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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 센다이에서 살구빛 봄에 취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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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센다이는 지리적으로는 일본열도 남북의 가운데 즈음, 거기서도 동해안쪽으로 치우친 ‘동북지방 제1의 도시’로 참치와 해산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화한 센다이의 첫 느낌은, 맛으면 치자면 싱거운 듯 담백한 맛이고 색으로 치자면 수줍은 듯한 살구빛이다. 생소하지만 알차게 다가온 센다이. 낯설었던 그곳이 어느 순간 슬며시 비집고 들어와 특별한 무게감으로 자리를 잡는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나리  
취재협조 미야기현 서울사무소 02-725-3978

도쿄, 오사카, 고베 등 일본의 여러 도시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반해 센다이는 아직까지 국내에 낯설다. 10여 년 전부터 매일 1회 직항편이 운영되고 있지만, 단체 패키지나 직장인들의 떠들썩한 주말 여행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여타 지역에 비해 여전히 변방에 가깝다. ‘변방’, 낯설다는 이미지를 간직한 도시만큼 매력적인 곳이 또 있을까. 이는 여행자로 하여금 무한한 동경과 모험심을 불러일으킨다. 도시의 소음, 관광지에서의 호객행위, 그리고 단체 여행객들의 숨막히는 인해전술에서 벗어난 센다이는 말간 얼굴로 일행을 껴안았다. 


ⓒ트래비

1. 엑서스 철도가 너무 빨라 조금은 아쉬운 아이들
2. 센다이 공항과 도심까지의 이동을 끝낸 액서스 철도의 모습
3. 이벤트에 당첨된 탑승객들은 창밖의 풍경을 놓칠 줄 모른다
4. 액서스 철도 내부. 여행을 떠난 듯 서로 마주하며 탑승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다.
5. 공항에서 2분여 거리에 위치한 액서스 철도 입구
6. 마루고토패스 한 장이면 액서스 철도를 폼하해서 시티투어 대중 교통비를 면제받을 수 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거리를 단축하다 액서스철도

2월25일 오후 1시30분. 이날은 공항에서 센다이역까지 17분 만에 이동 가능하다는 꿈의 철도 ‘액서스’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요한 날이었다. 개찰구 앞은 시승식을 기다리는 행인들로 가득하다. 저마다 상기된 얼굴이 흥미롭다.
센다이 시민들에게 있어 액서스 철도는 충분히 몰려들 만한 가치가 있다. 도심까지 50여 분이나 걸리던 이동 시간이 불과 17분(각 역 정차시 25분)이라는 놀라운 시간대로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달리 비유하자면 공항에서 시내까지 MP3 노래 서너 곡이면 닿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게이트 문을 나서자마자 안내판을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개찰구와 연결된 다리와 만난다. 그곳에서부터 정확히 17분, 시원스레 뚫린 지상 철도는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2인석 의자가 비치되어 마치 기차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레임을 준다.

센다이 역-센다이공항 역까지의 편도요금은 630엔. 센다이에서 1~2일 정도 여행할 일정이라면 ‘센다이마루고토패스’구입을 추천한다. 48시간 동안 액서스 철도는 물론 JR노선, 센다이 도심버스 등(공항 리무진 제외) 모든 대중교통이‘무료’로 해결되는 티켓. 성인 2,500엔, 어린이 1,250엔. 마루고토패스 관련 문의 www.sendaimarugoto.com


액서스 철도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 다이아몬드 시티 에리어

ⓒ트래비

센다이 철도의 ‘모리세키노시타 역’에 내리면 동북지방 최대의 쇼핑센타 ‘다이아몬드 시티 에리어’와 만난다. 지난 2월28일 오픈한 뜨끈뜨끈한 쇼핑센타인 데다 공항에서 10여 분 남짓한 거리. 종합슈퍼체인인 ‘쟈스코신나토리’와 백화점 ‘미츠코시나토리’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데, 20대 여성들에게 인기 좋은 ‘자라 Zara’ ‘망고 Mango’ 등이 입점해 있어 쇼핑의 욕구를 부채질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이곳에서 쇼핑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022-3381-1515 www.//diamondcity.co.jp

