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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theme ①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매력적인 도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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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처음 홍콩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홍콩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익숙하고 편하다. TV에서, 신문에서, 잡지에서 자주 접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숱한 패션 아이템이 홍콩에서 건너오고, 휴가철이 지나고 나면 홍콩여행을 다녀왔다는 친구들 수다로 귀가 따갑다. 그만큼 홍콩은 우리네 생활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런 한편, 자주 홍콩을 찾는 이들은 홍콩이 매번 새로운 느낌이라고 고백한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도시 홍콩. 동양과 서양이 한데 어우러지고, 밤과 낮이 쌍벽을 이루며, 음식과 패션이 뒤섞여 물결친다.    

글·사진  Travie writer 김숙현
취재협조   홍콩관광진흥청 한국사무소 02-778-4403~4
www.discoverhongkong.com
코레아스타 크루즈 02-6257-2000
www.coreastar.com

처음 옹핑 360(Ngong Ping 360)에 대한 간단한 자료를 받았을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홍콩의 어떤 마을을 찾아가는 정도로 이해했다. 특별한 거라곤 그저 ‘케이블카 탑승 시간이 좀 길구나, 25분이나 되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옹핑 360을 보고 나니 이건 일종의 테마파크라고 정의해도 좋겠다. 옹핑 스카이 레일과 옹핑 빌리지를 기존에 있던 포린 수도원과 청동좌불상 바로 근처에 만들어 하나의 일정으로 묶을 수 있게 한 것. 조금 더 욕심을 내 본다면 20분 거리에 있는 위즈덤 패스 즉, ‘지혜의 길’까지 다녀올 수 있다. 옹핑 360의 배경이 된 지역 또한 중요한데 바로 란타우 공원의 때묻지 않은 자연이 백그라운드가 되고 있다. 


ⓒ트래비

1. 옹핑 스카이 레일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홍콩 국제공항
2. 홍콩의 센트럴파크 구룡공원
3. 옹핑 360 지혜의 길. 우뚝 선 나무 기둥들이 안개에 휩싸였다.

하늘로 가는 케이블카 옹핑 스카이레일

오늘따라 날씨가 좋지 않다. 홍콩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탈 요량인데 잔뜩 찌푸린 하늘이라니. 평일이라 관람객이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건만 마침 홍콩의 황금연휴 둘째 날이라고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서두른 우리 일행 뒤로 속속들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줄이 꽤 길다. 이 또한 황금연휴 때문이리라. 란타우 섬의 새로운 명물 옹핑 스카이레일이 처음 하늘 길을 가르기 시작한 것이 2006년 9월18일이니 홍콩 시민들 가운데도 아직 이곳에 와 보지 않은 이들이 꽤 된다고. 게다가 요즘 홍콩 여행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본토 단체 여행자들을 감안하면 주말이나 공휴일, 휴가 시즌에는 20~3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각오해야 할 일이다. 케이블카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우리 일행이 탈 차례다.  

옹핑 스카이레일은 장장 5.7km에 이르는 하늘 길이다. 케이블카는 보통 직선으로 뻗어 있는데 여기는 두 번이나 방향을 바꾼다. 통총 터미널에서 출발해 바다 건너편 산허리에 세워진 타워에서 120° 정도 꺾어져 통총만을 건너 산봉우리로 향한다. 네이락 산 정상의 타워에서 다시 방향을 선회해 옹핑 터미널에 이른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분 내지 25분 정도 걸린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할 경우 자동으로 케이블카가 정지하는데 그럴 때는 시간이 좀더 걸릴 수 있다. 

옹핑 스카이레일의 가장 큰 매력은 멋진 전망. 통총만 주변 풍경, 홍콩국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들, 북 란타우 공원의 숲과 공원 산책로, 청동좌불상, 남중국해, 날씨가 맑아 시야가 밝다면 마카오까지 볼 수 있다. 란타우 섬 주변을 360° 둘러볼 수 있다는 데서 옹핑 360이라는 명칭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것을 어쩌랴. 공항으로 이어진 다리와 통총만 풍경은 그나마 볼 수 있었으나 산으로 올라갈수록 구름과 안개가 짙어진다. 네이락 산 주변을 지나고 있을 즈음, 뿌연 안개는 최고조에 달한다. 사방이 온통 새하얗다. 이것은 혹시 하늘나라로 가는 케이블카?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늘나라가 아닌 옹핑 터미널에 케이블카가 도착한다. 터미널 입구에 원숭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인이 잠시 보이는가 싶더니 펑! 플래시가 터진다. 기념촬영이다. 모르고 있다가 당했으니 보나마나 이상하게 나왔을 것이다. 케이블카 안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갖고 싶다면 터미널 도착 무렵에 신경 쓰고 있다가 원숭이 사인이 보인다 싶으면 유리창에 바짝 붙어 V를 날릴 것. 통총터미널에도 있으니 여기서 실패했다면 내려가는 길에는 제대로 해보자.

