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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봄꽃 나들이 ② 꽃 따라 그곳을 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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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입춘에서부터 입하 전까지를 말한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에서부터 하지까지가 봄이지만, 기상학적으로는 3, 4, 5월을 봄이라 한다.’ 백과사전이 정의하는 봄이다. 봄. 봄. 봄. 사람이 느끼는 봄의 시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 걸까? 역시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아마도 봄꽃이 피어나 처녀 가슴이 이유 없이 설레는 때가 봄이 아닐까?

봄을 알리는 일등공신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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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사진 왼쪽부터) 진안 벚꽃 / 동학사 벚꽃

3월, 매화와 산수유가 봄을 깨우면 상춘객들은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텔레비전와 신문의 한 코너를 가득 메운 매화와 산수유. ‘남도로~’를 외치며 봄나들이를 갈구하지만 3월은 짧기만 하다. 그렇다고 ‘봄날은 간다’고 노래하며 가버린 3월만을 탓할 수는 없다. 꽃샘추위에 매화의 꽃잎이 모두 떨어지고 노란 산수유 꽃이 빛을 바랄 때쯤, 벚꽃과 함께 진정한 봄은 시작된다. 

벚꽃은 봄이 오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피어난다. 벚꽃을 봄의 상징처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 봄을 예고했던 올해에는 3월 말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해 지금쯤은 진해, 하동, 영암, 경주 등지에서 벚꽃놀이의 진수를 만끽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남에서 북으로 빠르게 올라오는 벚꽃의 걸음을 맞춰 떠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계룡산 동학사, 진안 마이산 등지다. 

봄이면 동학사는 계곡을 따라 활짝 핀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건물 대부분이 최근에 지어져 절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지만 동학사 계곡을 따라 30여 분 가량 이어지는 벚꽃 길에서는 봄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중순, 벚꽃 잎이 눈이 돼 날리면 봄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문제는 4월15일까지 열리는 동학사 봄꽃축제. 축제 기간에는 입구부터 노점이 길게 형성되는 데다가 차량이 끝없이 이어져 자칫하면 차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꽃눈을 맞으며 절정의 봄을 느끼려면 걷는 게 현명하다. 여유가 된다면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산행에 나서 본다. 동학사-남매탑-삼불봉고개-금잔디고개-신흥암-용문폭포-갑사로 이어지는 3시간 가량의 계룡산 등산 코스가 인기다. 

마이산 벚꽃은 이 땅에서 가장 늦게 피기로 유명하다. 개화 시기도 맞추기가 힘들어 작년 축제는 꽃 없는 꽃 축제로 진행되기도 했다. 하여 벚꽃놀이를 떠나기 전에 벚꽃의 만개 여부를 확인하는 건 필수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마이산 벚꽃 길은 등산로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코스는 1시간30분~2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천황문~은수사~탑사 코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탑사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되고, 손수 운전을 해 찾았다면 올랐던 코스로 내려와야 한다. 벚꽃 길은 입구에 길게 형성됐다가 드문드문해지지만 발걸음을 돌려서는 안 될 일이다. 말의 귀마냥 쫑긋 솟은 마이산을 배경으로 차곡차곡 돌로 쌓은 80여 기의 탑이 자리한 탑사에 이르면 그 이유는 자연스레 알게 된다. 

* 공주시청 041-840-2841, 진안군청 063-430-232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화 동백 


ⓒ트래비

1. 태백산 철쭉
2. 고창 청보리밭
3. 대흥사 동백


‘목련처럼 남루하지 않고, 벚꽃처럼 바람에 날려 난분분하지 않으며, 무궁화처럼 여름내 지리멸렬하지 않다’ 김선태 시인은 <동백 낙화> 중 동백의 낙화를 이렇게 노래했다. 참으로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무릇 뿌리를 내린 줄기에 피어야만 생명력을 인정받는 존재가 꽃이다. 노점에서 산 한 송이 장미도 꽃송이가 떨어지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니 말이다. 한데 동백은 다르다. 꽃송이 채로 후두둑 떨어져 마른 낙엽 위에 낭자한 동백은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내비친다. 그래서일까. 겨울과 이른 봄에 꽃을 피운 동백은 어쩐지 밋밋하다. 시기를 달리해 피어나고 자라나는 동백의 변덕은 지루하고 답답하다. 

4월 중순이 지나면 동백은 얼추 낙화를 마무리한다. 동백 군락이 자리한 대표적인 곳으로는 여수 오동도, 서천 동백정, 고창 선운사 등이 있다. 유명세를 타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동백나무를 지닌 곳으로는 해남 대흥사를 꼽을 수 있다. 절의 오랜 역사를 말해 주듯 대흥사의 동백나무는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키가 큰 편이다. 모두 아름다운 동백나무를 지닌 곳이지만 4~5월,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를 고려한다면 고창이 제격이다. 