센다이 도심을 누비는 낭만 관광버스 루플 센다이

눈 깜짝할 사이, 액서스 철도를 타고 센다이 시내로 들어섰다. 눈앞으로 도심의 역동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건 여행지에서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고마운 팁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이제 문제는 센다이 도심을 어떤 식으로 관람하고 구경할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일본어에 무지한 여행객이라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꼼꼼하고 야무지게 한국 관광객 유치에 나선 센다이시가 그런 부분을 간과했을 리 만무다. 역을 빠져나와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는 길, 반가운 한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게다가 주변 관광지들을 순환하는 셔틀버스 ‘루플 센다이’에도 한글 안내가 설치되어 있으니 길을 묻기 위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센다이역을 기점으로 유명 관광지 노선을 약 1시간 동안 순환하는 루플 센다이는 노선도를 보며 원하는 명소에서 내리고 타기를 반복할 수 있다. 승하차가 자유로워 여유 있고 능동적인 관광이 가능하다. 20여 분 정도, 도심을 벗어난 셔틀버스는 야트막한 언덕을 완만히 내달리며 10여 군데의 관광 코스들을 거친다. 센다이시 박물관, 미야기현 미술관, 센다이 미디어테크 등 모두가 저마다의 볼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 ‘센다이 성터’와 ‘즈이호텐’은 가장 인기 코스. 이 두 코스의 인기 요인을 설명하는 데 센다이의 첫 번째 영주 ‘다테 마사무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센다이가 자리하고 있는 ‘미야기현’은 다테 마사무네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400여 년 전 센다이 영주의 아들로 태어난 이 애꾸눈 장수는 뛰어난 군사력과 통치력으로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봉건 영주 중 하나로 부상했다. 더불어 훌륭한 예술가이자 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센다이를 동북지역 최대의 문화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니 후세의 사람들이 이 용맹한 선조의 업적을 기리고 받들지 않을 수 없는 일. 고리타분한 역사는 싫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지라도 400년 전의 영혼에 의해 아직도 현재가 지배받고 있는 센다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간단한 양력 정도는 인지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이력의 다테 마사무네가 지은 ‘센다이 성터’는 당시의 모습을 복원한 돌담이 인상적이며 이곳에 세워진 마사무네의 기마상은 센다이의 상징이기도 하다. 말을 타고 달리는 역동적인 동상 뒤로 노을이 질 때면 길고 긴 그림자가 해거름이 되어 성터 위를 검게 물들인다. 그 끝으로 내려다보이는 센다이시의 야경은 낮고 소박한 건물들 위로 하나, 둘 영롱한 조명이 반딧불처럼 아련하고 그윽히 빛을 낸다. 도심을 내려다보자니 어느새 허기가 진다. 루플 센다이의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걸음을 재촉할 일이다.   

루플 센다이는 오전 9시 센다이 역(서쪽 출구 버스정류장 15-3번)에서 첫 출발하여 이후 30분 간격으로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4~11월은 토ㆍ일ㆍ공휴일, 7월21일~8월25일에는 20분 간격). 1일 승차권은 성인 600엔. 마루고토패스 소지시 무료. 1일 승차권을 제시하면 ‘센다이시 박물관’ ‘센다이시 천문대’ ‘미야기현 미술관’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트래비

1. 루플 센다이를 타고 센다이 시티투어를 떠난다
2. 센다이 성터에서 마주한 마테 마사무네의 동상
3. 목제로 만들어진 외관에 원색 페인팅이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루플 센다이
4. 밤이 깊어 갈수록 센다이 역은 더욱 화려해진다
5. 화장품, 의류, 기념품 등 센다이 쇼핑을 책임지는 이치반초상점가

쇼핑? 쇼핑! 센다이 역의 밤은 황홀하다

모든 여행은 원점으로 회귀한다. 반나절 도심 투어의 귀결지는 다시 센다이 역. 화려한 조명으로 갈아입은 역 주변은 지상으로 난 긴 육교가 거미줄처럼 교차 설계돼 보행자의 편의를 돕는다. 일본 어디서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형 음반매장 ‘HMV’와 체인 쇼핑몰 ‘로프트’, ‘요도바시’ 카메라 숍 등이 정신없이 늘어서 있지만, 짜증보단 구경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 풍경은 대도시와 비슷하나 인파는 그보다 훨씬 적은 탓이다. 

그중 대형 아케이드 ‘이치반쵸상점가’에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수백 개의 숍들이 촘촘히 밀집된 이곳은 센다이시 최대의 쇼핑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방금 전 ABC 마트에서 봄을 알리는 샛노란 스니커즈에 현혹되었나 싶었는데, 채 10여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또 다른 숍이 거짓말처럼 서 있는 게 아닌가. 그 유명하다는 일본의 무공해 미용비누 한두 개쯤은 장바구니에 담고, 그도 모자라 몇 개의 로컬 화장품들도 대범하게 지르고 만다.

