 ‘탐사’는 시작된다. 이중 1번 출구를 우선 출발점으로 잡으면 초입에서부터 갑자기 조선시대로 되돌아온 듯 갑작스레 툭툭, 불거지는 한옥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헌법재판소와 풍문여고, 덕성여고를 끼고 가운데로 이어지는 길 사이사이로 옹기그릇을 파는 징광옹기를 비롯해 안국 게스트하우스, 안국선원, 윤보선가 등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으며, 이들 모두가 오랜 세월을 살아 온 고택이거나 한옥 건물 내에 위치하고 있어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 준다.

윤보선가를 지나쳐서 조금 더 이어지는 초입길은 이윽고 두 갈래로 갈라진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메인 거리인 가회로까지 연결되는 길이다. 가회로를 타고 걸어가다 가회동사무소 바로 위까지 다다르면 두 남자의 거대한 두상이 양쪽에서 나무판자를 먹어치우는 듯한, 재미난 형상의 벤치와 조우하게 된다. 벤치 한구석을 조금만 신경 써서 들여다보면 <비스킷 나눠먹기>라는 제목까지 떡, 하니 달려 있어 궁금증을 더욱 촉발시킨다.

현대적인 예술미가 담뿍  북촌미술관


ⓒ트래비

1. 북촌미술관 입구의 벤치작품
2. 미술관 내부 좌식타입의 휴식공간

북촌미술관은 이 동네에 자리잡은 것 치고는 ‘의외로’ 현대적이다. 건물 외관부터가 빨간 벽돌로 지어진 데다가 투명한 통유리로 감싸인 입구에서부터 세련미가 물씬 풍겨난다. 북촌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면 우선 탁 트인 전시장 내부에 눈이 시원해진다. 적절히 둘러쳐진 벽 사이사이로 그림, 조각 등의 미술작품이 적시적지에 배치돼 있다. 특이하게도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한, 마치 여느 집의 마룻바닥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내 전시물을 휘 둘러본 사람들은 호기심 반, 휴식 반의 이유로 한번쯤은 꼭 신발을 벗고 이곳에 들어서 책을 읽거나 담소에 빠지게 마련이다. 

상설전뿐만 아니라 시즌별로 기획전도 꾸준히 개최해 오고 있다. 2월25일까지는 ‘가지 않은 길_그림, ‘문학’을 그리다 展’이 열린다.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문인 42인의 작품을 토대로 33인의 화가가 ‘문학적’ 상상력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선보이고 있다. 

입장료는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기획, 특별전 관람료 별도).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설날, 추석 휴관). 02-741-2296/ www.bukchonartmuseum.com


기와집아래서 지중해를 느끼다  한옥 레스토랑 오키친


ⓒ트래비

1. 오키친에서 선보이는 메뉴들
2. 미술관 분위기가 물씬, 오키친 내부 전경
3. 한옥 건물과 통유리가 조화로운 오키친 외관

북촌미술관을 벗어나 몇 발자국만 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이어 시원하게 뚫린 통유리창과 기와지붕이 부자연스러운 듯, 멋스러운 조화를 이루어내는 자그마한 한옥과 맞닥뜨리게 된다. 별다른 수식 없이 ‘OKitchen’이라는 이름만이 떡 하니 적혀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북촌의 명소, 오키친. 지난해 12월에 문을 열었으니, 선보인 지 불과 2개월여 남짓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어느새 북촌의 명물 중 하나로 떠오른 한옥 레스토랑이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감탄을 자아낸다. 기왓장과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서까래 등 한옥의 미와 장점은 고스란히 살리면서, 내부 인테리어는 실용적으로 꾸몄다. 하얀색으로 꾸며져 자칫 밋밋해 보이기 쉬운 벽 공간에도 크고 작은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키친의 ‘미덕’이라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요리의 맛 그 자체. 지중해풍 음식을 큰 줄기의 컨셉트로 잡고 전채에서부터 샐러드, 파스타, 메인, 디저트까지 오키친의 개성이 담뿍 묻어나는 독창적인 요리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까지 ‘친절히’ 소개된 메뉴판을 보노라면 마치 호텔 레스토랑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화이트빈 샐러드와 무화과 마멀레이드를 곁들인 오리 살라미’의 경우 밑재료 준비 등 요리에 드는 기간만 약 1달 가까이 소요된다고. 이처럼 드는 ‘품’에 비해서 가격은 메인 요리 기준 2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편. 