옹핑 스카이레일을 타려면 MTR 통총역에서 내려 B 출구로 나오면 통총 터미널이 바로 보인다. 케이블카 탑승권은 왕복 어른 88HK$, 어린이(3~11세) 45HK$, 편도 어른 58HK$, 어린이 28HK$. 새해 첫날, 설날 연휴, 7, 8월의 각 주말, 주요 공휴일 및 연휴, 크리스마스 등 스페셜 데이에는 요금이 조금 더 비싸다. 평일 이용하는 것이 최고. 케이블카 안에서는 음료(식수)만 허용되므로 음식물은 주의할 것. 안내견을 제외한 어떤 동물의 출입도 금하고 있다. 개장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주말은 6시30분까지. www.np360.com.hk

먹고, 마시고, 즐기고 옹핑 빌리지



ⓒ트래비

1. 옹핑 빌리지와 청동 좌불상
2. 옹핑 빌리지의 원숭이 이야기 극장
3. 옹핑 360 티하우스. 중국 전통 다도를 시연 중이다
4. 손잡이를 문지르면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럭키 팬. 지혜의 길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바로 옹핑 빌리지가 시작된다. 보통 마을이 아니라 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마을인 셈이다. 대로를 중심으로 길 양쪽으로 각종 상점, 식당,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제일 먼저 나타나는 티 하우스는 차와 다기를 판매하는 곳이지만 다도시범도 하고, 차도 맛볼 수 있으니 한번 들러 보는 것도 괜찮다. 

아리따운 여인이 전통 중국식 다도를 선보이는데 시연의 마지막엔 섬섬옥수로 따른 차를 관람객들이 맛보는 시간을 갖는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몸이 조금 으슬으슬했는데 따뜻한 차가 들어가니 마음까지 녹는 듯하다. 여기서 질 좋은 차와 월병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옹핑 빌리지에서 꼭 봐야 할 것은 ‘부다와 함께 산책’과 ‘원숭이 이야기 극장’ 두 가지. 먼저 들어간 곳은 ‘Walking with Buddha’, 부다와 함께 산책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나눠주는 곳에서 한국어 헤드셋을 받아 문을 들어서니 인공으로 만든 커다란 보리수가 나온다. 오디오에서는 부처의 생애를 보여 준다는 안내말이 나온다. 

보리수를 지나 극장 안에 자리잡으면 스크린 가득 애니메이션이 시작된다. 왕의 아들로 태어난 싯다르타의 삶과 득도에 이르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 주는데 중간에 싯다르타가 황야를 헤매고 동굴을 통과하는 대목에서 스크린이 어두워지더니 안내원이 모두 일어서서 따라오라고 한다. 싯다르타가 지나갔음직한 음산한 동굴을 통과해 다음 극장으로 가는 것이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부처의 삶의 한 장면을 체감하는 듯해 재미있기도 하다. 맨 마지막에는 부처의 가르침이 적힌 보리수 잎사귀를 받아 글귀를 읽어 본 다음 다시 불상 속에 넣는다. 누가 일러 준 것은 아니지만 왠지 소원을 빌어야 할 것 같아 잎사귀를 불상 속에 넣으면서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부다와 함께한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기념품 가게. 크고 작은 불상, 카드, 음악, 인형 등을 판매하고 있다. 테마파크의 각종 어트렉션들이 저마다 기념품 가게를 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색한 일도 아니지만 너무 상업적인 게 아닌가 싶어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다음은‘원숭이 이야기 극장(Monkey’s Tale Theatre)’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여기도 애니메이션인데 극장 내부를 마치 밀림 속의 고대 유적지처럼 꾸며 놓았다. 세 마리의 원숭이들이 먹을 것을 탐하다가 혼난다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서라운드 음향과 고화질의 화면, 특수 효과 덕분에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원숭이 이야기 극장도 나오면서 기념품 가게에 들르도록 되어 있다. 옹핑 빌리지 안에서는 다양한 거리 공연과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한다. 또 스타벅스를 비롯한 몇 개의 카페도 있고,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도 즐비하다. 옥이나 진주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와 코닥 익스프레스, 스낵바, 편의점, 오리엔탈 마사지, 젓가락 갤러리 등도 있다. 모두가 상업적인 곳들이지만 카메라에 담고 싶을 정도로 가게나 거리가 예쁘다.