여행을 떠나면 늘 어떤 기념품을 사야 할지 고민스럽다.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다짐을 족히 열 번 정도는 되뇌지만, 숍에서 마주한 아이템들을 보자면 결심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기어이‘시마누키’ 라는 민예품 가게에서 센다이 최고의 인기 아이템과 마주했다. 일본 동북지방에서 만들기 시작한 목각인형은 센다이의 대표적인 토산품. 현재는 각 지방에 널리 퍼져 그 희귀성이 사라졌다지만, 만든 지역마다 약간씩 다른 디자인에 따로 고케시 수집가들이 있을 정도다. 일렬종대로 나란히 늘어선 고케시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쩐지 조금씩 표정이 다른 것도 같다. 때론 우는 듯, 비웃는 듯, 그러다가도 슬픔에 가득찬 눈으로 여행객을 마주하는 그 인형의 두 눈을 보자니 문득, 정말이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왔단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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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 아침의 즈이간지
2.. 즈이간지에 들어서면 수목원에 들어선 듯 세상 소음으로부터 벗어난다
3. 말에게 먹이를 주며 소원을 비는 일본인들
4. 엔즈인에는 예쁜 구슬을 끼워 팔찌를 만드는 이색 프로그램도 있다
5. 절에 들어가기 전 몸과 마음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낸다

이른 아침의 말간 산책 즈이간지·엔츠인

다음날 아침, 산책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선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쪼이고 바람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즈이간지’는 가파른 언덕을 피해 편편한 바닷가와 마주하고 서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서기에 그만이다. 

즈이간지는 828년 지카쿠 대사가 창건한 선종 사찰을 1604년 다테 마사무네가 4년에 걸쳐 재건, 다테 가문의 위패를 모신 절이다. 이 절은 교토에서도 이름난 명공들이 와카야마 현에서 가져온 최고의 목재로 지은 곳이다. 본당 입구에는 다테 마사무네가 조선에서 가져온 매화나무 2그루가 서 있다. 매년 8월6~8일까지 이곳에서는 ‘즈이간지 토호’라는 행사와 함께 진입로에 긴 촛대가 세워진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일본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섬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축제 중 하나이다.

즈이지에서 나오자마자 왼편으로 난 길로 방향을 틀면 아기자기한 호수‘엔즈인’과 만난다. 다테 마사무네의 손자 ‘미츠무네’의 암자로 일본 정원의 최고 미학인 가레산스이(돌과 백사로만 구성된)의 석정과 장미화원이 감상 포인트이다. 

‘염주 만들기 체험’은 이곳의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손끝으로 구슬을 꿰다 보면 비단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그 곱고 아름다운 빛깔에 집중하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 완성물에 따라 개인의 성격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 알록달록한 염주는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을 일컬으며, 블랙과 브라운으로 색감을 톤 다운시킨 경우엔 진취적인 인간형이란 덕담까지 들으니 사주카페라도 온 듯 마음이 배부르다. 조심스레 손목에 끼우며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어 본다. 저만치 건너편 항구에서는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구성지다. 허겁지겁 걸음을 재촉하는 찰나, 왕성한 나의 호기심을 말해 주듯 오색의 묵주가 기분 좋게 반짝인다. 

JR 센세키선의 마쓰시마카이간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 오픈 시간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보통 4~9월은 오전 8시~오후 5시. 3월과 10월에는 오전 8시~오후 4시30분까지. 입장료 성인 700엔.

미야기현 명물과자 하기노쯔키

센다이 역에서 내리면 푸드코트 곳곳에서 손쉽게 발견되는 카스텔라. 손바닥 절반 정도의 둥근 사이즈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카스텔라 안에는 달큰한 슈크림이 들어 있다. 커버에 그려진 한밤중의 보름달처럼, 딱 그만큼 노랗고 오랜 여운을 주는 미아기현의 명과. 낱개로는 판매되지 않아 맛이라도 볼라치면 최소 5개 들이 세트는 구입해야 한다. 

조금씩 베어 가며 입 안에서 잔잔히 퍼지는 카스테라와 슈크림의 궁합을 음미할 것! 하나에 170엔 정도니 절대 작다고 ‘후다닥’ 먹어 치워서는(?) 안 된다. 5개 세트 680엔. 센다이역 개찰구 왼편 푸드코트 일대에서 구입 가능. 


여행자의 ‘혀’를 녹이는 소 혀 요리 규탕


ⓒ트래비

‘규탕’은 소의 혀를 구워 만든 요리로 미야기현의 대표적인 별미이다. 자고로 치킨은 닭다리가 인기며 꽃게는 하나뿐인 몸통이 제일이라지만, 사실 귀하기로 따진다면 ‘혀’만한 것이 또 있을까. ‘징그럽게 어떻게 먹어?’라며 양미간을 찡그리는 이들은 아직 미야기현을 제대로 여행하지 못한 것이나 진배없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꼬치에 구워 내오는 이 요리는 그 육질이 어찌나 고소하고 부드러운지, 포장세트까지 구입해 오는 여행자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유명세만큼이나 ‘제대로 맛있게’ 요리하는 집에서 먹는 것이 중요! 

