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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주 - 선비 고을 영주의 숨은 여행지 찾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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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영주 하면 흔히 부석사, 소백산, 소수서원 정도를 떠올린다. 영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게 영주의 전부는 아니다. 소수서원과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선비촌은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공간이라 요즘 여행객들의 취향에 딱이다. 야생화를 구경하며 호젓한 죽령 옛길을 거니는 건 또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여기에 건강하고 정직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된장마을 무수촌, 하회마을에 비견할 만한 무섬마을, 물과 바위가 보기 좋게 어우러진 죽계계곡과 그 위에 자리한 초암사까지…. 영주의 숨은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여러 번 영주를 여행했다고?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곳을 보시라!  

글·사진  Travie writer 김숙현   
취재협조  영주시청 054-639-6062

선비의 숨결을 느끼고 체험하는 선비촌


ⓒ트래비

1. 전통마을에서 숙박 및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2. 마을 앞 저자거리에 있는 도예공방
3. 선비촌에서 가장 기품있는 두암고택
4. 고택들을 모아 마을을 재현한 선비촌


소수서원과 바로 붙어 있는 선비촌이 영주의 새로운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선비촌은 영주의 주요 고택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멋스러운 마을.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고택들과 옛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토담, 기와집과 초가집 사이 구불구불 이어진 정겨운 골목길까지 옛 마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고 몸소 우리네 멋과 향기를 체험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선비촌은 철저한 계획 아래 만들어진 마을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둘러본다면 예전부터 이곳에 있어 온 마을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이 바로 지척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편리하다. 선비촌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청소년들을 단체로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수련관도 문을 열었다. 

선비촌의 고택들은 대부분 영주 곳곳에 있는 전통 깊은 고가들을 모델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수면 수도리에서 본떠 만든 것은 만죽재 고택, 해우당 고택, 김뢰진 가옥, 김규진 가옥 등이고, 이산면 신암리에서는 두암고택과 두암고택 가람집을, 부석면 소천리에서는 김상진 가옥, 김세기 가옥, 김문기 가옥을 골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이 밖에 인동 장씨 종택, 장휘덕 가옥, 이후남 가옥 등도 원형이 각 마을에 존재하며 후손들이 그 집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강학당, 정자, 누각, 연자방아, 물레방아, 산신각, 원두막, 대장간 등도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선비촌 안에서는 시기에 따라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붓글씨 쓰기나 탁본, 다례제 등 선비 문화를 체험하는가 하면, 투호, 제기차기, 널뛰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도 연중 가능하다. 또 관람객이 많은 시기에는 농악, 다도 시연, 붓글씨 강연, 전통혼례 같은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선비촌 입구에 마련된 저자거리에는 식당들과 공예품점, 찻집, 기념품점 등이 있다. 입장 시간은 주간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10시까지.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으로 소수서원, 선비촌, 소수박물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주차장은 소수서원 입구, 선비촌 입구에 마련돼 있다. 054-638-7114

맛과 건강을 동시에 풍기인삼갈비

영주를 찾았으면 이곳에서 한 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주 최고의 맛집으로 손꼽히는 풍기인삼갈비. 인삼이 좋은 풍기인지라 인삼에 한약재까지 곁들인 소스를 이용해 소갈비, 불고기, 돼지갈비 등을 만든다. 인삼 양념이 고기 잡내를 없애고 느끼한 맛까지 줄여 준 덕분인지 평소 양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한우든 돼지고기든 서울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한우왕갈비 500g에 4만원, 2명이서 충분히 먹을 만한 양이다. 돼지갈비는 200g에 6,000원, 깔끔한 맛의 육회는 한 접시에 1만5,000원. 육회를 조금 맛만 보고 싶다면 새싹과 육회가 함께 담긴 육회 비빔밥도 훌륭하다. 보통은 7,000원, 특은 1만원. 기본 밑반찬에 인삼 튀김과 인삼주가 포함돼 있어 입맛을 돋운다. 풍기IC에서 나와 부석사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몇 분 걸리지 않아 도로 왼편에 풍기인삼갈비 간판이 보인다. 054-635-2382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죽령 옛길

오늘날엔 고속도로가 사통팔달 어디든 하루에 다녀올 수 있도록 시원스럽게 뚫려 있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말이나 가마를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은 순전히 자기 두 다리로 걷는 만큼만 갈 수 있었다. 어디 길이나 좋아야 말이지, 산세가 승한 한반도인지라 한양 한번 갈라치면 고갯길을 수없이 넘어야 했다. 소백산 죽령은 영남 지방에서 한양 갈 때 꼭 지나야 하는 고갯길로 정상이 689m에 이른다. 


