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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전 11 청계천 ④ 동대문 풍물시장 -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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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1. 풍물시장의 '명물' 핸드메이드 방울, 2000원부터
2. 미니어처 소품은 인테리어용으로 인기가 높다. 1쌍에 1만원
3. 다양한 시계를 총망라한 가판대
4. 80년대에나 나왔을 법한 구식미니 TV들. 두서없이 쌓인 모습이 풍물시장스럽다
5. 황학동 벼룩시장 시절부터 '시장통'을 지켜 온 김순희씨. 가판에는 나침반에서 삼각대까지 다 있다
6. "없는 디자인이 없네~" 속옷 가판에서 물건을 고르는 외국인 방문객
7. 얼핏 보기에 일관성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물시장을 형성한다
8.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구제 주머니칼. 일제, 미제 등 '원산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드디어 청계천 도보관광 ‘제 1구역’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오간수교 위에서 청계광장 방향으로 마주보고 섰을 때 바로 오른편에는 동대문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으며, 마주보는 왼편으로는 도로변으로 중고책서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평화시장의 간판이 크게 세워져 있다. 이중에서 왼편 길을 따라 평화시장을 지나쳐 군데군데 자리잡은 행상들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다 보면, 상점과 노점상이 유난히 밀집해 있다 싶은 동대문 운동장 건물의 일부와 마주치게 된다. <동대문 풍물 벼룩시장>이라는 간판과 출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지가 여기저기 어지러이 붙어 있다.
동대문운동장에서도 야구장 옆의 축구장 초입, 동대문 풍물시장의 시작이다.

만원 한 장으로 ‘종일의 행복’을 만끽하다

출입구를 발견했다고 운동장 안으로 바로 쏙, 들어가 버리기에는 왠지 서운함이 남는다. 미처 운동장 내에 터를 잡지 못한 행상과 노점상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풍물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이목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알록달록한 삐에로 옷을 차려입은 카세트테이프 장수가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한편, 정장용 와이셔츠를 산처럼 쌓아둔 가판대 위의 상인은 단돈 3,000원에 물건을 판다며 목청을 돋운다. 박리다매의 원칙이 철저히 존중되는 시장통 입구는, 그야말로 다분히 시장다운 활기를 가득 담고 있기에 더욱 정겹다.

통로 따라 요리조리 ‘보물탐험’에 나서 보니

이제 발걸음을 옮겨 본격적인 풍물시장 ‘탐사’에 나서 보자. 운동장 사방(四方)으로 출입구들이 있으므로, 어디에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 내에 위치한 동대문 풍물시장은 서울 내의 유일한 풍물시장이자 규모면에서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또한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황학동 벼룩시장의 대를 이어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대문 풍물시장에 모여든 상인들은 청계천 복구 이전에 고가도로 주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오던 이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풍물시장의 법칙 하나. 바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것! 특정한 ‘주력판매상품’이 딱히 없다는 풍물시장의 특성상 가판 위는 그야말로 갖가지 물품들이 얽히고 설켜 진열돼 있어 얼핏 보기에는 잡동사니의 산(?)을 이루는 듯하다. 또한 많은 상인들이 단 하나의 가판만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여러 개의 가판을 동시에 가지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설령 ‘철물점에서 장난감을 찾더라도’ 주섬주섬 어디에선가 원하는 물건이 떡하니 나타나기 십상이다. 가장 인기있는 물건들은 역시 풍물시장답게 손때 묻은 각종 골동품들. 동대문 위치의 특성상 의류제품이나 구제 명품가방들도 새롭게 떠오른, 쏠쏠히 판매 중인 인기 아이템이란다.

“새 물건은 외려 인기가 없당게~”

풍물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쇼핑을 하는 또 다른 팁 하나. 어느 가판대에서 특정물건을 ‘찜’했다면, 주저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사 버릴 것. 풍물시장이라는 것이 워낙에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공간이 아닌 데다가, 한 구역 내에서도 여러 통로로 쪼개져서 ‘손바닥만한’ 공간에 숨듯이 자리잡은 가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행여 나중에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그 가판을 찾는다면 길잃고 헤매기 딱 십상이다. 그리고 일단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면 주인과 흥정을 잘 하는 것도 풍물시장 쇼핑의 또 다른 묘미. 일단 상인들은 ‘정가’를 부른 후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말만 잘하면 예산을 훨씬 초월해(?) 저렴한 물건을 얻을 기회가 열려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때부터 가판을 벌이다가 이곳 동대문 풍물시장으로 옮겨왔다는 상인 김순희씨. 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떼다가 판매하지만, 벌이는 그다지 신통찮은 편이란다. “나 같은 경우는 새 물건만 파니깐, 장사가 잘 안 되는 편이여. 시장 안쪽에 자리잡은 상인들은 주로 중고품이나 구제품을 취급하는데, 그런 게 더 인기가 많지. 여기서는 새 물건이 헌 물건보다 대접을 못 받는다니께~.”

세월의 변화따라 밀려드는 풍물시장의 위기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동대문 풍물시장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울시에서 공원 조성 및 지역 개발 차원에서 동대문 야구장과 축구장을 각각 올해 11월, 내년 4월까지 철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 풍물시장 곳곳에는 이 같은 정부의 철거계획을 반대하는 플랭카드가 을씨년스럽게 걸려 있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풍물시장의 시름을 대변한다.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상인 이금중씨는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밀려나 겨우겨우 이곳에 정착한 영세상인들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게 생겼다”며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벼룩시장의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정부의 결정이 돌려지기만을 기대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은 상설시장으로, 연중무휴다. 운영시간은 통상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물론 정해진 개·폐점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후 7시를 넘어서면 문을 닫고 철수하는 상인들의 수가 부쩍 늘어난다. 가판은 운동장 트랙을 따라서 마련되어 있고, 한가운데에 주차장이 있지만 붐비는 시간대에는 주차가 어렵다.

먹거리 장터

뜨끈한 장터국밥이 익숙한 풍경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장구경에 취했다면 슬슬 배가 고파 오게 마련. 재래시장의 풍경에서 먹거리 마당을 떼어놓고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풍물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먹거리 장터’ 코너에는 옛날 시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투박한 먹거리들이 먹음직스러운 외양과 냄새를 뽐내며 굶주린(?) 쇼핑객을 유혹한다.

포장마차 형태로 줄줄이 늘어선 장터식당의 대부분에서는 안주류를 주로 판매한다. 쭈꾸미, 홍합 등 해산물류가 많으며 주류도 소주, 막걸리, 동동주 등 토속적인 메뉴가 대부분. 물론 한 끼 든든히 채워 갈 수 있는 ‘밥집’도 사이사이에 많이 포진해 있다. 잔치국수가 1,000원부터, 찌개와 간단한 반찬 몇 가지를 더한 백반이 3,000원 안팎으로 가격도 시장답게 저렴한 편. 장터국밥, 순대국밥 등 향수를 자극하는 ‘시장표 메뉴’도 인기가 높다. 밥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반주로 동동주 한잔을 걸치는 ‘흥취’를 누리는 사람들 역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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