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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소규모 박물관 - 종로에서 이색 박물관을 만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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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거 빼고 다 있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네 인구 4분의1이 살고 있는 수도 서울에는 알고 보면 알찬, 가볼만한 곳이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종로구는 경복궁, 종묘 등의 고궁과 전통 한옥이 밀집해 있어 현대적인 건물들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전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소규모 박물관들 대다수가 모여 있는 ‘메카’이기도 하다. 종로구에서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들을 만나 보자. 

 

■ 한국불교미술박물관 /전통차의 향기에 미소 짓는 부처님 
 
불교는 고대 신라시대부터 근대 조선시대까지를 통틀어 우리 심성에 매우 대중적인 종교다. 사람들은 탱화를 그리고 석탑을 쌓으며, 혹은 불상을 깎으면서 자신들의 소망과 기원을 담았다. 2,000여 년간의 축적된 역사는 수많은 불교미술계의 ‘명품’을 탄생시켰다.

부부의 정성으로 개관한 한국불교미술박물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유산들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외국으로 대량 유출되던 시기가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부부가 사재를 털어 전통불교미술품을 사들였다. 탱화, 불상, 석탑 등등… 적지 않은 미술품이 쌓여 갔고, 이들은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20여 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때가 1993년,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개관한 해다.

종로3가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있다.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것이 작은 앞마당 곳곳에 서 있는 석탑과 석상. 수려하게 빠진 낙수부가 돋보이는 통일신라시대의 3층 석탑, 장중하고 소박한 멋이 있는 고려시대의 7층 석탑이 현대적인 박물관 본관과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박물관 본관에 들어서면 바로 제1전시실이다.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진 불화들은 거의가 조선시대 작품. 억불숭유정책으로 어느 시기보다 불교가 위축됐지만, 불교미술문화가 가장 찬란하게 꽃핀 때가 조선시대라니 아이러니하다.
2층의 제2전시실에는 이 박물관의 가장 ‘유명인사’인 의겸등필수월관음도가 있다. 수월관음도 속의 관음보살은 길상초를 깔고 반가좌로 앉아 신비한 미소를 띠고 있다. 보물 1,204호로 지정돼 있는 이 그림은 1998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 개관기념 출품작이기도 하다.

미술품들을 찬찬히 감상하고 나오면 미술관 옆 목조건물인 ‘연암다원’에 들려 볼 만하다. 연암다원은 분위기 있는 실내 인테리어와 감은사 종가에 비전된 솜씨의 차맛으로 유명해 많은 이들이 찻집만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냉대추차 등 직접 담근 전통차들이 5,000원 내외. 고종황제의 어의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일본 근대가옥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10시부터 18시까지(매주 월요일 및 추석, 설 연휴 당일에만 휴관)/ 성인 3,000원, 학생 2,000원(단, 10명 이상 단체 관람시 각각 2,000원, 1,500원)


 ■떡·부엌살림박물관/ 어머니 따스한 손맛 듬뿍 ‘옛 부엌과 떡’
 

드럼세탁기, 식기세척기, 전자렌지, 가스렌지, 김치냉장고까지 현대의 부엌은 그야말로 문명의 첨단을 달린다. 어제 남긴 피자를 전자렌지에 데우고, 최신형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는 시간은 불과 3분. 곧 배가 불러오지만 왠지 허전하다.

 조상들의 손때 묻은 지혜로움

 먼 타지에서 돌아온 자식을 위해 지으신 쌀밥. 그 속에 담겨 있던 굳은살 박힌 손의 정성. 그 마음과 손맛을 찾아 종로구 와룡동의 떡·부엌살림박물관을 찾았다.
창덕궁 앞에 위치한 떡·부엌살림박물관은 예상 외로 세련된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이 2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우리네 옛 부엌살림과 떡 관련 소장품 2,000여 점을 전시한 공간이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부엌살림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두루 갖추고 있던 부엌살림들이 전시돼 있다. 막사기, 종지, 수저 등의 식기류를 비롯해 각종 풍속의례용구와 저장발효용기가 아담한 공간에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이 박물관의 존재가 단지 향수만을 자극한다거나, 현대적인 부엌의 모습을 서양의 것이라고 배척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것의 장점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윤 소장은 “편리함도 좋지만 우리네 부엌살림의 합리성과 지혜로움도 되살려야 한다”며 일례로 “질그릇, 즉 옹기의 경우 음식의 보존과 발효에 뛰어난 기능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떡도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3층으로 오르면 떡박물관이다. 전국 팔도의 향토 떡 50여 종을 비롯해 떡 조리기구와 전통차, 민속주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음식 중에 왜 떡일까? “떡은 우리의 주식인 쌀로 만든 음식이며, 민족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고 윤소장은 의문을 풀어 주었다.