부다와 함께 산책, 원숭이 이야기 극장 입장권은 각각 어른 35HK$, 어린이 18HK$. 두 공연을 같이 볼 수 있는 티켓은 어른 65HK$, 어린이 35HK$. 스카이레일 왕복과 두 공연을 모두 포함한 티켓은 어른 145HK$, 어린이 75HK$, 스카이레일 편도권과 두 가지 공연을 포함한 티켓은 어른 115HK$, 어린이 60HK$, 스카이레일 왕복과 원숭이 이야기 극장을 포함한 티켓은 어른 115HK$, 어린이 58HK$. 두 극장 또한 스페셜 데이에는 요금이 더 비싸진다.

청동좌불상과 지혜의 길 


ⓒ트래비

5. 청동 좌불상으로 오르는 꼐단의 외국인들
6. 인공으로 만든 거대한 보리수. '부다와 함께 산책' 입구에 서 있다
7. 옹핑 빌리지의 '원숭이 이야기 극장' 입구
8. '부다와 함께 산책'의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현대적인 불상
9. 청동 좌불상 아래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두 가지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도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다. 점심식사는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하고 청동좌불상과 지혜의 길을 찾아 나섰다. 옹핑 빌리지에서 청동좌불상까지 걸어서 10여 분, 좌불상에서 지혜의 길까지 다시 20여 분이 걸린다. 걷는 시간만 왕복 1시간에 이르지만 란타우 공원의 나무들과 길가의 식당들을 구경하다 보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먼저 지혜의 길부터 찾았다. 표지판에 ‘Wisdom Path’라고 적혀 있다. 홍콩관광청에서 발행한 홍콩여행안내서에 보면 ‘반야심경 산책로’라고 돼 있기도 하다. 모두 같은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헷갈리지 말 것.

지혜의 길은 반야심경의 구절 가운데 몇 가지를 꼽아 나무 기둥에 새겨 무한대 기호인 ‘∞’모양으로 꽂아 놓았다. 나무 기둥은 모두 38개인데 어른 키의 서너 배 정도의 높이다. 아름드리 나무를 반으로 가른 다음 그 위에 반야심경의 글귀를 한 자 한 자 새긴 것.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무가 썩기 시작해 지금은 표면에 특수 코팅을 한 상태라고. 기둥은 38개인데 글귀는 모두 37개다. 마지막 하나는 비어 있다. 여기에 자신만의 글귀를 새겨 넣으라는 뜻일 테다. 아니면 비움, 텅 비어 있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라는 뜻일 수도…. 

지혜의 길에서 청동좌불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무성한 숲 사이에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과 이국적인 꽃들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중간에 지나치게 되는 작은 식당 앞에서 ‘럭키 팬’이라고 하는 독특한 대야를 만났다. 양 손잡이를 앞뒤로 쓰다듬으면 마치 파도가 일 듯 대야에 담긴 물이 출렁거린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시범을 보이는데 두세 번 쓰다듬으니 금세 물방울이 튀어오른다. 같이 간 일행이 호기심에 시도해 보는데 손바닥이 아프도록 비벼도 물결이 조금밖에 생기지 않았다. 손에 로션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야 잘 된다고. 돈도 들지 않고, 이름처럼 행운이 있다고 하니 지나는 길에 한번 문질러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청동좌불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좌불상으로 이름나 있다.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좌불상 옆에서 차인표와 조재현이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 자체로도 크고 높은데 옹핑고원의 언덕 위에 모셨으니 더 웅장하다. 하지만 높은 곳에 있으니 오늘처럼 구름(혹은 안개)이 짙게 깔린 날은 불상이 그 속에 숨어 버린다. 바로 밑에 가서 보면 보이지 않을까 싶어 200여 개의 계단을 올랐으나, 형체만 흐릿하게 보일 뿐 사진에서 봤던 부처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불상 아래 공간을 납골당과 전시장처럼 꾸며놨는데 그곳에서 매염방의 납골당을 봤다는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홍콩영화를 좋아해 많이 봤는데 그때 자주 등장했던 여주인공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매염방.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니 괜히 애틋한 마음이다. 그녀의 납골당에는 팬들이 남긴 글과 꽃, 사진, 인형 등이 가득했다. 

날씨만 좋으면 좌불상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광도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청동좌불상은 포린 수도원에 속한 불상으로 시간이 되면 수도원도 같이 방문해 보자. 주변으로 중국 전통 차밭이 펼쳐지고 사찰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포린 수도원은 오전 9시~오후 6까지 개방. 이때 청동좌불상도 올라가 볼 수 있다. 센트럴 페리터미널 6번 부두에서 란타우 섬으로 가는 페리 탑승. 란타우의 무이워 선착장에서 2번 버스를 타면 청동좌불상 바로 앞 버스정류장까지 갈 수 있다. 혹은 MTR 통총역에서 2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지혜의 길은 청동좌불상까지 버스를 타고 오거나, 옹핑 스카이레일을 타고 온 다음 걸어가야 한다. 15~20분 정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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