고창. 참으로 색깔과 향기가 가득한 고을이다. 선운사 동백으로 시작해 청보리 물결치는 학원농장과 분홍 철쭉이 만발한 모양성은 다른 색과 향기의 봄을 선사한다. 4월이라면 선운사 동백이, 5월이라면 청보리가 여행의 포인트가 된다.
22번 국도를 따라 구수한 장어 냄새 맡으며 선운사로 향한다. 구시포에서 심원, 동호를 거쳐 선운사까지 풍천장어 벨트가 형성돼 있어 눈과 더불어 입이 즐겁다. 선운사에 당도하면 우선 절을 둘러싼 동백나무 숲으로 향한다. 붉은 피처럼 뚝뚝 떨어진 동백이 처절하도록 아름답다. 온몸으로 봄을 만끽한 후에는 경내에 자리한 대웅전, 금동보살좌상, 지장보살좌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을 구경한다. 

15번 지방도를 타고 무장면 소재지로 간 뒤 무장오거리에서 좌회전해 조금만 가면 학원농장이다. 학원농장은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씨의 아들 진영호씨가 1992년부터 개간한 땅으로 봄에는 보리, 가을에는 메밀을 심는 농장이다. 17만평, 주변 농장까지 합치면 3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대지에 연둣빛 청보리가 넘쳐난다. 5월의 보리가 가장 볼 만하지만 채 자라지 않은 4월의 보리도 매력적이다. 입구에서부터 바람결을 타고 청보리의 풋풋한 풀내음이 실려 오고, 야트막한 구릉과 구릉을 따라 연둣빛 향연은 시작된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면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모양성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도 봄이 가장 예쁘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쌓은 성. 철쭉이 성을 둘러싸고 있어 고창 봄나들이의 보너스를 얻은 듯하다.  고창군청 063-560-2208

산행 끝에 만나는 봄 진달래와 철쭉


ⓒ트래비

(왼쪽 상단부터) 영덕 풍력발전소/ 여수 영취진달래 / 비슬산 참 꽃/ 참꽃


진달래와 철쭉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다른 이름을 지닌 꽃이다. 언뜻 보기에는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긴 모양도, 피어나는 시기도 다르다. 가녀린 가지 위에 덩그러니 꽃을 피우는 건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는 진달래다. 철쭉보다 개화 시기가 일러 늦어도 4월 말까지는 피고 진다. 영취산 진달래는 4월 초에 이미 만개했다. 일주일만 늦어도 반 이상은 저 버리는 진달래지만 1시간 정도 산행 시간이 짧은 영취산은 여수를 찾았다면 들러 볼 만하다.
4월 말에 진달래 구경에 나선다면 대구 달성 비슬산으로 향한다. 신선이 내려앉아 비파를 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 이름 지어진 비슬산(琵瑟山)은 진달래 명산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산행 시간은 왕복 5시간여. 초보자에게는 버거운 길이지만 정상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은 산행의 피로를 모두 앗아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대한 화강암 무더기인 비슬산 암괴류나 정상 부근에 자리한 대견사지 등 기괴하고 신기한 볼거리들도 좋다. 

꽃과 잎이 함께 나 풍성해 보이는 탓인지 진달래에 비해 철쭉은 강인하게 느껴진다. 철쭉은 진달래가 모두 지는 5월 초부터 6월까지 피어나 봄의 끝을 알린다. 철쭉 명산은 황매산, 지리산 바래봉, 소백산, 태백산 등. 6월 초순에서 중순, 봄의 끝을 꽃과 함께하고 싶다면 태백산으로 간다. 이 땅 곳곳에서 여름을 준비하는 이때, 태백의 산골에는 비로소 봄이 온다. 

산행은 대부분 유일사에 올라 당골로 내려오거나 그 반대로 진행된다. 산행 시간은 비슬산과 비슷하지만 능선은 조금 완만한 편이다. 등산로를 따라 힘겹게 이어지는 산행은 정상 부근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푸른 잎이 돋아난 생기 넘치는 주목이 먼저 반기고, 정상에 당도하면 태백산의 봄 주인인 철쭉이 모습을 드러낸다. 