떡은 관혼상제의 모든 과정에서 필수적인 음식이었으며 이웃과 정을 나눌 때도 쓰이던 음식이다. 게다가 떡은 멥쌀, 찹쌀, 콩, 견과류, 과일 등이 고루 재료로 쓰여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가득해 건강에도 좋다.

 윤소장은 “빵과 케이크처럼 우리의 떡도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하며 “김치 다음으로 떡이 세계화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떡박물관 한쪽에 전시된 이른바 ‘퓨전 떡’에서 윤소장의 꿈을 엿볼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는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1층에 자리한 떡카페 ‘질시루’는 떡의 세계화에 첫걸음을 내딛은 윤소장의 결과물. 현대적인 구조에 전통미를 가미한 카페의 겉모습처럼 차림상도 세련미와 선조의 멋이 조화롭다. 그윽한 전통차 한잔에 영양이 듬뿍 담긴 예쁜 떡을 한입 베어 물면 웰빙이 따로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단, 일요일은 오전12시)/ 성인 3,000원, 학생 2,000원(단, 20인 이상의 단체는 1,000원씩 할인 가능)


■ 부엉이 미술&공예박물관/ 차 한잔, 부엉이 한 스푼

뾰죽한 귀, 크고 부리부리한 눈, 짧게 구부러진 부리와 발톱… 독특한 외양과 습성으로 올빼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화와 문학, 예술 등에서 널리 차용되면서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새 중의 하나다.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최근 소설 <해리포터>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엉이를 한데 모아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삼청동에 부엉이가 산다

경복궁을 끼고 올라 삼청공원으로 가는 골목길 안쪽에 부엉이 미술&공예박물관이 있다. 멀리서 얼핏 보면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개성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색색의 꽃들이 활짝 펴 있는 작은 화분들, 좁은 벽면을 가득 채운 부엉이그림벽화 등은 박물관을 들어서기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인상을 풍겼다.

작은 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깥과 차단된 새로운 공간이 이방인을 맞이한다. 좁은 일본 가옥을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전시관 자체는 그다지 넓지 않다. 하지만 공간을 100% 활용해 전시물들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전경은 약간 어두운 듯한 조명과 어울려 까페 같은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옆집 아줌마 같은 푸근한 인상의 관장이 직접 손님맞이를 한다. ‘부옹모(扶翁母)’라고 불리는 배명희 관장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부엉이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30여 년간의 취미생활로 어느덧 폴란드, 아일랜드, 중국 등 세계 80개국의 2,000여 작품이 모였고 작년 5월 박물관을 꾸며 자식 같은 수집품들을 세상에 공개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각양각색의 부엉이들이 벽마다 놓인 장식장에 가득 들어차 있다. 새끼손가락만한 것에서부터 어린애 몸통만한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고 소재도 특이하다. 크리스탈, 가죽, 빵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부엉이들의 행진에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용도도 다양해 동전, 화장품용기, 핸드백, 온도계 등 많은 제품들이 부엉이 장식이 돼 있거나 자체가 부엉이 모양으로 만들어져 캐릭터의 다양한 활용도를 짐작케 했다. 박물관에서 사용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하나하나에도 부엉이의 숨결이 스며 있는 듯하다. 박물관 전화기, 문에 매달린 풍경, 컵받침 등 실제로 사용하는 것 하나하나마다 부엉이가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다.

 부엉이박물관에 부엉이만 있다고?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있으면 관장이 직접 음료를 내온다. 과일주스에서부터 몸에 좋은 한방차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거나 전시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사람들에게서 주말 오후의 여유가 묻어났다.

벽면 곳곳에는 ‘부엉이의 모든 것’에 관한 정보가 생생히 살아 있다. 부엉이의 생태적 특성에서부터 신화 속의 부엉이, 부엉이 곳간, 부엉이 살림 등 부엉이에 대한 한국 속담, 각국에서 부엉이가 나타내는 상징 등 부엉이에 대한 많은 지식이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다.