제대로 된 규탕을 먹고 싶다면 센다이 역 3층 ‘규탕거리’를 찾아 보시길. 역 내 20여 미터 거리 양옆으로 규탕 전문점들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다.

나른한 오후의 바다 나들이 마쓰시마베이크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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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쓰시마 바다를 담은 신선한 해물구이
5. 10피스가 넘는 초밥정식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6. 두툼한 생선회는 한 입에 쏙 넣어 먹어야 제맛

배는 느릿한 걸음으로 바다를 가로지른다. 마쓰시마는 미야지마, 아마노하시다테와 함께 일본의 삼대 절경 중 하나로 푸른 망망대해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마치 우리네 ‘다도해’와 닮았다. 약 260개의 작은 섬들이 빚어내는 수면 위의 그림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스라한 외로움을 묻는다. 푸르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녹차 한잔 즐기노라면 50여 분간의 나른한 항해 끝에 ‘시오가마 마린게이트’ 선착장에 닿는다. 

‘시오가마’는 일본에서 가다랭이와 참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항구 중 한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아쉬움과 군침이 도는 단어 ‘참치’라니. 잠시 이성을 잃고 곧장 스시집으로 돌진하려는 찰나, 일행이 가까스로 기자의 식탐을 제어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시오가마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인 ‘시오가마 신사’를 향해 걷는다. 

1,2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시오가마 신사는 시오가마의 수호신이자 수문장의 역할로서 건축되었다. 가족, 혹은 부부가 삼삼오오 나란히 찾아 참배를 드리는 풍경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슴 속에 간절히 바라는 염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시오가마의 선조들은 이곳에서 만선과 순산, 안전한 항해, 그리고 바다에서 숨진 가련한 영혼들의 명복을 빌었으리라.   

3월 말에는 300년 동안 내려온 유서깊은 축제 ‘시오가마 신사 호테 마츠리’가 열리는데, 약 1톤 가량의 미코시(신위를 모신 가마)를 16명의 젊은이들이 이고 경사가 70도에 육박한 202개의 계단을 한꺼번에 걸어 오르는 장엄한 모습이 연출된다. 화재 예방과 축제로서 마을 안의 액운을 없애고 번영을 비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한,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면 만개한 벚꽃이 일대 장관을 이루며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미야기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마쓰시마 최고의 보금자리 이치보노 호텔

ⓒ트래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비밀스런 휴양지로 숨겨두었으면 싶은 ‘이치노보 호텔’은 동행한 현지 미야기현 관광과 사람들도 ‘스바라시!’를 외칠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구비, 전망, 실내 인테리어, 식사와 서비스 등 무엇 하나 점수를 두어도 빠질 것이 없다. 마쓰시마 카이칸 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이치노보 호텔’은 전 객실이 마쓰시마 절경을 바라볼 수 있는 오션뷰로 지어졌다. 객실 침대에 눕자니 아스라이 지는 석양은 물론 찬란히 떠오르는 일출까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총 130여 개의 객실은 ‘자쿠지가 딸렸거나’ ‘모던한 젠 스타일’, 그리고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다다미 형태’ 세 가지 타입으로 선택 가능하다. 욕탕은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조망할 수 있는 조망 욕탕과 노천탕, 여성만의 치유를 추구한 여성전용탕 등 3곳의 대욕장을 갖추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이치노보 호텔의 백미는 ‘저녁식사’. 미야기현에서만 볼 수 있는 풍부한 식재료 아래 일본식, 서양식, 이탈리아식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그때그때 최상의 재료들을 맛볼 수 있다. 바의 형태를 지닌 홀은 물론 5~6인용 프라이빗룸에는 손님마다 개인 조리장이 붙어 눈앞 그릴에서 즉석 음식을 만들어낸다. 그 맛과 소리가 빚어내는 놀라운 조리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식욕이 충만해진다. 약 6,000엔 정도를 추가하면 이 놀라운 저녁식사를 맛볼 수 있는데, 외부 손님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오로지 투숙객들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라니 이 또한 특별한 대접을 받은 듯 몸과 마음이 호사스럽다.

이치노보 호텔이 단순한 휴양호텔에 그치지 않는 데는 무엇보다 호텔 내에 위치한 후지타쿄헤이의 ‘유리 미술관’에 있다. 일본 유리공예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후지타교헤이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으로 일본 전래동화를 형상화한 ‘코규히메’를 포함해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깨질 듯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베니스에서 습득한 유리공예 기술을 일본풍으로 재해석한 그의 남다른 시각이 돋보인다. 투숙객들에게는 미리 신청을 받아 하루 1회 설명을 곁들인 가이드 투어를 진행한다.

유리 미술관 개관 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4∼10월), 오전 8시30분~오후 5시(11∼3월) 
입장료 성인 1,000엔, 초중고생 500엔. 
022-395-2131 www.ichinobo.com/matsu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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