앞서 진달래와 철쭉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다른 꽃이라 했다. 이름은 물론 알고 보면 모양도, 피는 시기도 다르다. 그럼에도 이 둘은 묘한 공통점을 지녔다. 힘든 산행을 거쳐야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는 공통점 말이다.  달성군청 053-668-2000, 태백시청 033-550-2081

열매보다 달콤하고 화려한 꽃 복사꽃과 배꽃



ⓒ트래비

1. 영덕 복사꽃
2. 안성 배꽃
3. 안성 호밀
4. 대관령 감자꽃


벚꽃이 연둣빛 잎을 틔우는 시기가 오면 꽃나들이도 조금은 시들해진다. 밤의 기운은 여전히 차갑지만 여름이 다가오는 듯한 한낮의 더위는 봄날이 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 즈음, 복숭아와 배 나무는 튼실한 과실을 맺기 위해 한바탕 화려한 꽃 잔치를 일으킨다. 복사꽃은 분홍빛으로, 배꽃은 하얀빛으로, 열매의 빛과 닮았지만 열매보다 달콤하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복숭아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영덕은 복사꽃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4월17일에는 주민들의 잔치라 할 만한 복사꽃 큰잔치가 열린다. 굳이 찾기보다는 복사꽃의 개화 시기를 점치는 정도로 여기면 된다. 영덕에서 복숭아 과수원이 가장 드넓게 펼쳐지는 곳은 지품면 일대. 좋고 나쁜 포인트가 따로 없으니 차를 타고 지품면 일대를 돌며 가장 마음에 드는 과수원을 찾아 복사꽃을 감상하자. 

지품면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인 창포리에는 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소가 자리했다. 물밑이 훤히 비치는 맑은 동해를 바라보고 선 해맞이공원에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피어나 봄의 건재함을 알린다. 해맞이공원에서 바라보이는 야산 위에는 커다란 바람개비가 육중한 날갯짓을 하며 돌아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때로는 시커먼 그림자를 드리우며 바람을 일으키는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는 실로 장관이다. 

배꽃도 놓치기가 아쉽다. 지품면에서도 간간히 배 과수원을 만나지만 본격적인 구경에 나서려면 안성으로 간다. 섬진강과 어우러진 하동의 배꽃도 좋지만 개화 시기가 이르다. 배로 유명한 안성에는 당연히 배꽃이 많이 핀다. 4월 중순, 안성은 만개한 배꽃으로 하얗게 물든다. 규모가 큰 과수원이 자리한 곳은 공도읍 일대. 그중에서도 농협연수원 뒤편에 자리한 배 과수원이 가장 예쁘다. 농협연수원 뒤편으로 배꽃 나들이에 나섰다면 호밀밭 구경도 함께하는 행운을 안는다. 호밀의 수요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호밀밭을 구경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이곳 역시 사료용으로 호밀을 재배하는지라 풋베기를 한다. 늦어도 5월 중순이면 호밀 베기가 모두 끝나니 서둘러 나서는 게 좋다. 안성 여행을 토요일에 계획한다면 안성 남사당전수관(031-675-3925, www.baudeogi.com)에도 들른다. 2시간 가량 이어지는 남사당패의 공연이 공짜다.  영덕군청 054-734-2121, 안성시청 031-673-8200

 
★ 관심을 가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꽃들

봄꽃놀이에 가장 중요한 건 시기다. 꽃은 자신을 보러 오는 이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주일만 빨라도 꽃은 피지 않고 일주일만 늦어도 꽃은 맥 없이 저 버린다. 인파가 몰릴 때를 피해서 꽃놀이를 하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아예 버리는 게 좋다. 꽃 구경 갔다가 사람만 보고 왔다는 말도 틀린 말이다. 사람이 많아도 아름다운 꽃은 눈에 담기기 마련이다. 

이름 있는 꽃이 아니라도 봄에 볼 수 있는 꽃들은 지천에 널려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꽃은 슬그머니 제 모습을 보여 준다.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청원에는 유채꽃이 활짝 핀다. 제주와 비길 정도로 큰 규모로 축제와 함께한다. 영덕 해맞이공원이나 함평 나비축제 현장에도 유채꽃이 있다. 5월 초, 나비축제가 열리는 함평은 유채꽃은 물론 온갖 꽃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다. 보랏빛 자운영에 하얀 무꽃까지.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다. 

5월의 대관령도 좋다. 한 구석에는 철쭉이 피어나고 삼양 대관령 목장과 양떼 목장의 초지에는 민들레가 자생한다. 대관령 옛길로 접어들어 하얗게 핀 감자꽃이라도 만나면 기쁘기 그지없다. 돌연변이처럼 피어난 보라 감자꽃도 재미있다. 보라 감자꽃은 보나마나 보라 감자를 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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