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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청정자연의 보물창고 홋카이도 스케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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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곳에서는 누구의 여름도 부럽지 않다

전방 2m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깔려있는 국도를 5시간의 버스로 달리면서 북해도 여행이 시작됐다. 짙은 안개를 뚫고 도착한 곳은 북해도의 도동 지역인 토카치 오비히로 지역. 오비히로 호텔에 첫날밤의 여정을 풀었다.  늦은 시간에 우리를 반긴 것은 온천수에 살고 있는 ‘반딧불이’였다.

형광색의 밝은 빛을 발하며 어두운 숲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 속 팅커벨을 연상케 했다. 첫인상부터 홋카이도 지역은 청정 자연 속 곤충, 동물, 전설, 사람들이 어우러져 ‘동화’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잘 가꿔진 정원과 신비로운 호수, 사람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는 동물들까지...  <이웃집의 토토로>나 <미래소년 코난>에서와 같은 상상속의 마을이 홋카이도 안에서는 있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억지스러운 상상이 가능하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기원전 29년 이후 삼대에 걸쳐 전해오는 유서 깊은 ‘마나베 정원’은 기본은 일본식의 정원이면서도 유럽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짙은 녹색의 침엽수들의 모습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오르게 한다. 수령이 1000년이 넘는 주목(朱沐)과 단풍나무, 당느룹나무 등의 수목사이로 졸졸 물이 흐르고 정원의 커다란 연못에서는 관상잉어가 노닌다. 

또 다른 정원인 ‘시치쿠가든’은 오비히로시의 자연을 아름다운 꽃으로 표현했다. 비가 없고, 선선한 기후조건에서 2500여종의 꽃과 나무들이 22존 13플라워 가든으로 이루어져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시치쿠가든을 만든 ‘시치쿠 아끼’상은 26세에 정원을 꾸미기 시작해 아흔이 넘은 지금에도 정원을 살뜰히 가꾸고 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시종일관 보여주며 여행자들을 안내해주며 한국여행자들에게는 한국 가요까지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시치쿠 아끼 상의 입담과 친절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치쿠 가든은 4월 네번째 토요일의 오프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는 5월을 맞는다. 한여름이라 화려한 봄꽃의 자태가 아닌 실록의 푸르름밖에 느낄 수 없음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시치쿠 아끼 상의 배웅을 받고 대설산 국립공원 산맥을 둘러싼 시카리베쯔로 이동하던 중 ‘오오기가와라 전망대’에서 두 마리의 은여우를 만났다. 반짝이는 털, 초롱초롱한 눈. 작고 야무진 몸매가 귀여워 다가가보니 피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길을 가다 만나는 에조 사슴, 흰꼬리 독수리 등 이곳의 야생동물들은 도로 위로 올라와 사람과 함께 어우러진다.

 신비로운 호수의 나라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에는 살포시 안개가 내려앉은 시카리베츠 호수가 나타났다. 대설산 산맥으로 둘러싸인 호수는 주위의 소리를 모두 삼켜버린 듯한 정적 속에서도 힘 있는 자연의 울림으로 가득했다. 시카리베쯔의 경관을 시야에 기억한 채 다시 터널을 빠져나왔다.

거대한 에메랄드석이 가라앉아 밝은 옥빛을 뿜어내는 듯한 마슈호로 향했다. 세계 제일의 투명도를 자랑하는 마슈호는 거친 원시림과 높이 200m의 높은 절벽에 둘러싸인 호수로 푸르도록 투명한 물과는 대조적이게 늘 탁한 안개가 껴 있어 ‘안개의 마슈호’로 불리기도 한다.

둘레 20km, 해발 351m의 거대한 형태를 가진 칼데라호로 3개의 전망대에서 마슈호의 에메랄드빛을 감상 할 수 있다. 안개가 잦아들어 있어 그 신비함을 더하는 마슈호에는 하나의 일화가 있다. 처음 이곳을 볼 때 안개로 뒤덮인 호수가 아닌 청명한 호수를 보게 되는 남자라면 3년 이내에 출세를 하게 되고, 여자라면 결혼이 3년 뒤로 미뤄진다는 것.

마슈호의 언덕 아래 위치한 아칸호에는 아이누족의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옛적 아칸 호수 주변에 살던 아이누족 족장의 딸이 평민인 아이누족의 청년과 사랑에 빠졌단다. 그러나 아이누족의 엄한 신분제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었다. 족장은 딸이 말을 듣지 않자 아칸 호수에 투신했고, 이를 들은 그의 딸과 평민 청년 역시 호수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영혼이 신비로운 모양의 해조로 변신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홋카이도의 천연기념물인 ‘마리모’다. 살아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칸호에서 사는 마리모가 되어 함께 한다고 전해진다. 마리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초. 북유럽, 러시아 등 북위 45도 이상에 있는 청정 담수호에서만 서식하는 생물로 가느다란 수초들이 결합해 둥근 모양으로 변한다.

아칸호에서 유람선을 타고 15분쯤 이동하면 전설에 등장한 마리모를 볼 수 있는 추루이섬에 닿는다. 마리모가 150년이 지나면 야구공만한 크기가 된다는 말에 노소를 막론하고 관광객들은 어린아이가 된 듯 신기해한다.

화산이 밖으로 분출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끓어오르다 수증기와 유황의 형태로 뿜어져 나와 형성된 유황산이 아칸과 시레토코에 각각 1곳씩 위치해 있다고 한다. 아칸에 있는 유황산에 올랐을 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일본인이 “계란 다섯 개”를 외치며 유황에서 구운 계란을 팔았다.