ⓒ트래비

1. 길 옆으로 펼쳐진 사과밭
2. 고갯마루에서 쉬어갈 수 있는 죽령주막
3.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짜릿한 재미
4. 죽령고갯길에 핀 생강나무 꽃
5. 죽령은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의 경계지점이다


죽령은 158년 신라 아달라왕 때 죽지(죽죽이라고도 했다)라는 사람이 닦았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에 남아 있다. ‘竹嶺’이라는 이름도 죽지에서 따온 것. 자그마치 2천여 년 전에 닦은 길인 셈이다. 죽령을 통과하는 길 가운데 지금은 희방사역에서 고갯마루에 이르는 구간이 ‘죽령 옛길’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때 닦은 신작로가 굽이굽이 휘돌며 죽령을 넘었으며, 1942년에는 기차가 죽령터널을 처음 통과했고,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긴 중앙고속도로 상의 죽령터널(4.6km) 덕분에 영주-서울이 훨씬 가까워졌다. 

죽령 옛길은 사람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나 있다. 길에는 다양한 옛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중 한 가지는 상원사 동종에 관한 것. 오대산 상원사 동종은 본디 안동 남문루에 있던 것으로 말 500여 필로 끌고 죽령을 통과해 갔다고 한다. 고갯마루 바로 아래쪽에서 종이 꿈쩍도 하지 않아 종두를 하나 떼어 원래 있던 자리에 묻어 주니 비로소 움직여 무사히 상원사까지 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상원사 종을 잘 살펴보면 종두가 하나 없다. 길 위로 나무와 덩굴이 우거져 한여름에는 햇살 한 줄기 들어가지 못할 만큼 짙은 그늘을 만든다. 또 5월에는 사과 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빨갛게 익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새순이 돋지 않아 길이 썰렁하지만 4월이면 연초록 나뭇잎들이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희방사역에서 죽령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1시간 정도, 내려가는 데는 50분이면 충분하다. 차량을 가지고 갈 경우 승용차는 희방사역을 지나 고속도로 다리까지 진입할 수 있고,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물이 휘돌아가는 무섬마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는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마찬가지로 고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전통마을이자 강물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끈다. 물길이 마을을 거의 300도 가까이 감싸고 있어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마을에 들어갈 수 있어 뭍에 있는 섬이라는 뜻으로 ‘무섬’마을이라 불렸다고. 지금은 ‘수도리 전통마을’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다리도 2군데나 놓여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마을에는 김씨와 박씨 두 성씨가 모여 사는데 수백 년에 이르는 고택들이 즐비하다. 선비촌의 집들이 대부분 이곳의 고택을 본떠 만든 것이다. 마을길을 거닐다 보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해우당 고택, 만죽재 고택 등 예스러운 집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과 맑은 강물도 마을의 자랑. 강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데 과거 마을 사람들이 가을부터 봄철까지 물이 많지 않던 때에는 이렇게 다리를 놓아 지나다녔다고 한다.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다리가 떠내려 가므로 다리를 치웠다가 가을에 다시 놓곤 했다고. 외나무 다리 중간 중간에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할 수 있게 쉬는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 특이하다. 

아름다운 계곡 끝에 단아한 사찰 초암사와 죽계구곡


ⓒ트래비

1. 물과 바위의 어우러짐이 보기 좋은 죽계구곡
2. 소백산 자락의 숨은 고찰 초암사
3. 의상대사가 창건한 초암사 보광대전 

우리네 조상들은 자연풍광이 빼어난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정자를 세워 놓고 그곳에 앉아 자연을 즐기거나, 글로 남겨 후세에 전하곤 했다. 소백산의 맑은 계곡들 가운데 그 아름다움이 두드러진 죽계계곡. 이곳은 고려 후기의 명현이자 문장가인 근재 안축이 ‘죽계별곡’이라 노래했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주세붕, 이황 등이 즐겨 찾았는데 이황은 죽계별곡에 덧붙여 ‘죽계구곡’이라 하였다. 계곡을 따라 아홉 가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글로 옮긴 것이 죽계구곡이다. 

죽계구곡의 1곡은 계곡 상류에 자리한 고찰 초암사 아래 바위벽에 ‘죽계1곡’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이를 시작으로 삼괴정이라는 곳에 조금 못 미치는 제9곡에 이르기까지 절절한 아름다움이 물에 녹아 흐른다. 소백산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인지라 차고도 맑다. 또한 계곡에 바위가 많아 물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일품이다. 입구의 너른 주차장 외에 승용차는 절 바로 앞 주차장까지 올라갈 수 있어 여름철 가족 단위 피서지로 추천할 만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호젓하고 깨끗한 게 특징이다. 