오키친은 100% 회원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정미 푸드아트 인스티튜트’의 강좌를 수강했던 학생이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혹은 현장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된다. 운영 시간은 오후 6시에서 9시30분까지로 현재는 디너 코스만 제공되지만, 오는 3월부터는 런치 코스(12시~2시)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02-3676-6420

가회동 31번지를 찾아


ⓒ트래비

본격적인 한옥마을 탐험길. 북촌에서도 가회동 31번지는 한옥마을의 풍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난 골목길들을 헤매며 마치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 숨겨진 한옥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시간마저도 거꾸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금세라도 갓 쓰고 도포를 차려 입은 양반이 “에헴!” 하는 헛기침 소리와 함께 나타날 것만 같다.  

한옥마을 탐험은 가회로에서 돈미약국을 끼고 올라가는 골목길에서부터 시작된다. 약국과 슈퍼마켓 같은 상점들이 골목 어귀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지만, 대로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따라 올라가면 주변 풍경은 180도 달라진다. 지붕 위에 가지런히 깔아 놓은 기왓장들과 옛 문양이 그려진 담벼락, 처마 끝 풍경, 쇠고리가 달린 대문 등…. 이곳 한옥마을만이 가진 정취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쉰다. 오랜 시간 이곳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 온 한옥들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그마저도 하나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골목길 하나하나마다 무언가 사연들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고, 외갓집에 온 듯 왠지 모르게 푸근해지는 마음도 이곳을 더욱 정겹게 만든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속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어쩌면 북촌은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마음의 고향일런지도 모른다. View Point   돈미약국 골목길을 따라 곧장 올라가다 막다른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후 바로 다시 왼쪽 길로 꺾는다. 언덕처럼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나 있는 골목이 바로 으뜸으로 꼽히는 한옥관람 포인트. 

특히 골목 윗자락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일품이다.

천연 실-염색-매듭으로 이어지는 삼박자  하늘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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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회동 31번지를 뒤로하고 북촌에서 가장 윗자락에 위치한 삼청동으로 향한다. 연이어지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길은 한옥들이 띄엄띄엄 자리한 어느 여염집 골목으로 향한다. 그 어느 골목 사이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늘물빛은, 그 이름만큼이나 단아한 한옥에 자리잡은 염색, 매듭공방이다.

하늘물빛의 지킴이 조수현 선생. 일흔을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운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나 고단하게 이어 왔을 그간의 작업 과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염색에서는 거의 손을 떼고 매듭 만드는 데만 전력하고 있지. 아들이 전통 염색을 하고, 딸도 전통 보자기를 만들고 있어서 5월에는 인사동에서 가족전시회를 열 거야.” 

반생이 넘는, 40여 년에 가까운 매듭 만들기 과정을 조수현 선생은 한마디로 “미쳤었다”고 표현한다. 당시만 해도 기능보유자들이 기술을 꽁꽁 숨겨두고 잘 전수하지 않았던지라, 전국 곳곳을 내 집 앞마당처럼 누비며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하나하나 비법들을 모았다. 이렇게 힘들게 모인 매듭 문양들은 ‘조수현 매듭-자연염색 연구실’의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전수되고 있다.

천연 재료를 이용해 실을 잣고, 염색을 거쳐 끈을 꼬아 매듭을 짓는 작업은 기나긴 인내와 기다림을 요하는 작업. 갓 꼰 끈을 쓰다듬으며 “이것 봐, 마치 옥수수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지?”라는 조수현 선생의 눈길은 그 ‘느림의 미학’을 평생 실천해 온 장인의 그것이다. 그녀의 ‘매듭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늘물빛에서는 천연염색 체험, 매듭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비는 재료와 강습비를 포함해 7,000원에서 1만원 정도며 직접 만든 완성품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반드시 예약을 통해서만 체험 가능하다.
02-739-6352/ www.mac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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