이 아칸의 유황산 인근에 위치한 쿠샤라 호수는 직접 온천수에 발을 담구어 볼 수 있는, 즉 스나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차가운 호수 물에 무릎까지 발을 담그고 살며시 트위스트 춤을 추듯 비틀어서 모래 속으로 발을 넣으면 뜨거운 온천수를 느낄 수 있어 이색적인 호수다.

‘대지가 끝나는 곳’, 시레도코

‘비경’, ‘태고의 원시를 간직한 곳’이라는 각종 수식어를 자랑하는 시레도코 반도. 2005년 7월에 세계 자연 유산물에 등록됐다는 명성에 걸맞게 시레도코에 들어섰을 때 환상적으로 펼쳐진 자연경관에 눈을 뗄 수 없다. 아이누족이 이 땅을 자기네 언어로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는 의미인 ‘시리애또끄’라고 부른 것이 시레도코라는 지명의 유래다. 시레토코는 자연경관이 잘 유지돼 있어 반도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가파른 단애절벽 위를 유유자적 날아다니는 새들, 절벽 밑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두막이 이곳이 일본 최북단의 섬임을 실감케 한다.

겨울이면 오호츠크해로부터 내려오는 유빙으로 시레도코 반도는 절벽으로 깎여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게 됐고, 자연히 생태계가 보존되어 원시림까지 존재한다. 반도 끝 쪽엔 온천수가 흐르는 신의 폭포 카무이 와카가 있는데, 폭포 중간과 위쪽에 두 개의 자연온천이 생겨 일반인들은 7월부터 9월사이 약 2개월 동안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단, 자연온천인 만큼 탕의 남녀가 구분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수영복 착용은 필수다.

시레도코 반도는 사로마호, 노토로호, 아바시리호, 토오후츠호, 코무케호의 5개의 호수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울창한 자연림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마치 동물원 사파리를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차내에서 여우나 사슴 등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시레도코 5호는 일반인에게 공개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조용하다 못해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곰들이 놀다간 흔적이 있을 뿐 아니라 차를 타고 가면서 야생 곰이 창 밖으로 보여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찔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해발 고도 736m의 시레토코 고개의 정상에선 저 멀리 오호츠크 북방 경계선이 보였고, 그늘진 곳곳에선 잔설도 보였다. 우토로-라우스-시레토코 고개까지 40Km의 길을 만드는데 1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많은 눈이 내리는 겨울 5개월 동안은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자연환경 때문이라 한다. 


여름 속 겨울, 빙하의 마을

오호츠크C.C.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으로 오래된 고목들이 아름다운 경관에 한몫을 더한다. 오호츠크C.C.의 12번 홀은 그야말로 드넓은 창공을 한눈에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여서 저 멀리 오호츠크해를 향해 시원스레 샷을 날릴 수 있는 즐거움도 함께 하는 곳이다.

오호츠크 해는 ‘유빙이 찾아오는 세계 최남단 지역’으로 유명하다. 염분이 적은 해수 덕택에 얼음결정인 채로 시베리아 연안에서 흘러드는 유빙은 그 자체로도 최고의 관광 자원이다. 방문했던 시점이 여름이었던 까닭에 겨울에만 탈 수 있는 유빙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쇄빙선을 탈 수 없었다. 대신 1년 내내 영하 15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유빙 테마 과학관인 ‘오호츠크 유빙관’에서 오호츠크의 한겨울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유빙관에 들어서자 입구에서 물수건을 나눠 주고 있다. 물수건을 지니고 영하 17도에 육박하는 온도의 ‘유빙 체험관’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저마다 물수건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물에 젖은 수건과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낸 바람을 만나 순식간에 얼어붙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발걸음을 돌려 오호츠크의 명물 ‘쿠리오네’가 있는 수족관을 보러 갔다. 쿠리오네는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다 자라도 몸체 길이가 1cm밖에 되지 않는다는 앙증맞은 생물체. 말갛고 투명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이 ‘유빙의 요정’이라는 예쁜 별명을 납득하게 한다. 그밖에 오호츠크 해에서 건져내 전시중인 각종 유빙을 구경하노라니 서늘한 실내 온도와 맞물려 바깥의 혹서는 딴 세상일처럼 느껴진다.


유럽의 고풍스러움 느껴지는 아바시리

아바시리에 들어서서 넓은 평야를 가득매운 보리밭 길을 거닐게 됐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보리는 2조 대맥이라 하여 알이 굵고 2쪽으로 갈라져 있어서 맥주를 만드는 데는 최고의 품종이다. 아바시리 시의 텐토산 전망대에서는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건물양식은 전혀 달랐지만 유럽의 고풍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아담한 마을이다. 아바시리는 각각 계절의 아름다움을 색으로 표현해 놓았는데, 봄의 파란하늘과 파란호수를 빗대어 파랑으로(Blue), 가을의 붉은 노을과 원시림의 붉은 단풍을 빨강으로 (Red), 겨울이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버리는 눈과 유빙을 하얀색으로 (White), 여름에 익어가는 보리와 화사하게 만개한 꽃을 노랗게 (Yellow) 표현했다.

텐토산 전망대 건물 내에는 오호츠크 유빙관이라 하여 유빙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영하 20도의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는 것. 유빙관 입구에서 젖은 수건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머리위에 돌려 메고 유빙관을 빠져 나오면 이미 꽁꽁 얼어버린 수건이 돼 있다. 또 아바시리 시에는 일본 최초로 사용되었던 아바시리 형무소가 보존되어 있는데, 인형 등으로 당시 죄수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아바시리 북쪽엔 겨울이면 유빙선이 지나가는 노토로라는 지역에는 지금은 계절상 넓은 목초 밭이 펼쳐져 있어 말과 소들이 방목되고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아바시리호텔’에서 북해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식탁에서 한국인의 정성과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원시 대자연의 감동과 여운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온 몸으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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