‘부엉이’라는 소재의 독특성도 그렇지만 평범한 주부의 취미생활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부엉이 박물관은 드라마 소재가 되는 등 언론을 통해 이래저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잡지에도 소개되는 등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부엉이 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관장의 둘째 아들이 직접 디자인과 제작을 맡은 부엉이 캐릭터와 박물관 전경을 맛보기로 엿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단 월요일은 휴관)/ 차 포함 5,000원


 ■ 로봇박물관/ 날아라 로봇, 우리의 꿈을 싣고

 로봇은 오랫동안 과학문명의 ‘꿈’을 상징해 왔다. 고철로 된 딱딱한 양철통에서 인간에 가까운 재질 외양을 갖춘 안드로이드까지, 로봇은 과학기술 조합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다소 복잡하면서도 관심을 끄는 소재와 인간을 닮은 친근함이 결합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로봇도 진화한다! 자유로운 로봇상상

 금년 5월에 개관한 로봇박물관은 단순한 로봇 전시관에 머물지 않는다. 로봇의 개념을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간, 우주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 확장한 아이디어가 고정관념을 무색케 한다.

혜화역에서 동숭아트센타쪽으로 걸어가면 곧 로봇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세계 최초 최다국 초기 로봇’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이 박물관은 건물 2,3층에 걸쳐 3,500여 점의 전시물을 테마별로 제1~2전시관에 고루 전시했다. 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유치원~중학생까지 단체 관람객이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로봇 마니아를 자처하는 어른들도 꾸준히 찾는 편이다. 

박물관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첫 번째 테마부스다. 제1전시관은 ‘신의 놀이공간, 천사와 악마’에서 시작한다. 로봇박물관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근거한 이 부스는 로봇의 생성기원을 천사와 악마의 전투에서 찾고 있다. 그 옆의 부스는 ‘신이 빚은 로봇, 아담과 이브’로 신이 창조해낸 아담과 이브를 최초의 인조인간, 즉 로봇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후 죽 이어지는 테마부스들에서 그리스 신화, 도깨비 동양설화, 조선시대 귀면와 등 전세계의 다양한 신화 및 설화에서 로봇의 근거를 찾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한쪽 벽면을 모두 할애한 ‘한눈에 보는 로봇스토리’ 코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 로봇에서부터 메이저급의 로봇까지 그림과 사진을 함께 도표화해 말 그대로 로봇의 ‘족보’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제1전시관에는 로봇박물관의 보물코너가 모두 모여 있다. 우선 쭉 이어진 로봇의 기원 및 역사 테마가 끝나는 지점 맞은편에는 로봇박물관의 최대 자랑거리인 ‘세계의 초기 로봇’코너가 있다. 이곳에는 세계 40개국에서 수집한 초기 앤티크로봇들이 전시돼 각국의 다양한 로봇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다. 초기 로봇들 맞은편에 있는 ‘로봇 명품 부스’도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명품 부스는 말 그대로 로봇 ‘명품’들의 전시관으로, 이곳에는 최초의 여성로봇 캐릭터인 ‘마리아’,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 등 각국에서 모인 비싼 몸값의 캐릭터들이 총집합했다.

 살아 움직이는 로봇을 만난다

3층 제2전시관에서는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로봇들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는 각종 제품 디자인의 로봇을 성격별로 분류, 전시했다. 산타, 요리사, 가정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로봇을 만날 수 있는 ‘로봇의 직업세계’, 광고에 출연한 로봇들을 모은 ‘로봇과 광고’, 우주복을 입은 키티 바비 인형이 전시된 ‘로봇인형과 패션’ 등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방대한 로봇 응용상품들이 이 박물관에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여 있다. 유리로 된 커다란 로봇모형 안에는 옛날의 운동화 필통 가면과 같은 로봇관련 캐릭터 제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할 듯하다.

로봇의 동작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는 ‘작동로봇 체험코너’도 준비돼 있다. 원격 리모콘으로 조종되는 로봇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한 ‘영화 속 로봇’에는 3개의 스크린에서 우주와 관련한 SF 영화가 상시 상영중이다.

3D 입체 영상실은 로봇 박물관을 나서기 전 박물관의 다양한 정보를 마무리해 주는 코너다. 100여 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입체 영상실은 우주해적 다크드롤단과 우주경찰 솔라캅이 펼치는 모험담을 그린 <우주경찰 솔라캅>이 입체안경과 함께 실감나는 영상으로 약 15분간 방영된다.

오전10시~오후8시까지/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단, 20인 이상 단체관람시 1,000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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