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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② 아소의 봄맞이 축제 - 히부리 신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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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산으로 올라간 신은 봄에 다시 내려와 지역의 농경을 관할한다. 아소 신사의 마당에서 펼쳐지는 히부리 신지는 아소지방의 오곡풍양을 기원하는 아소 신사의 농경제사 의례의 하나다. 농업의 신 ‘도시네오카미’가 여신을 신부로 맞이하는 ‘고제무카에’ 의식으로 우지코(氏子-조상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횃불을 돌리며 여신을 맞이한 것이 축제 이름의 유래로 전해지고 있다. 


ⓒ트래비

신들의 결혼식 축복 의식
횃불 휘두르기 

축제의 시작은 하늘이 어두워질 무렵부터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아소산 자락까지 울려 퍼진다. 아소 신사의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여기저기서 몰려든 취재진의 열기가 뜨겁다. 3월 중순이지만 눈인지 비인지 흩날려 내리고 바람은 거세다. 덕분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등장한 붉은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이들의 공연은 사전행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이윽고 곳곳에 불을 붙일 볏짚이 설치되고 제를 주도하는 이들이 복장을 갖추고 열지어 와 불을 붙이면 구경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참여자가 되어 횃불을 휘두른다. 약 1km에 걸쳐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1시간 반 동안 휘두르는 횃불의 모습은 실로 볼 만한 광경이다. 비록 눈은 따갑고 공기는 뜨거울 망정 참여하는 동안은 흥겹기 그지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신나게 불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은 이곳이 축제의 현장임을 실감하게 한다.  


ⓒ트래비

1. 문을 경계로 안과 맊에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2. 밖에서 축제가 열릴 동안 신사 안에서는 조용하고 엄숙한 제가 치뤄진다
3.  ‘아소노 다이히모지야’ 축제의 모습


마당에서 이런 ‘난리’가 벌어지는 동안 아소 신사 안에서는 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통 복장을 한 이들이 신들의 결혼식을 축복하는 제를 올린다. 닫혀진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마당의 소란스러움이 전해지지 않는다. 하나의 공간에서 펼쳐진 두 개의 세계, 우리나라와 비슷한 농경축제의 풍습을 가진 일본, 왠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아소의 불축제는 3월 한 달 내내 펼쳐진다. 아소 신사에서 열리는 ‘히부리 신지’와 아소산에 불 화(火)자를 그리며 겨우내 마른 풀들을 태워 버리는 ‘아소노 다이히모지야’가 큰 축제다. 이 두 행사와 더불어 예능제, 특산물 페스티벌 등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매해 3월에 아소를 방문한다면 조금 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일본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라고 알려진 아소 신사에서 모시고 있는 신들에 대해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 옛날 쿠사카베 요시미이(草部吉見) 부부의 아들이 연못을 지나다 수영을 즐기는 세 선녀를 발견하고 장난삼아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던 깃옷 하나를 훔쳤다. 깃옷이 없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는 그와 결혼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상의 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옷이 숨겨져 있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된 선녀는 깃옷을 찾아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아소 신사에서 모시는 신은 바로 선녀와 선녀의 남편, 그들의 아이들이며 지금까지도 아소와 함께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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