죽계계곡 위에 자리한 조그마한 사찰 초암사.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먼저 창건한 뒤 그 다음 세운 절이 초암사라고 한다. 본당인 대적광전은 최근에 새로 불사를 해 예스러운 멋은 없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법당과 3층 석탑, 부도 등이 천년고찰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초암사에서 소백산 국망봉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돼지 옆 모습을 빼닮은 돼지바위가 있다. 지그시 감은 눈, 툭 튀어나온 코, 입, 앞다리까지 마치 바위로 돼지를 조각한 듯 흡사한 모습이다. 산행 길에 지나다가 꼭 한번 만져 볼 것. 높이 3m, 길이 5m의 초대형 돼지니만큼 행운도 초대형으로 따라올지 모를 일이다. 단, 산불 예방기간 동안 입산 금지 구역이라 5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한다.

소백산 산하 산삼

백두대간을 인간의 몸에 비유해 보자면 소백산은 단전에 해당하는 위치에 자리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가 세고 좋은 기운을 가졌다. 예로부터 소백산에는 산삼이 많이 났는데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고. 풍기 인삼이 유명한 것도 소백산의 기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부석면 소천리 한 깊은 산자락에 ‘소백산 산하 산삼’이라는 곳이 있다. 소백산에서 나는 산삼과 장뇌삼, 우리나라 산삼, 중국산 등을 표본으로 만들어 약 400여 개의 전시물을 갖추고 있다. 전시관 뒤 산자락에서는 직접 장뇌삼을 키운다. 흔히 산삼으로 둔갑한 장뇌삼이라거나,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중국산 등 산삼 관련 피해를 입는 일이 많은데 이곳에서 전시된 삼들을 보면 중국산과 국내산, 산삼과 인삼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소백산에서 자란 질 좋은 장뇌삼을 현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삼에는 사포닌이 18개에서 23개 정도 들어있는 데 반해 산삼은 33개까지 검출된다고 한다. 중국 인삼은 7~8개, 미국산은 2~3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사포닌의 차이에서 보더라도 국산 인삼, 산삼의 약효를 짐작할 수 있다. 전시관은 부석면 소재지에서 소천리 방면으로 가다가 저수지(낚시터) 쪽으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054-634-3346 

건강한 된장마을 무수촌


ⓒ트래비

1.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무수촌
2. 콩을 불리지 않고 8시간 삶아 장을 만든다
3. 금방 만든 따끈한 두부. 고소한 맛이 난다
4. 맷돌에 갈아 만들면 두부 맛도 더 좋아진다


무수촌은 조금 외진 곳에 있다. 영주에서 봉화로 가는 지방도의 어느 구석 즈음이다. 하지만 일부러 먼 길을 찾아가는 수고를 할 만한 곳이다. 감히 우리나라 된장을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곳이자, 그 말이 허장성세가 아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내가 흐르고 소나무 고목이 입구를 지키는 전형적인 시골마을. 무수촌은 이산면 지동2리 이르실 마을에 터를 닦았다. 박인숙 대표는 여기서 근 10년째 된장, 고추장, 청국장을 만들고 있다. 물론 솜씨를 물려준 시어머니인 김남순님은 18세에 시집와서 한 평생을 장을 담았다. 동네에서 키운 질 좋은 햇콩에 좋은 물과 정성을 담아 장을 담근다고. 장을 담고 판매하는 곳이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열려 있다. 무쇠 솥에 장작을 때, 콩 삶는 것도 구경하고, 시기가 맞으면 메주를 만들거나 장 담는 것도 볼 수 있다. 맷돌을 돌려 즉석에서 두부를 만들기도 한다. 옛 방식 그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이니 맛은 저절로 따라오는 모양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우리 먹거리에 대한 믿음과 애착이 생긴다.

무수촌 안팎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연스럽게 늙어 가는 마을의 고택들과 정감 어린 장독대, 담장을 없앤 대신 곳곳에 의자와 탁자를 놓았고 한 켠에는 작은 연못도 보인다.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꼬마마냥 신난다. 

무수촌을 외진 마을이라 했지만 사실 주변에 볼거리는 널렸다. 신암리 마애삼존불상, 두암고택, 괴헌고택, 흑석사 등이 차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단지 부석사나 소수서원처럼 이름이 나지 않았을 뿐 가치 있는 유적들이다. 짬이 되면 이들도 같이 둘러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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